[스프] 중국 경제 짓누르는 '4D'…시진핑 체제가 극복할 수 있을까
나라 안 상황이 의대 증원과 총선 공천으로 어수선하다. 이런 문제들도 의사가 되거나 정치에 나서지 않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지만,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사람들 삶에는 어쩌면 나라밖 환경이 간접적이지만 더 큰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설도 대보름도 지나고 올해의 1분기도 막바지로 접어드는 이때,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두 강대국 중국과 미국은 어떤 상황일까. 스브스프리미엄 〈뉴스쉽〉과 스프/비디오머그 〈교양이를 부탁해〉 공동기획으로 중국경제 전망과 트럼프 재선시 미중관계를 2부에 걸쳐 짚어보기로 한다.
5% 성장이라지만… 소비 침체된 중국
당국이 내놓는 숫자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경제 전문가들은 실제로 어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 사례들(anecdotes)을 수집하며 지표적 현상에 주목한다. 중국의 경기가 숫자보다 더 나쁘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들은 적지 않다. 상하이와 선전 등 경제중심도시의 번화가에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실제로 해당 도시들의 지하철 이용객 수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의 경제활동이 둔화된 것이다. 춘제 연휴기간 돌아다닌 사람들은 많지만 1인당 소비지출액은 전년 대비 5%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9.5% (로이터 통신)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의 물가지수는 디플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가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 물가는 완만하게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가지수가 마이너스라는 얘기는 민간경제의 활력이 떨어졌다는 얘기고, 사람으로 치면 저혈압이나 저체온증이 의심된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회사나 가게는 사람을 감원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부자 가난한 자 가릴 것 없이 중국을 떠나려는 몸부림이 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부자들은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통해 자산을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등으로 반출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가난한 이들은 수만 km 떨어진 중남미까지 가서 위험한 정글을 건너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 밀입국을 시도한다. 2023년 1~9월까지 그렇게 미국에 들어가는 데 성공해서 난민 자격을 신청한 사람만 2만 2천 명을 넘는 것을 집계됐고, 위험한 행렬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뭘까. 답은 어렵지 않다. 시진핑 영도하의 중국에서 삶이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과 신뢰가 바닥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경제, 왜 이렇게 됐나
그동안 중국이 국가 주도 건설투자를 통해 내수를 끌어올려 왔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건설에 돈을 부어도 너무 많이 부었다. 〈포린 폴리시〉는 중국경제를 분석한 심층기사에서, '미국 은행들이 150년 걸려 내보낸 부동산 대출보다, 중국은행들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5년간 내보낸 대출이 더 많다'고 썼다.
그러다 보니 수익성이 떨어지는 주택, 공장, 인프라가 많아졌고, 부실채권이 쌓여갔다. 몇 차례 이를 정리하고 경제 체질을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어물쩍 넘어갔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터졌다. 강력한 봉쇄정책 속에 많은 회사와 가게들이 일을 제대로 못했고, 결국 망했다. 도시에서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일자리를 제공하던 빅테크 플랫폼, 엔터, 사교육 등의 기업들은 공산당의 '공동부유' 지도를 받고 기가 꺾였다.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일단 돈을 엄청나게 풀어서 경제가 침체되는 걸 막았지만 중국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14억 인구에게 대체 얼마씩 꽂아줘야 하며, 무슨 기준으로 액수를 산정할 것인가. 게다가 시진핑 주석에겐 더 시급한 국정과제(미국과의 대결과 대만문제 해결)가 있어서, 국부를 그런 데 쓰는 걸 허용할 수 없었다.
그 결과, '리오프닝'을 했는데도 사람들은 보복소비를 할 여력이 없었다. 지자체들은 코로나 검사와 방역 비용으로 재정을 탕진해서 돈이 없다. 공무원 월급도 제대로 못주는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보도된다. 그러니 내수를 지탱하던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거대한 부동산기업들이 쓰러졌다.
나라 안 사정이 이러면 밖에서라도 열심히 벌어야 경제가 돌아가는데, 중국은 코로나19 창궐 이후 서방과의 관계가 극도로 나빠졌다. 팬데믹 발원지 논란으로 미국, 유럽, 호주 등과 얼굴을 붉히고 싸우다가,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편들면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서구에서 '디커플링/디리스킹'이 유행어처럼 회자됐고, 이들은 중국 투자를 거둬들이고, 중국산 상품을 덜 사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 외환관리국(SAFE)은 지난해 중국에 대한 FDI 금액이 330억 달러(약 44조 원)로 전년(1천802억 달러·약 240조 원) 대비 82% 감소했다고 밝혔다. 2년 사이 중국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3분기에는 투자유입액에서 유출액을 뺀 '순투자액'이 1998년 이후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외국기업들이 중국에 들어와 공장을 늘려도 시원찮을 판에, 중국 공장들이 살 길을 찾아 오히려 멕시코나 베트남, 인도로 떠나는 현상도 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에 가장 많은 물자를 수출하는 나라로 멕시코가 처음으로 중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금리 계속 내리는 중국... 효과가 있을까?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할 거라는 관측이 다수다. 부동산 기업들의 연쇄 도산 같은 사태를 막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경제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면 더 강력하고 광범위한 부양책으로 민간 소비를 자극해야 한다는 거다. 청소할 때를 생각해 보면 된다. 오물을 씻어내려면 충분한 양의 물을 왕창 부어야지, 찔끔 부어서는 별 효과가 없다.
게다가,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생각하면 소폭의 금리인하는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 중국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쌓이고 민간 소비가 안 돌아가는 게 금리가 높아서인가? 그보다는, 자국 경제에 대한 중국 인민들의 자신감이 땅에 떨어졌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시진핑 주석의 국가운영에서, 내수활성화와 소비진작은 최우선 과제가 아니다. 미국과의 전략경쟁, 반도체 굴기, 대만 통일, 내부불만 제압과 권력 공고화, 학생들의 사상교육 강화 같은 것들이 그에게는 더 중요해 보인다.
시 주석의 공산당에게 경제보다 다른 게 더 중요해 보이는 사례로, 수에즈 운하와 후티 반군 사태를 들 수 있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화물선을 후티 반군이 공격하는 사태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건 유럽이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각종 공산품이 저 멀리 아프리카 남쪽 끝까지 돌아서 와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중국의 수출기업들도 그만큼 손해를 본다.
민간경제를 가장 중시하는 정부라면, 당연히 팔을 걷어붙이고 이 사태의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게 맞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후티 반군의 배후인 이란에게 비공개적으로 '자제시켜 줄 것'을 요청했을 뿐이다. 이 문제가 가자지구 사태와 관련해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에 더 이상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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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식 D콘텐츠 제작위원 hyunsi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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