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별이라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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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별이라면저는 그대 옆에 뜨는 작은 별이고 싶습니다그대가 노을이라면 저는 그대 뒷모습을비추어 주는 저녁 하늘이 되고 싶습니다그대가 나무라면저는 그대의 발등에 덮인흙이고자 합니다오, 그대가이른 봄 숲에서 우는 은빛 새라면저는 그대가 앉아 쉬는한창 물오르는 싱싱한 가지이고 싶습니다―이동순(1950∼ ) 봄은 무엇이든 시작하기 좋은 계절, 생동감이 기대되는 계절이다.
이 시를 읽었을 때 '그대'의 자리에 누구를 넣느냐에 따라 읽는 이의 나이, 상황, 시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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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대 옆에 뜨는 작은 별이고 싶습니다
그대가 노을이라면 저는 그대 뒷모습을
비추어 주는 저녁 하늘이 되고 싶습니다
그대가 나무라면
저는 그대의 발등에 덮인
흙이고자 합니다
오, 그대가
이른 봄 숲에서 우는 은빛 새라면
저는 그대가 앉아 쉬는
한창 물오르는 싱싱한 가지이고 싶습니다
―이동순(1950∼ )
봄은 무엇이든 시작하기 좋은 계절, 생동감이 기대되는 계절이다. 바람의 냄새와 온도는 이미 바뀌었다. 초록색 새싹이 움을 틔운다. 다소 쓸쓸했던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 우리는 이유 없이도 희망할 수 있다. 이런 봄을 노래하는 시는 대개 설렘이나 사랑의 시다. 맞다. 지금만큼 사랑의 연가를 읽기 좋은 때는 없다.
이 시를 읽었을 때 ‘그대’의 자리에 누구를 넣느냐에 따라 읽는 이의 나이, 상황, 시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사랑에 빠진 청춘은 자신의 연인을 떠올릴 것이고 많은 어머니는 자식을 떠올릴 것이다. 시인은 특정한 누군가를 생각하며 시를 썼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가 독자에게 가는 순간, 이 시에 등장하는 ‘저와 그대’는 제각기 다른 사람이 된다. 우리는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대가 잘 되도록 돕는 역할만 한대도 충분히 기쁠 수 있다.
물론 그대가 꼭 사람이라는 법은 없다. 그대의 자리에 조국의 이름을 적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삼일절이 생겨났다. 사랑의 계절이 시작되는 첫날, 우리의 조상들은 대단히 큰 사랑을 외쳤던 것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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