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진 끝 안 보여”…중국 물량공세에 공장 가동률 74% ‘추락’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2024. 3. 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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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늪에 빠진 K화학
中 에틸렌 설비 공격적 증설
국내 NCC공장 직격탄 맞아
일부 공장 가동률은 ‘반토막’
LG화학 여수 NCC(나프타분해시설) 공장 전경. [사진 출처=연합뉴스]
중국 기업들의 대규모 물량 공세에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률이 2년 새 20%포인트 가까이 감소하면서 석유화학업계가 깊은 부진에 빠져 있다. 필름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한 국내 화학업체의 가동률은 50% 선으로 추락했다.

밀려드는 중국산 제품에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석유화학 산업 전체가 구조적인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NCC 가동률은 74%로 전년 대비(81.7) 7.7%포인트 감소했다. 2021년 93.1%였던 가동률이 2년 연속 하락한 것이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NCC 가동률을 줄인 이유는 중국 업체들이 에틸렌 설비 증설을 가속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5174만t으로 5년 전인 2018년(2565t)의 두 배를 넘어섰다. 중국은 오는 2026년까지 에틸렌 생산능력을 5601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수출 중 중국 비중은 지난 2010년 48.8%에 달했지만, 중국 기업의 물량 공세로 인해 지난해에는 36.3%로 12.5%포인트 줄었다.

LG화학은 전남 여수의 NCC 2공장을 지난해 4월부터 6개월간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LG화학은 탄력적으로 가동률을 조정하고, 고수익 제품으로 라인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NCC 외의 다른 석유화학 설비 가동률도 하락하고 있다. 필름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A사의 가동률은 최근 50%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 코오롱인더의 필름·전자재료 부문 가동률은 65.2%로 전년 동기 대비 13.8%포인트 하락했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이달 말부터 4월 초순까지 보름 가량 충남 대산 공장 내 페놀·아세트 생산시설의 유지보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해당 시설의 평균 가동률은 약 70%를 기록할 전망이다.

GS칼텍스의 지난해 파라자일렌(PX) 가동률은 57%로 전년 대비 21%포인트 하락했다. PX는 GS칼텍스의 석유화학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이다. 2022년 2분기까지만 해도 PX 가동률은 90%대를 기록했으나 같은 해 3분기부터 60% 선으로 떨어지면서 하락세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업황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영업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올해 에틸렌 신규 증설 물량은 전년 대비 감소하겠지만 이미 에틸렌 생산능력은 팬데믹 이후 4000만t이나 급증했다”며 “중국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하나, 그동안 누적된 공급과잉을 단기에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석유화학 설비 가동률이 과거 평균치를 크게 하회하고 있지만 올해도 공급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며 “높아진 금리, 경기 성장률 둔화 영향 등으로 석유화학제품 수요 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맥킨지앤드컴퍼니도 ‘한국경제 제3의 S-커브를 위한 성장 모델’ 보고서를 통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맥킨지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 10개 대표 제품의 생산가동률이 2028년까지 65%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맥킨지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자급률 상승 트렌드가 지속돼 2028년경에는 2022년 한국이 중국에 수출한 물량의 10% 수준만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경쟁력이 약화된 비핵심 자산과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매각, 생산시설 통폐합 등 산업 구조 개편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LG화학은 여수 NCC 2공장 매각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는 직원들에게 한계 사업에 대한 장기 가동 중지와 지분 매각, 합작법인(JV) 설립 등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지오센트릭(구 SK종합화학)은 지난 2020년 연간 2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하던 NCC 가동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재활용 플라스틱, 고부가 화학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인 ‘울산 ARC’를 조성 중이며, 2026년부터 이곳에서 매년 32만t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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