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룽싱다다
새해 인사말에도 용이 풍년을 이뤘다. 하나로 부족한 듯 용 세 글자를 겹친 삼첩자(三疊字) 답(龘)이 유행했다. 고대 자전인 『설문해자(說文解字)』가 ‘용이 하늘을 나는 모습(飛龍之狀)’으로 풀이한 글자다. 중국중앙방송(CC-TV)이 설 특집 프로그램인 춘완(春晩)의 주제를 “용이 하늘로 훨훨 날아가니, 가정과 나라가 기쁘다”는 의미의 중국어 “룽싱다다 신신자궈(龍行龘龘 欣欣家國)”로 정하면서 겹침 한자의 유행을 이끌었다.
이어 “룽싱다다(龍行龘龘·용행답답) 첸청랑랑(前程朤朤·전정랑랑) 성훠예예(生活䲜䲜·생활업업)”가 새해 인사말로 유행했다. “용이 하늘로 솟구치니 앞길은 밝고, 생활은 여유가 넘친다”는 소망을 담았다. 달 월(月)을 네 개 겹친 랑(朤)은 ‘아주 밝다’는 뜻이다. 물고기 어(魚)를 네 개 더한 물고기 성할 업(䲜)은 ‘물 반 고기 반’의 모습을 묘사한다. 중국에서 생선은 여유로울 여(餘)와 발음이 같아 풍요로움을 기원하며 먹는 새해 음식이기도 하다.
중국인에게도 생소한 한자들이 유행하자 “무식하면 새해 복도 못 받는 세상이 됐다”며 자조했다. 관영 매체는 잘 쓰이지 않는 벽자(僻字)의 갑작스러운 인기에 “전통문화와 현재 조류의 교묘한 결합”이라며 치켜세웠다. 문화적 자부심의 생생한 사례라는 해석도 내놨다. 반면 문화적 허장성세에 불과하다는 일각의 비판도 있다.
용의 문자유희는 영문표기 드래곤(dragon)을 룽(loong)으로 바꾸자는 주장으로 번졌다. 서구의 용은 입에서 불을 뿜고 거대한 날개와 비늘을 가진 괴수다. 반면 중국의 용은 행운을 상징하는 전혀 다른 존재라면서다. 관영 신화사 영문판이 설 전날 “중국의 십이간지는 불을 뿜는 드래곤이 아니다”라며 “룽으로 영문 표기를 바꿀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딩강(丁剛) 인민일보 선임기자가 “‘룽’과 ‘드래곤’의 문화 충돌은 장기적이며 도전이 충만한 이념 조정의 과정”이라고 거들었다.
중국 관영 매체는 최근 들어 티베트의 영문 표기까지 ‘Xizang(시짱·西藏)’으로 바꿨다. 음력설은 중국설로 쓴다. “단어의 정의를 바꿔라 그러면 세상이 천천히 바뀐다”는 게 중국의 속내다. 용의 해를 맞아 중국에 등장한 신조어 ‘룽싱다다’가 예사로이 들리지 않는 이유다.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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