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정말 좋은 사람이란 건 없어요, 애써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거지…
고잉 홈
문지혁 소설집 | 문학과지성사 | 320쪽 | 1만7000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마냥 기쁠 수만은 없다. 소설집 속 인물들이 그런 상태다. 이민자와 유학생들로 대부분 꿈을 좇으며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 방황한다. 이들이 바라는 집이란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각자의 불안정한 상태를 극복하고 정착한 이상향에 가깝다. 표제작 ‘고잉 홈’은 배우 지망생의 여정을 통해 집에 도착해도 정착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시카고에서 오디션을 망친 뒤 돈이 없는 상황, 우연히 실험에 참여해 뉴욕에 돌아온다. 실험 사례금으로 받은 500달러를 “배우로서 번 첫 번째 소득”이라며 자기위안하며 집에 들어선다.
정착할 수 없는 현실은 인간을 비겁하게 만든다. 단편 ‘뜰 안의 볕’은 미국 신학 대학원 졸업을 앞둔 늘봄의 이야기. 그는 부모가 목사나 장로가 아니며 여성이기 때문에 종교인으로서 자신의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걸 안다. 작은 편법을 저지르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데, 그마저도 결단을 못 내린다. 어중간한 삶을 부끄러워하며 그는 자문한다. ‘비겁한가, 나는? 나 자신에게?’
9편의 이야기는 이처럼 어딘가 있을 법한 이들의 방황기다. 성공담만 팔리는 시대에 집요한 방황기라니. 이런 대목에서 작가의 뜻을 짐작해본다. ‘정말 좋은 분이세요’란 늘봄의 말에, 목사 부인은 “정말 좋은 사람이란 건 없어요. 그냥 애써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거지”라고 답한다. 좋은 집이란 건 없으니 그곳에 가기 위해 애쓰는 자신을 사랑해보면 어떠냐고. 방황을 감추며 자신에게 비겁해질 필요없다는 말로 읽힌다. 책의 제목도 ‘고 홈’이 아니라, ‘고잉 홈’이다. 삶은 다다르지 못할 집을 향해 걸어가는 여정일 뿐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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