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휴 급여 210만원" vs "대출금 감면"…저출산 공약, 전문가 평가는?
[편집자주] 총선이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는 '구도가 7, 인물이 3'이라고 한다. 그동안 '정책'이 설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유권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건 구도도, 인물도 아닌 '정책 공약'이다. 주요 정당의 공약을 청년, 중년, 노령 등 세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4분기 사상 처음 0.6명대(0.65명)로 떨어졌다. 출생아 수는 2016년부터 8년 연속 감소세다.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는 올해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급감에 따른 '국가소멸' 위기다. 이를 막기 위한 총선 공약들을 여야가 앞다퉈 쏟아냈다.
국민의힘은 유연근무 확대, 대체인력 확충 등을 통한 '일·가정 양립' 실현에 중점을 뒀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자녀 가구 임대주택 제공, 신혼부부 1억원 대출 등 가계에 대한 현금성 지원에 집중했다. 돌봄서비스 확대나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했다. 여야 공약은 이행에 연간 10조원·28조원이 들 것으로 각각 추산됐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18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일·가족 모두행복' 공약을 발표했다. 저출생 문제 해결의 국가 책임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인구부 신설을 추진한다. 부총리급 기구로 여성가족부 업무를 흡수하고 여러 부처에 흩어진 저출생 정책을 한 곳으로 모은다는 계획이다. 저출생 대응 재원 마련을 위해 고용보험기금 일부와 기존 조세 수입 등을 투입해 '저출생대응특별회계'를 신설하겠다고도 했다.
현재 150만원으로 최저급여에 미치지 못하는 육아휴직 급여 상한은 210만원으로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3학년 아래의 자녀가 아픈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유급 연 5일의 자녀돌봄휴가를 만들고, 신청만으로 육아휴직이 자동개시하도록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부부간 육아부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아빠휴가 1개월(유급) 의무화' 대책도 내놨다.
또한 육아기 유연근무 문화 정착을 위해 기업에 유연근무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를 정기적으로 공지하는 의무를 부여하겠다고 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대체 인력으로 채용된 근로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육아휴직을 쓴 근로자의 업무를 같은 직장 동료가 대신할 경우 수당을 지급토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이돌봄서비스 정부 지원을 가족·민간으로 전면 확대하겠단 공약도 제안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발표한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저출생 종합대책'에 국가의 직접 지원 성격의 대책을 대거 담으면서 눈길을 끌었다. 결혼·출산·양육을 망라하는 정책 패키지로 신혼 부부의 기초 자산 형성을 도와 삶의 질을 높이는 한편, 국가의 출산·돌봄 책임을 강화해 양육 부담은 덜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돈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결혼-출산 지원금'을 도입겠다고 약속했다. 소득·자산과 무관하게 모든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로 1억원을 대출해 주고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감면하는 게 골자다. 공공임대 방식으로 둘째를 낳으면 24평 주택을, 셋째를 낳으면 33평 주택을 지원하는 '우리아이 보듬주택' 공약도 함께 내놨다.
양육 지원책으로는 8세부터 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우리아이 키움카드', 출생부터 고교 졸업까지 매월 10만원을 정부가 펀드계좌에 입금하는 '우리 아이 자립펀드'를 제시했다. 우리아이 자립펀드는 원금과 운용수익을 학자금·주택자금·결혼자금 등으로 인출할 수 있으며 부모도 월 10만원 입급이 가능하다. 펀드 수익 전액은 비과세다.
이 밖에 일·가정 양립 대책으로 초등돌봄(재능학교) 운영 부담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는 '온동네 초등돌봄' 정책, 부모 누구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보장하고 육아휴직급여에 월 50만원의 '워라밸 프리미엄' 급여를 추가 지원하는 등 방안도 제시했다.
