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억제와 절제의 균형 잡힌 대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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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코너로 몰면 핵사용 가능성
과도한 대응 자제해 확전 피해야
오판 막는 강한 군사력은 필수
신뢰 회복 위해 대화 노력도 해야
」
이처럼 어려운 안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대응책은 북한 당국이 오판하여 대남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의 군사적 억제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억제를 위한 강한 의지와 힘을 길러놓지 않은 채 상대방의 선의에만 기대하는 어떤 대화나 설득 노력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1938년 유화정책을 펼치며 뮌헨협정을 통해 히틀러를 달래려 했던 영국의 네빌 챔벌린 총리의 실패가 그 사례다. 그렇기에 한·미동맹 간의 군사협력, 한·미·일 3각 협력의 강화는 올바른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과 한국이 해야 할 일들이 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첫째, 한반도에서 우발적인 핵전쟁 위험을 낮추기 위한 대북 대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한반도에서의 핵전쟁을 원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군사 당국 간의 대화 채널을 열고 최소한의 신뢰 구축 조치나 행동규칙 마련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정치적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속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들을 규합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승리를 막아야 할 것이다. 러시아의 승리는 상호 연대의 축으로 연결된 북한과 중국의 승리를 의미한다.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 약화와 고립주의로의 선회가 현실화되고, 러시아의 승리로 북한의 기가 더욱 살아난다면 한국에 대한 오판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이 모두 쉽지 않지만, 꼭 필요한 과제들이다.
한국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대북 억제 의지는 강하고 분명하게 보여주되 과잉 대응은 절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즈음 서방측 안보 전문가들은 한반도 상황과 관련하여 한목소리로 억제와 절제의 균형 잡힌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앞에서 언급한 리버 교수와 프레스 교수는 한·미동맹 양국에 비해 재래식 전력이 열세인 북한이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핵 개발을 시도했는데, 실질적 핵보유국인 북한을 코너로 몰아붙이면 절박한 상황에서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기에 예를 들어 북이 남에 대해 장사정포로 공격하면 그 장사정포를 파괴하는 정도로 그치고 그것보다 훨씬 과격한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위 있는 아시아 안보전문가 중 한 사람인 안킷 팬다도 작년 11월 포린어페어스에 실린 공저 논문에서 대북 억제 조치들을 취하면서도 불필요하게 북한과의 관계에서 불안정을 초래할 조치는 피하는 균형 잡힌 대응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선거 캠페인을 돕고 있는 보수주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 박사도 남북 모두 상대방이 도발하면 아주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판으로 인한 군사 행동이 일어날 위험이 실제로 있다”고 말하면서 “북한의 군사 행동을 억제하고 필요시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태세를 유지하는 것과 우발적 충돌이 전략적 전쟁으로 확전할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 사이에 줄타기를 해야 한다”(연합뉴스, 2월 7일 자)고 주장했다.
2024년 올 한해는 한반도에 어떤 형태로든 안보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 단발적 위기가 의도하지 않는 전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다. 물론 올해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만일 미국 대선의 결과로, 한·미 동맹이 크게 흔들리고 대북 억제력이 약화된다면, 우리는 핵 옵션이나 전술핵 도입 등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안보 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그러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 철저히 준비를 해두고 지금 상황에서 해야 될 것들을 실행해야 할 것이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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