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출신 작가가 쓴 죄와 벌의 모든 것
“범죄에 대한 공분이 선정적으로 소모되고 있어요. 그 에너지가 생산적 논의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범죄사회’(창비)를 낸 정재민(47)씨가 말했다. 판사 출신으로 법무부 법무심의관 등을 지내며 접한 경험과 판례를 바탕으로, 수사·형량·교정(矯正) 등 범죄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이다. 흥미로운 비유가 돋보인다. 가령 판사로 일할 때를 회고하며 “부족한 증거로 과거 사실을 정확히 복구한다는 건, 때로 살과 뼈가 국물에 녹아버린 소머리곰탕을 놓고 소머리의 표정을 정확히 복구하려는 것처럼 어렵다”고 썼다. “범죄로 인한 공분이 제도 개선이란 생산적 논의로 이어지려면, 많은 분들이 레고를 조립하듯 범죄에 대해 종합적으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책을 읽고 범죄를 막기 위한 시스템을 직접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책은 범죄와 관련된 상식을 짚고, 오해를 바로잡는다. ‘교도소는 감옥이 아니다’란 장에선 수형자를 가석방하는 이유·교도소 과밀 수용 문제 등을 다룬다. 그는 “판사로 일할 때는 범죄자를 ‘교도소에 갈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법무부에서 만난 교도관들은 ‘사회로 돌아갈 사람’으로 인식하더라. 범죄자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합리적 방식으로 범죄의 대가를 치르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소설과 에세이를 여러 권 냈지만, 사회적 주제를 다룬 책은 이번이 처음. 23년간 공직 생활을 최근 마쳤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예문정앤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로 새 출발을 앞뒀다. “섣부르게 말하는 걸 자제해 왔지만, 이젠 사회에 제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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