한편 저출생 해결을 위한 여야의 공약들에 대해 '재원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저출생대응특별회계가 11조원 규모라는 입장만 밝혔고, 민주당은 28조원이 기존 저출생 정책에 투입되는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란 주장만 내놨다. 양당 모두 각 정책에 대한 구체적 재원 조달 경로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은 "(재원 조달에 대한) 많은 고민을 거쳐 만들어진 공약들로 보이지 않는다"며 "매해 누적돼 예산이 들어갈 부분을 감안하면 현재 추산되는 규모보다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의 경우 특별회계를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좀 더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교부세 개편과 함께 다수의 전문가들이 제안해온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4월 총선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모두 국민들의 살림살이에 직결되는 경제 공약을 다듬고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1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공통적으로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서민과 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서민과 소상공인 등 어려움이 큰 계층의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판단에서다.
◆ 여야, 서민·소상공인 부담 완화·철도 지하화 '한 목소리'
여당인 국민의힘은 서민과 소상공인을 위한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목표를 말기잔액에서 평균잔액 기준으로 전환하고 평균잔액 30% 이상을 중·저신용자에 대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등도 대출목표에 포함해 관리하기로 했다. 또 국민의힘은 중도상환수수료가 필수 비용만 반영하도록 하고 '원스탑 대환대출시스템'을 활성화해 서민·소상공인들이 이자율이 낮은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온누리상품권 발행액을 2배 늘려 소상공인 매출 증대도 지원한다.
민주당은 은행 등 금융기관의 가산금리 산정 시 법적비용 등 금융소비자에게 부당하게 전가되고 있는 항목을 제외해 가계가 부담하는 대출금리를 대폭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정책모기지·금융기관부터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 관련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 밖에도 '전국민 생활비계좌'를 도입해 해당 계좌에 예치된 최저생활비 이하의 금액을 채권자가 압류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2배 확대하고 저금리 대환대출 예산 확대를 추진한다.
철도 지하화도 여야가 공통으로 내놓은 공약이다.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철도지하화특별법)이 지난 1월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본격적으로 추진력을 얻게 됐다.
국민의힘은 철도 지하화를 통해 도심 단절 문제를 해소하고 상부공간과 주변 부지를 통합 개발해 미래형 도시공간으로 재창조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경부선, 경인선 등 철도와 지하철 1~9호선 등을 각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을 통해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 與 '토지규제 재검토'·민주 '비트코인 ETF'·개혁 '반도체 벨트'
각 당만의 차별화된 경제 공약들도 있다. 국민의힘은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100조원 규모 정책금융을 지원하겠다 약속했다. 지역으로 이전하는 중소기업의 상속세를 면제하고 높아진 에너지 비용을 납품대금 연동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또 국민의힘은 그린벨트 등 토지이용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의원 발의 법안에 대해 사전 규제영향분석, 국회를 통과한 법에는 사후 규제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발행과 상장, 거래 등을 허용하고 가상자산 2단계법을 제정하는 등 디지털자산 활성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전문성을 가진 기관투자자 등이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고 가상자산 매매수익에 대한 공제한도를 5000만원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혁신당은 반도체 벨트 생태계 조성을 위해 관련 인프라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삼성전자 주요 사업장이 밀집하고 SK하이닉스 공장이 들어서는 수원·용인·화성 등지와 동탄신도시 등 주거시설을 연결하는 교통망 확충에도 힘을 싣는다. 개혁신당은 이밖에도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기업 총수를 국가나 정치 행사의 들러리로 동원하는 것을 막게 하는 '떡볶이 방지법' 등을 제시했다.
인재 영입에 집중하고 있는 새로운미래나 창당작업이 한창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조국혁신당 등은 조직 구성에 집중하면서 아직 공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미래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불평등 완화와 불공정 해소를 기본에 두고 금융시장 보호 등에 다양한 주제에 관한 논의가 현재 이뤄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국신당 측도 "아직 구체화하진 못했지만 내부적으로 당 구성 후 발표할 공약들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동체 '대한민국'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요소를 해소해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동행 사회'를 실현하겠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 정책위의장은 총선 공약을 마련하며 '미래세대'와 '공동체 가치 회복'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유 정책위의장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저출생 위기 극복 공약인 '일·가족 모두 행복'을 1호 공약으로 두번에 나눠 발표했다"며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기후 미래 택배' 공약을 두차례에 걸쳐 '국민택배'로 배달했다"고 밝혔다.
