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 뺐다고, 일기예보에 ‘1’ 썼다고…기괴한 ‘입틀막’ 정치 [논썰]
언론에 법적 대응 잦은 한동훈, 잇따라 패배
‘동료 시민’의 ‘자유’ 얼마나 더 틀어막을 건가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라는 단어를 자주 씁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 대신 ‘동료 시민’이라는 친근한 단어를 씁니다. 그러나 말뿐입니다. ‘동료 시민’의 ‘자유’를 틀어막는 험악한 풍경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집니다.
표현의 자유, 즉 자유롭게 말할 자유가 부정되는 퇴행의 시대입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심기를 거스를 만한 보도나 표현은 탄압받고, 한동훈 위원장은 자신에 비판적인 보도에 법적 대응을 일삼습니다. 그 정도가 한심합니다.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왕실모독죄 연상케 하는 ‘여사’ 호칭 제재
시사프로그램 출연자가 김건희 ‘여사’ 호칭을 생략했다는 이유로 서울방송(SBS)이 2월22일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로부터 제재를 받았습니다. 지난 1월15일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동훈 위원장을 향해 “‘김건희 특검’에 대해 명확한 자기 입장을 밝히시길 바란다”고 말한 대목이 문제됐습니다.
특검법 명칭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제재라니 어안이 벙벙합니다. ‘김건희가 ~했다’라는 식으로 일반적 서술 문장에서 호칭을 뺐다면 김 여사를 폄훼하는 표현으로 느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도 발언자가 그에 따른 정치적·사회적 평가를 받음으로써 대가를 치르면 그만이지, 방송사를 제재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에 나와 그런 식으로 말할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제재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김건희 특검’, ‘김건희 특검법’은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인데 이를 두고 ‘존칭을 생략했다’고 시비 거는 건 도가 지나칩니다. 더구나 이 사안이 선거 방송의 공정성과 어떤 연관이 있기에 선방위가 나섰는지 도무지 그 논리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타이의 왕실모독죄가 연상됐습니다. 왕정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이 나라의 형법 112조는 왕실을 모독하면 1건당 3~15년씩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에는 왕정에 비판적인 내용을 에스엔에스에 올린 혐의로 30대 남성이 징역 50년형을 선고받았다고 합니다. 이 법은 왕정 체제 유지를 위해 비판 세력을 탄압하는 가혹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한편, 왕실의 심기를 거스르는 사소한 표현조차 틀어막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기사를 보면, 지난 2020년 방콕에서 열린 거리 시위에서 패션쇼 형식의 퍼포먼스가 진행됐는데 한 참가자가 분홍색 전통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 위를 걸었고 다른 참가자들이 왕실의 인물을 대하는 전통 방식처럼 주변 바닥에 앉아 있었습니다. 이 퍼포먼스는 한해 전 국왕과 결혼한 항공사 승무원 출신 왕비를 패러디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탄압을 받았습니다. 재판 끝에 2022년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소설가 유재현씨는 2008년 ‘한겨레21’에 기고한 글에서, 왕실모독죄의 자의적 해석과 적용 탓에 타이에서는 “왕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그가 취재차 만난 타이 노동운동가들이 “(국왕인) 푸미폰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주위를 두리번거리기에 바빴고 대화 볼륨을 10분의 1로 낮추었다”고 합니다.
이번 ‘여사’ 호칭 사건을 타이의 왕실모독죄에 직접 빗대는 것은 비약이겠지만,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옥죈다는 점에서는 본질상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미끄러운 비탈길 효과’(slippery slope effect)라는 게 있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데서부터 시민의 권리를 제약하기 시작하면, 썰매가 비탈길을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가속도가 붙는 것처럼 점차 더 큰 권리까지 아무렇지 않게 제약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소해 보이는 것일지라도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원칙에 어긋나는 제약을 가해선 안 됩니다. 코미디 같은 ‘여사’ 호칭 시비가 하나둘 반복되다 보면 어느 새 대통령 부인에 대한 비판 자체를 틀어막는 효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권력을 함부로 비판하지 못하도록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현상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습니다.
“풍자는 권리”라던 윤 대통령, 집권 뒤 정반대 현실
“저 윤석열은 상식에서 벗어난 이념에 매달려 대한민국을 망치고 국민을 고통에 빠뜨렸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에스엔에스에서 공유되고 있는 영상의 한 대목입니다. 40여초 분량의 이 영상은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의 연설 영상을 짜깁기해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저 윤석열의 사전에 민생은 있어도 정치 보복은 없습니다”라는 대목을 “저 윤석열의 사전에 정치 보복은 있어도 민생은 없습니다”라는 식으로 바꾼 것입니다.
