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英친구가 권한 독립정신
영화 ‘건국전쟁’을 본 날, 영국인 친구와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는 한국서 10년 넘게 살았고, 한국어에 능통합니다. 전문 연구자는 아니지만 한국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영화 덕에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시 보았다 했더니 친구가 말하더군요. “집권 이후의 이승만에 대해선 여러 이슈가 있어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젊은 시절의 이승만이 결기 넘치고 명석한 사람이었던 건 맞다. 성질이 급하긴 하지만 줏대 있고, 남들과 쉽게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 그걸 아느냐 물었더니, 그는 “내 서재에 영어로 된 이승만 관련 책이 두 권 있다. 구한말 왕실 역사를 공부하며 배경지식 삼아 읽었다”고 하더군요. 하와이대학 출판부에서 나온 이승만의 저서 ‘The Spirit of Independence(독립정신)’와 연세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고(故) 이정식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의 책 ‘Syngman Rhee: The Prison Years of a Young Radical(이승만: 젊은 급진주의자의 옥중 시절)’이랍니다. 친구는 특히 이승만이 1904년 옥중에서 쓴 ‘독립정신’에 대해 “당시의 개화 정신과 열정을 담은 책이다. ‘공산당 선언’처럼 지성인을 위한 분석적인 책은 아니고, 대중을 설득하려는 느낌”이라 평하더군요.
“빌려줄까요?” 하는 친구에게 “한국어로 읽겠다” 답하고 전자책으로 ‘독립정신’을 읽었습니다. 이승만은 당시 나라를 풍랑에 휩쓸린 배에 비유하며 지위 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나라의 운명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질 것을 촉구합니다. “동포들이여! 잠도 깨고 꿈도 깨어 개명하여 어서 빨리 우리들의 권리를 되찾아 외국 사람들로부터 당하는 수모를 막아 보세. 보세! 보세! 하여보세! 함께 일들 하여보세!” 이런 문장을 외국인 친구가 권유해서야 읽어보다니 부끄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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