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극’ 獨·日 과거사 태도, 초강대국 美 외교전략의 산물?

이강은 2024. 3. 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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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일본이 과거 이웃 나라들에 저지른 악행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극명하게 보여 주는 장면들이다.

독일은 그들이 점령하고 박해했던 이웃 국가들과 관계를 회복하는 데 비교적 성공한 반면 일본은 그러지 못했다.

대신 독일-프랑스, 일본-한국, 독일-폴란드, 일본-중국의 네 가지 양국 관계를 비교 분석한 뒤 독일과 일본의 과거사에 관한 태도 차이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 갈랐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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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일본과 독일이 이웃 국가들과 맺은 관계는 왜 달랐는가/월터 F 해치/이진모 옮김/책과함께/1만9000원

# 1970년 12월7일, 빌리 브란트 독일(서독)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게토(거주지역) 위령비 앞에서 비를 맞으며 무릎을 꿇고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행한 유대인 학살 범죄에 사죄했다.
 
# 2001년 8월13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다. 1995년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의 담화 이후 현직 총리론 처음으로 도조 히데키 등 2차 대전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안치된 신사에서 참배한 것이다.
월터 F 해치/이진모 옮김/책과함께/1만9000원
독일과 일본이 과거 이웃 나라들에 저지른 악행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극명하게 보여 주는 장면들이다. 독일은 그들이 점령하고 박해했던 이웃 국가들과 관계를 회복하는 데 비교적 성공한 반면 일본은 그러지 못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흔히들 일본은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고, 독일은 진정으로 잘못을 사과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그런 통상적인 견해를 거부한다. 독일과 일본이 자행한 전쟁범죄의 질적 차이, 지리적 환경과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과거사 인식 차이(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의 부재) 등에 초점을 맞추는 기존의 설명 모델을 비판한다.

대신 독일-프랑스, 일본-한국, 독일-폴란드, 일본-중국의 네 가지 양국 관계를 비교 분석한 뒤 독일과 일본의 과거사에 관한 태도 차이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 갈랐다고 주장한다. 독일은 유럽연합(EU)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지역의 기구들을 잘 활용해 자신들이 유럽 평화와 발전에 신뢰할 만한 동반자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입증함으로써 이웃 국가들과 화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사과 발언만 수차례 했을지언정 신뢰를 강화하는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아울러 이러한 차이의 배경에는 초강대국 미국이 있었음을 논증한다. 예컨대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다자주의를 육성하기 위해 강력한 역량을 발휘했다.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양자 관계의 ‘허브 앤드 스포크’(hub and spokes: 하나의 중심축과 여러 개의 바큇살) 방식을 구축하는 데 힘썼다. 전후 유럽과 아시아를 대하는 이런 미국의 태도 탓에 일본은 지역 협정을 통해 이웃 국가들과 협력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저자의 이러한 논지는 당사자, 특히 일본의 식민 지배에 끔찍한 고통을 겪었던 한국인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한·일 관계는 여전히 답보 상태이며, 과거사는 물론 독도 영유권 등을 둘러싼 갈등은 뜨거운 감자다. 그러나 제3자 입장에서 다양한 사실과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저자의 주장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시각으로서 유의미한 대목이 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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