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이주민 폭발적 증가? 사실은…
헤인 데 하스 지음
김희주 옮김
세종서적
이민·이주 문제를 둘러싸고 전 세계에서 논란이 뜨겁다. 미국과 서유럽은 이주자 유입을 줄이거나 막으려고 국경 장벽을 쌓고 감시를 강화하며, 불법 이주를 단속한다. 반면 한국·일본에선 고령화·저출산 해결책으로 개방을 검토하고 있다.
사회학자·지리학자로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이주연구소 소장을 거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교수로 일하며 이주·사회통합 문제를 연구해온 지은이는 서구 정부들의 이런 움직임을 ‘겉과 속이 다르다’라고 비판한다. 지은이와 동료 학자들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최근까지 45개국을 대상으로 수행한 장기 연구에 따르면, 각국에서 국경 통제는 더욱 강화됐지만 이주 정책은 갈수록 느슨해졌다. 유럽연합(EU)의 국경경비기관인 프론텍스의 예산이 지난 2012년 8500만 유로에서 2022년 7억5400만 유로로 뛰었지만 이주자는 외려 늘고 있다는 역설적인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노동력 확보와 인권 보호는 현실적 과제지만, 이주민 확대는 좌파에게든 우파에게든 이를 공공연하게 입에 담는 것은 정치적 자해나 다름없다. 대부분의 정부가 이주자 제한과 국경 봉쇄를 시늉만 내면서 실제로는 유입을 눈감는 이유다.
문제는 이주 규모다. 서구인들은 가난·불평등·기후위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희망과 기회를 찾아 이주에 나선다고 여긴다. 하지만 지은이는 통계와 연구를 바탕으로 이주 규모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민 문제가 뜨거운 미국에서도 전체 인구 중 당대에 옮겨온 이주자 비율은 14% 정도로 한 세기 전과 차이가 없다. 이를 바탕으로 지은이는 현재 이주 규모는 전례 없는 수준도, 통제 불가능한 정도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지은이의 연구에 따르면 그동안 이주한 사람은 전 세계 인구의 3% 정도이고, 난민은 0.3% 수준이다. 결국, 이주는 오랫동안 계속된 글로벌 현상일 뿐, 최근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생각은 착시 현상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지은이는 이주가 가장 가난한 나라가 아니라 어느 정도 경제개발로 교육을 받은 사람이 많아진 지역에서 주로 시도된다고 설명한다. 비용을 마련할 수 있고, 노동에 필요한 언어·기술 능력을 갖춘 사람이 이주에 나서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이주를 비용-편익의 문제로 보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이주가 노동력 부족을 메워주는 건 사실이다. 문제는 경제적 이익은 대부분 고용주 차지가 되지만 사회적 비용은 공동체 전체가 떠안게 된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이주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는 우리가 어떤 종류의 사회에서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지은이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공허한 상상이나 억측이 아닌, 사실에 기반을 두고 이주 문제를 과학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판 서문에서 언급한 내용도 눈에 띈다. 한국은 이민을 나가던 이출국에서 이민자들이 들어오는 이입국으로 바뀌어 이주 노동자가 180만명에 이르고 전체 인구의 3.5%가 외국에서 태어난 이입민이다. 지은이는 독일·프랑스·네덜란드의 정치 지도자들이 1960년대부터 2000년까지 이입국이 된 현실을 부정하다 차별·소외·고립 문제가 악화됐다고 비판한다. 한국 정치 지도자들은 서구의 이런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충고다. 원제 How Migration Really Works.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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