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6천만명이 배웠는데… 中 중산층 몰락 상징 된 ‘피아노’
경기 둔화·부동산 폭락에 중산층 붕괴
‘부와 사회적 지위 상징’ 피아노 구매 줄어
‘30% 가격 할인’에도 피아노 매장 한산
중국 중산층 가구를 중심으로 한때 부와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었던 피아노 강습과 구입이 줄어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중국의 피아노 산업이 위기를 맞은 주요 원인은 경기 둔화, 주택 가격 하락, 주식 시장 침체로 인한 소득 감소 압박이 꼽힌다. 소득 감소로 인해 불필요한 구매 줄이기에 나선 중국인이 상대적으로 고액인 피아노 구매를 꺼리기 시작했고, 피아노 강습마저 중단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 정부 산하 무역단체인 중국악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피아노 생산량은 19만대로 4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 내 최대 피아노 제조업체 중 한 곳은 판매량이 두 자릿수로 감소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앤 뉴질랜드 뱅킹의 중국 수석 전략가인 진 자오펑은 “자동차, 가전제품 등 다른 내구재와 마찬가지로 피아노 판매도 소득 기대치에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피아노 업체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중국 전체 피아노 생산량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펄 리버 피아노와 하이룬 피아노는 매출이 급락할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중국 국영 기업인 펄 리버 피아노는 오는 3월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순이익이 제로에 가까웠다고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룬피아노는 올해 최대 8000만위안(약 148억원)의 순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난 2022년 순이익이 800만위(약 14억8000만원)안 이상 증가했던 것과 반대다.
◇ ‘30% 가격 인하’ 불구, 피아노 안 팔려
중국인의 피아노 사랑은 수십 년 전에 시작됐다. 1960년대 문화대혁명 당시만 해도 피아노는 부르주아 계급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비난받았다. 하지만 경제 개혁, 개방 정책을 거치면서 중산층이 급증했고, 이들에게 피아노는 저렴한 사치품으로 여겨지며 인기를 모았다. 여기다 중국 정부가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배우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피아노 교육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졌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클래식 피아노 고급 자격증을 보유한 학생은 대학 입학시험에서 추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2000년대 들어 피아노는 중산층의 부를 상징하는 도구로 여겨졌다. 상하이 음악원의 피아노 수석 교수 팡 발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국에서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은 6000만명에 달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이처럼 중국에서 피아노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전 세계 유명 피아노 제작사가 중국으로 몰려들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악기 회사 스테인웨이 앤 선스의 론 로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20년 중국 국영 언론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스테인웨이 애선스의 가장 큰 시장이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피아노에 대한 인기를 증명하듯 중국 내 피아노 생산량도 증가했다. 2003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에서만 연간 30만대 이상의 피아노가 제작됐다.
하지만 피아노 판매는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블룸버그통신은 “2월 초 방문한 베이징의 한 악기 가게에 전시된 피아노 일부는 30% 할인돼 판매되고 있었지만, 매장은 텅 비어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매장의 점원은 “업계에서 10년 넘게 일했지만, 이 정도 수준의 할인을 본 적이 없다”며 “2023년 매출이 팬데믹 기간보다 나빴다”고 말했다.
◇ 경기 둔화에 피아노 수업 중단 나선 中 부모들
한동안 중국 피아노 시장 침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고용마저 둔화하면서 중국 경제가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중국의 주택 가격이 5% 하락할 때마다 19조위안(3519조1800억원)의 부가 사라진다.
중국 베이징에 사는 한 여성은 7살 난 딸이 매주 다니던 피아노 수업을 올해 들어 중단했다. 은행 직원인 남편의 수입이 중국 당국의 금융 산업 규제로 지난 2년 동안 절반으로 줄었고, 자신은 해외여행을 가는 중국인을 상대하며 돈을 벌었지만, 팬데믹을 거치며 일감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는 “피아노를 배우려면 비용이 많이 들지만, 지금은 경제가 안 좋다”며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3년 동안 1만3000달러(약 1735만원)를 들여 아들의 피아노 수업을 지원하고, 야마하 피아노를 구입한 루시 청 역시 “기술 회사에 일하던 남편의 급여가 지난해 삭감된 후 아들이 피아노 수업을 그만두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구감소, 교육에 대한 관념 변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체제 아래에서 서구 문화를 수용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증가하고 있다”며 “피아노 판매 및 생산량이 감소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런 경향은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4만전자 코 앞인데... “지금이라도 트럼프 리스크 있는 종목 피하라”
- 국산 배터리 심은 벤츠 전기차, 아파트 주차장서 불에 타
- [단독] 신세계, 95年 역사 본점 손본다... 식당가 대대적 리뉴얼
- [그린벨트 해제後]② 베드타운 넘어 자족기능 갖출 수 있을까... 기업유치·교통 등 난제 수두룩
- [보험 리모델링] “강제로 장기저축”… 재테크에 보험이 필요한 이유
- “요즘 시대에 연대보증 책임을?” 파산한 스타트업 대표 자택에 가압류 건 금융회사
- 홍콩 부동산 침체 가속화?… 호화 주택 내던지는 부자들
- 계열사가 “불매 운동하자”… 성과급에 분열된 현대차그룹
- 삼성전자·SK하이닉스, 트럼프 2기에도 ‘손해보는 투자 안한다’… 전문가들 “정부도 美에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