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43] 효율과 효과
수년째 아침에 커피콩을 갈아 커피를 내린다. 효율을 따지면 원두 스틱 커피를 마시는 게 좋지만 커피를 내리며 향을 느끼는 과정이 소중해서다. 시간 낭비를 싫어하는 후배가 자주 쓰는 단어는 효율인데, 그녀는 달리면서 팟캐스트를 듣고, 일을 하면서 책상에서 샌드위치를 먹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 믿는다. ‘효과’가 실제 목표에 가까워지도록 일하는 것이라면 ‘효율’은 일을 가장 경제적인 방식으로 하는 법이다. 하지만 ‘효율’적인 게 정말 ‘효과’적인지에 대해선 고민해봐야 한다.
효율과 효과의 차이는 깨어 있는 시간뿐만 아니라 수면 시간에서도 드러난다. ‘하버드 불면증 수업’의 저자 ‘그렉 제이콥스’는 사람들은 불면증의 기준을 수면 시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더 중요한 건 수면 효율이라고 말한다. 가령 침대에서 8시간을 보내고 실제 잠을 잔 시간이 6시간뿐이라면 수면 효율이 75퍼센트란 얘기다. 4당 5락이 대학 입시의 효율적 전략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건 충분히 잠을 자고 공부 밀도를 높이는 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무한 바쁨의 시대에는 멀티태스킹이 대세다. 하지만 인간의 집중력은 매우 제한적이라 작업 전환을 할 때마다 이전 작업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려면 15분 정도 소요된다. 우리가 멀티태스킹을 효율적으로 느끼는 건 효과와 상관없는 기분 탓이란 뜻이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 전전두엽 피질의 효용성이 떨어져 멀티태스킹 같은 특정 기능을 수행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한때 30분 단위로 스케줄을 조율할 정도로 무한 바쁨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 시기에 쓴 원고는 필연적으로 무한 퇴고를 불러왔다. 나는 아침의 커피 타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커피 내리기와 뉴스 보기를 동시에 하지 않는다. 커피를 마시고 글쓰기로 바로 진입하는 내 루틴이 깨져서다. 효율이란 이름의 멀티태스킹은 산만함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평범한 우리는 저쪽에서 오는 자극을 차단해야 이쪽에서 오는 자극과 정보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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