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내 집 마련은 ‘입지·시간·금융’을 기억하라

김경민 서울대 교수·도시계획전공 2024. 3.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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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김경민의 부트캠프] 더 험난해진 내 집 마련 명심해야 할 원칙은? (上)

몇 년 사이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높게 상승하면서 사회 초년생들은 내 집 마련 고민이 더 깊어졌다.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모 도움 없이는 내 집 마련이 어렵다 보니 당장 사회로 진출한 뒤 전세와 월세 중 무엇을 택해야 할지, 서울 밖 수도권에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게 좋은지 등이 고민된다는 질문을 받았다.

보통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를 매수하길 원하는 사회 초년생이라면 서울과 경기도를 비교할 것이다. 다수는 서울을 우선순위에 두고 분석한다. 많은 사람이 말하는 부동산 원칙인 ‘입지, 입지, 입지’ 원칙에 중점을 두는 셈이다. 필자는 이 원칙에도 수긍하지만 부동산 투자 원칙은 ‘입지, 시간, 금융’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IMF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타격을 입혔는지를 감안하면 더 그렇다.

아무리 입지가 좋아도 IMF 외환 위기 당시 서울 강남 부동산 시장은 심각하게 급락했다. 더불어 자신이 성공한 의사와 변호사여도 많은 자본을 축적하지 않았다면, 주택담보대출의 LTV(구매하려는 주택 가격에서 담보 대출이 가능한 비율)가 낮아지는 순간 부동산 매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 내 집 마련에서는 시간과 금융도 입지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답을 두 편으로 나누어 ‘입지, 시간, 금융’ 원칙 중 이번에는 ‘입지’와 ‘시간’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금융’은 다음에 소개하겠다.

이달 중순 개통을 앞둔 GTX-A 열차가 시운전에 나선 모습.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차차 개통되면 서울에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접근성이 좋은 새로운 시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뉴시스

입지의 관점에서 서울과 인근 신도시를 나누어 살펴보자. 현시점에서 도시가 제공하는 각종 어메니티(문화 자원, 교육, 상업시설)와 업무지구 크기와 접근성을 보면 서울이 신도시를 크게 앞선다. 그러나 GTX가 준공되고 보다 빠른 교통 혁신이 현실화된다면 새로운 상황이 도래한다. 현재 경기 한 지역에서 서울 강남 업무지구까지의 거리가 40km이고 오전 출근 시간이 1시간 반이 걸린다 하더라도, 광역교통망의 구축은 그 통행 시간 자체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교통 혁신이 광역 차원의 공간 혁신을 이끌면서 앞으로는 물리적 거리가 아닌 시간 거리가 주는 효용이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서울과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괜찮은 어메니티를 제공하는 지역인 동시에 서울 업무지구로 시간적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면, 서울 밖에 새로운 대안 시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추가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계층 간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공간 불균형(지역 내 주택 시장의 구분, 차별화, 분화)도 심해지는 추세다. 서울 내부의 모든 지역이 다 같이 동일한 폭만큼 상승하고 하락하는 상황이 아니다. 서울 시내의 하위 시장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고, 단기적 움직임이 매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가령 같은 강남권이라 하더라도 동일 평형대(25평형) 도곡동 도곡렉슬 아파트와 잠실동 엘리트(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아파트)의 흐름이 분화되고 있다. 두 지역은 2010년 대략 7억원 중반대를 유지하였고 2018년까지도 13억 후반대로 비슷한 상황이지만 2019년 이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같은 강남 3구임에도 가장 수요가 많은 평형대에서 강남구와 송파구 시장이 분화된 것이다.

이런 입지 관점을 유지하면서 투자 시점, 즉 ‘시간’도 고민해야 한다. 투자 시점 결정을 위해서는 국가와 지역, 그리고 주목하던 입지의 ‘과거’ 트렌드와 ‘미래’ 트렌드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이 시간 축에서 특히 대형 단지 평형대별 가격 트렌드를 꼼꼼히 봐야 한다. 가급적 분기별 트렌드를 분석하자. 절대 월별, 주별 단위에 흔들리면 안 된다. 평형은 25평 혹은 33평에 집중하자.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열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수서~동탄구간 영업시운전 공개행사에서 관계자들이 열차내부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시 경제가 활황이고 한동안 활황세가 예상된다면 부동산 시장의 미래는 장밋빛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 경제 모멘텀을 볼 때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문제는 미래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볼 때 “한 국가의 경제가 좋지 않다면 모든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안 좋을 것”이라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 실제 부동산 시장은 국가 경제가 좋지 않더라도 어느 지역의 경제는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영위하기도 한다. 그 지역의 주택 시장은 국가 경제와 상관이 없다. 쇠퇴하는 다른 지역 노동자들이 직업을 제공하는 해당 지역으로 몰리고, 주택 수요가 증가하는 혜택을 누린다.

시간 원칙에서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는 부동산 시장과 금융 시장에 나타나는 내외부적 쇼크이다. 코로나라는 역대급 위기가 닥쳤을 때 암울한 전망이 나왔던 것과 달리, 전 세계가 유례없이 무제한 금융 자본 투여로 대응하면서 도리어 자산 가격이 폭등한 경험을 잊어선 안 된다.

물론 이렇게 투자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한국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다. 가령 작년 초 부동산 시장이 일시적으로 호전된 것은 중앙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효과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가 개입해 부동산 경착륙 흐름을 막은 것이다.

따라서 사회 초년생 입장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면 무조건 바닥 시점을 노리기보다 바닥을 확인하고 무릎 수준에서 매입하는 전략을 취하는 게 현실적이다.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장기 보유(장기 투자)를 요구한다. 매입한 다음 날 매도가 가능한 주식과 채권이 아니다. 부동산은 이에 더해 환금성이 적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위험성이 있는 상품이다. 내 집 마련에 성공하려면 입지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 보수적 견지에서 시점을 정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부동산 트렌드에 대해 궁금한 점을 jumal@chosun.com으로 보내주시면 김경민 서울대 교수가 골라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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