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팬들조차 “468만원 돌려달라”…애플의 혁신, 첫 걸음부터 ‘꽈당’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3. 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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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약 3주만에 벌써부터 ‘반품 행렬’
‘무거운 무게·비싼 가격·두통 유발’ 등
애플, 비전프로 반품 이유 취합·분석
2세대 모델 출시까지는 최소 18개월
스마트링 등 ‘웨어러블’ 개발 제동 우려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소비자가 애플 비전프로를 써보고 있다 [사진 출처 = 로이터 연합뉴스]
지금까지 ‘혁신을 이끈 기업’을 꼽으라고 하면 소비자들은 단연 애플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가 생전 검은색 터틀넥을 입고 신제품 출시 발표회에 설 때면 소비자들은 ‘애플이 이번엔 어떤 혁신을 선보일까’ 기대하며 그를 바라봤습니다. 애플은 이런 소비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2007년 감성적 디자인과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모바일 컴퓨팅시장의 문을 연 아이폰 1세대를 시작으로 아이패드와 맥북, 에어팟 등 전자기기들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애플 유니버스’를 키워나갔습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단순 전자기기를 넘어 애플카 등을 통해 애플 유니버스를 자동차와 집까지 확대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쏟아졌습니다.

이처럼 혁신을 앞세운 애플이 혼합현실(Mixed Reality·MR) 헤드셋의 선두주자 비전프로를 출시한다고 했을 때 소비자들은 아이폰 1세대에 버금가는 혁신과 감동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는 달랐습니다. 비전프로가 출시된 지 약 3주가 지났지만 판매기록 경신은 커녕 반품 행렬만 이어지는 실정입니다. 애플에 높은 충성도를 보이며 앞다퉈 비전프로를 사들였던 ‘찐팬’들도 비전프로를 살 때 지불했던 3500달러(약 468만원)를 돌려받기 위해 반품 행렬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비전프로를 앞세워 새로운 시장을 열고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려고 했던 애플도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비상이 걸렸습니다.

애플 비전프로는 시장 출시 전부터 ‘결국에는 아이패드를 완전히 대체할’ 차세대 주요 전자기기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월 2일 실제 출시 이후 이를 직접 써본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역시 아직은 시기상조였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선보인 시도는 좋았지만 비전프로 1세대는 MR헤드셋의 현 기술 수준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후기가 나옵니다. 사람들의 일상 속에 100% 파고들기 위해서는 아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으로 개선해야 할 단점들이 많다는 지적입니다. 일각에서는 긍정적 리뷰가 나오기도 하지만 비전프로를 아이폰과 아이패드처럼 매일 사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평가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실제 사용 후기가 나오면서 여러 가지 단점과 보완점이 지목됐지만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단연 ‘무거운 무게’와 ‘높은 가격’이 꼽힙니다. 600~650g에 달하는 비전프로를 장시간 머리에 쓰고 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동시에 인터페이스가 항상 매끄럽고 원활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 눈 피로감과 두통 등을 동반합니다. 그럼에도 500만원에 가까운 비싼 가격은 또 다른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랜디 치아는 비전프로를 사용하면 무거운 무게 때문에 얼굴에서 땀이 흐르고 체력이 많이 소모된다는 이유 등으로 결국 기기를 반품했습니다.

맥북프로와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의 모든 제품을 사용하는 그이지만 비전프로에 대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는 평가를 블룸버그에 전했습니다. 다른 비전프로 구매자인 빈야민 골드만은 “비전프로의 가장 큰 단점은 어두운 환경에서 사용할 때 발생하는 눈부심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비전프로를 사이에 놓고 소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출처 = 로이터 연합뉴스]
이처럼 불만이 쏟아지고 있지만 충성도 높은 일부 애플 팬들은 “이번에 출시된 비전프로는 1세대 모델에 불과한 만큼 당장 모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는 힘들다”고 항변합니다. 지금의 혁신을 이끌어 온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제품들도 1세대 모델 당시에는 장단점에 대한 소비자 의견이 갈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개선돼 현재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입니다. 애플의 이전 1세대 모델들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초기 아이폰은 3G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없었고 애플워치 1세대는 느린 인터페이스와 방수 기능 부재 등으로 질타를 받았습니다.

전자기기를 샀다가 반품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비전프로의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출시가 채 한 달도 안 된 현 시점에 이를 구입한 소비자들 대부분은 충성도 높은 애플의 열혈 팬이거나 신기술을 먼저 경험해보고자 하는 얼리어답터들이기 때문입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사는 일반 대중과 달리 제품에 훨씬 더 관대한 이들이 반품한다는 것은 비전프로에 실제로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애플은 구체적인 비전프로 반품 비율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소매점의 경우 하루에 1~2대, 대형 매장에서는 하루에 10여대가 반품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애플은 소비자들이 비전프로를 반품하는 이유를 취합·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애플 직원들은 소비자들이 반품할 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물어보고 관련 내용을 본사로 보고하도록 교육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반품의 주된 이유로는 ‘무거운 무게’, ‘복잡한 조작성과 관리법’, ‘두통 유발로 인한 장시간 이용 불가능’, ‘부족한 앱과 영상 콘텐츠’, ‘완성도 대비 비싼 가격’, ‘지나친 디스플레이 눈부심으로 인한 눈 피로’ 등이 접수됐습니다. 스마트안경과 스마트링 등 웨어러블 기기 개발을 고민하고 있는 애플 입장에서 첫 번째 도전인 비전프로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앞으로의 혁신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애플의 비전프로2 출시는 빨라야 내년 8월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애플의 혁신을 고대하는 열혈 팬들에게 영겁의 세월처럼 느껴질 이 18개월이 애플의 또 다른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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