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멜라 "'사랑' 이야기, 이제야 용기가 생겼다"[신재우의 작가만세]

신재우 기자 2024. 3.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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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
첫 에세이 '멜라지는 마음' 출간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멜라 작가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김 작가는 최근 2024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2024.03.0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김멜라(40)는 뒤늦게 빛을 본 작가다. 문예창작과를 전공 한 후 30살에 소설가로 등단했다. 이후 7년의 시간을 녹여 첫 소설집을 만들었다. 지금은 누구보다 빛나고 있다. 2021년부터 3년 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고 올해 젊은작가상 대상까지 차지하며 젊은작가상과 '유종의 미'를 거뒀다.

"놀라운 동시에 사실 걱정스럽기도 해요."

김멜라는 예상치 못했던 수상 소식에 놀라웠던 동시에 성욕을 해결하는 도구 '이응'에 대해 쓴 단편소설 '이응이응'을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멜라는 조금은 능숙해진 소설 집필과 작가로서의 삶을 말했다.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이전까지도 사랑과 연민 같은 정서가 제 안에 있었지만 소극적으로 소설에 넣었다면 이제는 편하게 담을 수 있는 그런 마음이요."

최근 김멜라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나 반환점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되짚어봤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멜라 작가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작가는 최근 2024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2024.03.02. pak7130@newsis.com

10년 만에 밝힌 필명 '김멜라'의 의미, "한번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았다"

"지금까지 소설을 써오는 동안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있다 "멜라가 무슨 뜻이에요?" (에세이 '멜라지는 마음' 중)

김멜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선 그의 필명에서 출발해야 한다. '멜라'라는 생소한 이름을 설명하는데 그는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최근 첫 에세이 '멜라지는 마음'을 통해 그는 애인인 온점이 제주 방언인 '멜르다'(찌그러지게 하다)에서 착안해 지어준 이름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간 소설을 통해서만 이야기해 온 김멜라가 처음으로 자신을 전면으로 드러낸 순간이다.

"한번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았어요."

자신과 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는 오랫동안 감춰뒀던 그 지난한 과정을 펼쳐놨다.

"처음 쓰기 시작한 건 시였어요. 당시 늦은 나이에도 제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몰랐던 것 같아요. 모호하게 그냥 책 읽는 게 좋고 오래 할 수 있는 걸 찾다 보니 그게 소설이라는 걸 늦게 알아챈 거죠."

필명을 달고 시작한 작가의 삶이 만개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대 후반이 돼서야 등단을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2014년 등단 후에도 7년 가까이 '무명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버텼다. 그 기간 김멜라는 소설가보다는 생활인에 가까웠다. 동료들과 창업을 해보기도 했고 학원 강사와 김밥집 아르바이트 등 이 기간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뭘 하든 성실하기는 했어요. 다만 요령이 없어서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쳤죠. 그래서 알 수 있어요. 글쓰기가 나와 잘 맞고 세상에서 잘한다고 인정해는 그런 고마운 일이러는 걸요."

김 작가가 소설가로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어렵게 모은 작품으로 첫 소설집 '적어도 두 번'을 출간하면서다. 이후 서서히 청탁을 받고 집필 환경을 갖춘 그는 문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받으면서 마감으로 바쁜 작가가 됐다.

"세상은 참 자기가 원하는 방향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청탁이 없던 7년 동안은 글을 쓰고 이루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컸거든요. 지금은 조금 멀리 떨어져서 숨도 쉬고 다른 것도 경험해 제 세계를 채워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세상이 저를 막 몰아가네요. 그래서 저는 세상이 이끄는 대로 그냥 흘러가는 게 제일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멜라 작가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김 작가는 최근 2024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2024.03.02. pak7130@newsis.com

"차별과 혐오의 순간을 소설 통해 바꾸려는 노력, 계속 시도하기 위해 글을 쓴다"

약 2년 전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느끼고 생각한 차별과 혐오의 순간을 소설이란 형식을 통해 다른 것으로 바꾸려 노력한다"고 말한 김멜라에게 지금도 그 마음은 유효하다. 마음이 남아있는 것을 넘어 "이를 계속 시도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 같다"는 그는 여전히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세상에 남겨져있는 차별에 유쾌함으로 맞선다.

"지면이 여러 군데 생기다 보니 이야기의 무게나 방향 같은 걸 조절할 수 있게 됐어요. 이전까진 이번 소설을 발표하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작품을 발표할 기회가 늘어난 만큼 이야기에서 욕심을 덜어내고 밀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 한 소설에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면 지금은 독자들이 편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쓸 여유가 생겼다. 이 때문에 최근 수상작인 '이응 이응' 또한 사랑과 반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이전보다 가벼운 이야기로 완성됐다.

김멜라는 "비유나 비약 같은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더 쉽게 이야기해보기도 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작가의 입장에서도 흥미로운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일까?

김멜라는 '좋은 작품'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지향한다. "좋은 삶을 살아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잘 살아 봐야죠. 대단한 기대나 엄청난 믿음보다는 편안한 믿음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그 이전에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요."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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