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한 집값' '쥐꼬리 월급'…애 안 낳는다

이희경 2024. 3. 2.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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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출산율 0.65명
‘혼인 건수 증가→출산 증가’ 공식 깨지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을 기록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한국의 저출산 현상이 더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뤄졌던 혼인이 2022년 하반기부터 늘었지만 출산으로 이어지지 않는 ‘위험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올해 출산율이 0.68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이 수치마저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각 지자체별로 각종 저출산 대책이 나오고 있는 만큼 검증된 방안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시하는 동시에 정부는 물론 정치권이 힘을 합쳐 저출산 해결을 국정과제 ‘1순위’로 올려놓고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산율은 0.72명으로 2022년 0.78명보다 0.06명 낮아졌다. 특히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분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0.6명대가 나타났다. 4분기 합계출산율 추이를 보면 2019년 0.85명에서 2020년 0.76명으로 낮아진 뒤 2021년 0.71명, 2022년 0.70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해 다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제는 전국에서 출산율 1명대를 유지하는 곳이 한 곳도 남아있지 않다. 2022년 출산율 1.12명을 기록한 세종시가 지난해 0.97명으로 떨어졌다. 전국 17개 시도의 출산율이 모두 0명대를 기록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흐름도 좋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크게 줄었던 혼인 건수가 2022년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좀처럼 출산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던 지난 2020년 혼인 건수는 21만3502건으로 전년보다 10.7% 감소했고, 2021년(19만2507건)도 2020년 대비 9.8% 줄었다. 하지만 2022년 혼인 건수는 19만1690건을 기록하며 0.4% 정도만 감소했다. 결혼 후 2년 안에 낳은 출생아 비중은 33.9%(2023년)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4분기 출산율이 반등할 여지도 있었지만 결국 출산율은 0.65명에 그쳤다. 인구학자들 사이에서 ‘위험한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통계청은 지난해 혼인건수가 19만3673명으로 1.0% 늘어난 점을 들어 향후 출산율이 반등할 여지가 이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그저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저출산 해결의 골든타임은 약 10년 정도 남은 상황이다. 출산율이 높은 30~34세 인구 규모가 2034년 300만명 밑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30~34세 인구는 작년 361만5767명을 기록한 뒤 2025년 367만87명, 2026년 371만7056명으로 증가세가 유지된다. 하지만 2027년 368만5186명으로 감소한 뒤 2030년 350만2597명으로 처음으로 350만명대에 접어든다. 이후 2034년에는 297만8111명으로 300만명을 밑돌게 된다.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 일부 요람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이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망라해 모든 부처가 저출산 해결을 ‘1순위’ 과제로 놓고 달려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각 지자체에서 시행된 정책 중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됐던 정책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 가령 지난해 유일하게 출산율이 증가(1.7%)한 충청북도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충북은 지난해 11월 ‘저출생·인구감소 위기극복을 위한 충북도민 심층 조사’ 보고서를 통해 도민 524명을 대상으로 저출산 인식 조사를 실시해 이를 기초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고 있다. 출산지원 분야의 경우 신혼 이전부터 건강검진을 지원하고, 나홀로 출산을 준비하는 여성을 지원하는 방안, 산후후유증 특약보험 지원 등이 제시됐고, 돌봄지원 분야에서는 아픈 아이를 전담하는 제도 마련 및 가사지원서비스 바우처 사업 등이 필요한 정책으로 거론됐다. 보고서는 또 출산 가정 취득세, 수도요금, 이자지원 사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몇가지 정책만으로는 저출산 흐름을 제어하기 힘들다면서 사회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사회적 대타협’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진단하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한 주택 정책에서부터 임금 격차 해소 등 일자리 문제, 수도권 편중과 같은 지역격차,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교육 개혁 등 보다 큰 의제를 갖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제는 몇몇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안 되고, 정부의 국정기조 자체가 저출산에 맞춰 이뤄져야 한다”면서 “가령 거주 지원 100만원씩 몇 달 줘도 집값 1억 오르면 소용이 없다. 집값을 연착륙시켜야 하고, 교육 개혁을 통해 사교육비가 들지 않게 만드는 등 모든 부처가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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