또 유 정책위의장은 불합리한 격차 해소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유 정책위의장은 "야당에서 주장하는 '불평등' 해소가 아니라 국민의 삶 속에 나타나는 다양한 현실적 격차 문제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며 "일-가정 양립 제도만 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있고 육아부담에 있어서도 남성과 여성의 격차가 존재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 당은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남성의 육아 참여 문화 확산에 집중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위해 △새출발기금 대상 소상공인·자영업자로 확대 △온누리상품권 사용처, 골목상권으로 확대 △온누리상품권 연간발행 목표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 △중소기업 근로자 근무여건 개선 등을 4월 총선의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다.
유 정책위의장은 "(국민의힘은) 민생 경제의 근간이라고 할 서민과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활력을 높여주는 정책을 내놓기 위해 당의 역량을 집중해왔다"며 "현재 윤석열정부에서는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대응을 집중하고 있다.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정부 정책의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정책위의장은 여당이 구체적이고 완성도 높은 공약을 만들기 위해 국민수요와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유 정책위의장은 "국민수요를 파악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공약대전을 실시했고 국민택배 접수 플랫폼을 개설했다"며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두명을 총괄공동본부장으로 모셨고 비대위원과 분야별 영입 인재들이 공약개발 과정에 참여했다"고 했다.
유 정책위의장은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정책의 지속가능성 뿐 아니라 재정적 뒷받침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져가며 공약을 다듬어왔다"며 "국민들이 신뢰하는 공약이 될 수 있도록 재원조달 방안 등에 대해서도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단 하나의 공약을 만들더라도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실현가능한 공약'을 만드는 것이 우리 당의 차별화된 정책 전략입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2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정책위의장은 최근 민주당이 낸 공약 중 당 안팎에서 호응을 얻은 대표적 공약으로 지난해 11월 민주당이 대중들의 교통비 부담을 덜어주는 목적으로 내세운 '월 3만원 청년패스', 비슷한 시기에 내건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꼽았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총 15건의 공약을 발표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교통·통신비는 식료품비 다음으로 가장 큰 부담"이라며 "한달 평균 간병비는 450만원에 달해 일반 국민들이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민주당은 사적간병 부담을 완화하고 간병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공약을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 공약을 내는 과정에서 '반드시 국민들에게 필요하지만 실현되지 못한 정책들을 현실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며 "실용적 정책, 맞춤형 정책, 참신한 정책 등 세 축을 위주로 공약을 선정하려 노력했다"고 했다. 정책의 큰 방향성은 '삶의 질 수직 상승'에 뒀다.
이같은 공약 도출을 위해 당 소속 정책위원회 전문위원을 비롯해 공약기획팀, 청년 보좌진, 상임위원회 보좌진, 외부전문가 등이 중심이 돼 아이디어를 냈고 이후 실무협의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가는 과정을 거쳤다.
민주당이 여전히 반기업 정서가 지배적 정당이라 알고 있는 유권자들이 있지만 이 정책위의장은 그동안 냈거나 준비 중인 기업 공약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반론도 내놨다. 이 정책위의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적극 대응으로 첨단산업·주력산업의 혁신역량을 제고할 것"이라며 "지역혁신성장 플랫폼 구축으로 경쟁력있는 지역대표 전략산업 또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경제부양을 위한 공약으로는 직장인 세부담 완화 패키지 5개 공약을 들었다.
정치권이 총선 때 '반짝' 생색내기식, 퍼주기식 공약을 내놓는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여당의 협조를 요구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지난 대선 이후에도 여당에 공통공약 추진기구 설치를 제안했고 양당 원내대표 협의에 따라 TF(태스크포스)를 운영했지만 국민의힘 비협조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며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있는 정치를 실현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한편 이 정책위의장은 "이번 총선은 민생을 책임질 적임자가 누군지 선택하는 중대한 선거"라며 "실용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정책선거의 모범답안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민생을 책임지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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