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그냥 좋아. 나는 그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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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혹은 '그녀'는 화가가 아니다.
그림을 꾸준히 그린다는 점에서는 화가지만, 그림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고 미술계와 교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화가가 아니다.
이런 화가들 그림을 '나이브 아트(Naive Art)'라고 한다.
하지만 증권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전업 화가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나이브 아트'에 속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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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그' 혹은 '그녀'는 화가가 아니다. 그림을 꾸준히 그린다는 점에서는 화가지만, 그림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고 미술계와 교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화가가 아니다.
하지만 그린다. 혼자 즐기며 그린다. 그림이 좋아서, 자신과 자연을 담고 싶어서 계속 그린다. 이런 화가들 그림을 '나이브 아트(Naive Art)'라고 한다.
직업이 있는 사람인 경우, 휴일에 집중해 그렸다고 해서 '일요화가'로도 부른다. 개인적인 취미였지만, 뒤늦게 발견돼 세계적인 화가로 이름을 알린 경우도 다수다.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폴 고갱(1848~1903)도 출발은 '일요화가'였다. 하지만 증권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전업 화가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나이브 아트'에 속하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나이브 아트' 화가는 흔하게 이름을 들어본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1844~1910)다. 세관 공무원이었던 그는 독특한 주제와 색과 형을 구사해 생전에 피카소에게도 인정받는 화가가 됐다.
대표작은 죽던 해 완성한 '꿈'(1910)이다
'나이브 아트' 화가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슬프고, 다른 한 화가는 따뜻하다.
프랑스 화가 세라핀 루이(1864~1942)는 시골 출신으로 일찍 부모를 여의고 수녀원이나 중산층 가정에서 하녀로 일한 여성이다.
모델을 세울 형편이 못돼 사람은 거의 그리지 않았고, 주변의 꽃이나 나무 등을 그렸다. 다른 이들이 잠든 시간에 허드렛일을 끝낸 그녀는 붓을 들며 행복에 빠졌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우연히 독일 출신 유명한 화상(畵商)인 빌헬름 우데의 눈에 띄었다. 우데와의 만남이 그녀에게 돈이나 명성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제1차 세계대전 탓이었다.
우데로부터 받은 희망이 가뭇없이 실현되지 않자 결국 그녀는 광기를 보인다. 정신병원에서 살다 쓸쓸하게 죽는다.
그녀 생애는 2009년 영화로도 제작됐고, 대표작인 '천국의 나무'(1929)는 2022년 우표로도 만들어졌다.
세라핀에 비하면 행복한 일생을 보낸 '나이브 아트' 화가는 미국 출신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1860~1961)다. '그랜드마 모지스'로 부른다. '할머니'로서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모지스 할머니 역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 남편과 사별 후 순전히 농촌 생활의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그리기 시작했다. 무려 76세의 나이에!
살던 마을 겨울 풍습을 즐겨 그렸는데, 대표작은 '메이플 시럽 만들기'(1955)다.
동네에서만 사랑받던 그녀 그림이 우연히 맨해튼의 미술 수집상 눈에 띄어 주목받기 시작해, 88세에 '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됐고, 93세 때는 '타임'지 커버스토리도 장식했다.
1961년 101세로 세상과 작별할 때까지 할머니가 그린 작품은 1천 6백 점이 넘는다. 그녀 작품 역시 1969년 우표에 등재됐다.
최근 '100세 철학자'로 울림을 주는 김형석 교수 권고처럼 "60세 이후에 보다 가치 있는 인생이 시작된다"를 이미 실현한 여성이다.
'나이브 아트' 특징은 미숙함과 소박함이다. 원근법이나 명암법 등의 기법을 찾기 어렵다. 평면적이며 강한 색채감이 두드러진다. 자신만의 특성을 유지하며 특정 유파나 기법에 '물들지 않았기에' 후대로부터 수긍받는다.
이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한 사람들이다. 세라핀처럼 불우한 말년을 살았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자신을 투영해 자신을 표현했기에 행복했다고 생각한다.
상투적이지만 다음과 같은 격언을 상기한다.
"인생에서 너무 늦었을 때란 없다. 오늘이 가장 젊다.", "행복은 내가 만들어 가는 거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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