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독일인들은 왜 유대인 학살에 동조했나

김상운 기자 2024. 3. 2.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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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동부전선.

1942년 6월 휴가를 나온 독일군 병사 발터 카슬러는 유대인 학살에 대해 매형과 대화하며 "우리가 유대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가. 나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건 우리가 죽느냐 사느냐가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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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전쟁 1939-1945/니콜라스 스타가르트 지음·김학이 옮김/976쪽·5만3000원·교유서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동부전선. 1942년 6월 휴가를 나온 독일군 병사 발터 카슬러는 유대인 학살에 대해 매형과 대화하며 “우리가 유대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가. 나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건 우리가 죽느냐 사느냐가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이를 듣고 있던 매형이 “하지만 그건 살인이다”라고 반박하자, 발터는 한마디로 모든 대화를 종결했다. “확실한 건 우리가 패배하면 그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행했던 바로 그걸 우리에게 행할 거라는 사실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사학과 교수이자 나치 연구 권위자인 저자는 2차 대전 당시 독일인들이 교환한 편지 약 2만5000통과 각종 일기, 공문서 등 광범위한 자료를 들여다보며 히틀러를 지지했던 평범한 독일인들의 심리를 파헤쳤다. 이들에게 2차 대전은 침략전쟁이 아닌 독일 민족을 방어하기 위한 종말론적 전쟁으로 여겨졌다는 것.

흥미로운 건 전쟁 당시 독일인들이 홀로코스트에 대해 쉬쉬했을 거라는 통념과는 달리 많은 이들이 이를 알고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이다. 이는 선전 선동의 대가였던 요제프 괴벨스가 유대인 학살 정보를 언론을 통해 넌지시 내비친 데 따른 것이었다. 대중매체를 통해 주입된 정보가 다수의 견해와 배치되면 결국 침묵하게 된다는 ‘침묵의 나선 효과’가 작용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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