누가 봐도 ‘가상의 영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가상으로 꾸며본 윤 대통령 양심고백 연설’이라는 자막도 달려 있습니다. 정치적 풍자인 것이죠. 가상이라는 자막이 없는 버전도 유통됐지만, 영상의 성격은 변하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이 저런 말을 실제 했을 리가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으니까요. 제작자의 의도가 ‘윤 대통령이 실제 이런 말을 했다’고 믿게 하려는 게 아니라, 반어적 상황을 꾸며 윤 대통령을 풍자하려는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사실 오인을 유발하기 위한 목적의 ‘가짜 뉴스’와는 분명히 구별되는 것입니다. 만에 하나 사실로 오인될 부작용을 우려한다면, 대통령실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확인해주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2월23일 긴급 통신심의위원회를 열어 접속차단 조치를 결정했습니다. ‘현저한 사회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입니다. 경찰은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에 나섰고 영상 제작자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까지 했습니다. 왕실을 패러디했다고 처벌받는 타이의 현실과 뭐가 다릅니까.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이 스스로 했던 말과 정반대 현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주현영: 후보님이 만약에 대통령이 되신다면 SNL 이 자유롭게 정치 풍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건가요 ?
윤석열: 그건 도와주는 게 아니라 SNL 의 권리입니다 .(2021년 10월 ‘SNL KOREA’)
그렇습니다. 정치 풍자는 시민의 권리입니다. 민주국가에서 정치적 풍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198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한 외설잡지에 유명한 보수 성직자를 ‘심하게’ 풍자하는 ‘가상 고백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이 성직자가 자신의 성적 타락을 고백하는 내용이었는데, 입에 담기도 힘든 ‘19금 수준’이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이 성직자는 당연히 소송에 나섰고 1·2심 법원은 잡지사에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물렸습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습니다. 진보·보수 대법관이 만장일치로 내린 이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미국 시민의 특권 중 하나는 공적인 인물이나 정책을 비판할 권리”라면서 정치적 풍자의 가치를 옹호했습니다.
“조지 워싱턴 대통령을 당나귀로 묘사한 건국 초기의 카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풍자는 정치적 토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것이 없었다면 우리의 정치 담론은 확연히 빈약해졌을 것임이 분명하다.”(Hustler Magazine, Inc. v. Falwell, 1988)
연방대법원은 허위 사실을 사실인 것처럼 주장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제재받을 수 있지만, 문제의 ‘가상 인터뷰’는 실제 사실을 묘사하는 게 아님을 합리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만큼 풍자로서 허용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 내용이 극악무도해 당사자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더라도 그가 공적인 인물이라면 감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은 표현의 자유 분야에서 역사적인 판결의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이 사례에 비하면, 윤 대통령 ‘가상 연설’은 애교 수준입니다. 권력자를 풍자하는 이런 정도의 표현물조차 허용되지 않는다면 자유와 민주주의는 부정되고 말 것입니다.
‘윤석열차’부터 ‘입틀막’까지 ‘몰상식의 일상화’
윤석열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는 만신창이가 되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그린 풍자 만화조차 탄압한 ‘윤석열차’ 사건은 집권세력의 옹졸함을 보여주는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바이든-날리면’ 보도와 관련한 기자 전용기 탑승 배제는 미국 국무부조차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부당한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도 방심위는 이 보도와 관련해 문화방송 등에 계속 징계를 내리고 있습니다.
급기야 대통령 경호를 빌미로 말 그대로 ‘시민의 입을 틀어막는’ 사태까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지난번 ‘논썰’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한국방송(KBS)이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제작 중이던 다큐멘터리를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무산시키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4월18일 방영할 예정인데 4월10일 치러지는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말일까요. 이런 몰상식이 일상화된 현실, 참 견디기 힘듭니다.
언론 상대 고소·소송에서 잇따라 패한 한동훈
“저는 법률가로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법무부 장관으로서 표현의 자유는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동훈 위원장이 2022년 10월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차' 사건에 대해 한 말입니다. 그러나 행동은 전혀 다릅니다. 자신에 대한 비판은 조금도 참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한 위원장처럼 언론을 상대로 사사건건 소송을 벌이는 공직자는 흔치 않습니다. 그런데 그 소송 결과들은 어땠을까요. 한 위원장이 패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2021년 3월 장아무개 기자가 에스엔에스에 “그렇게 수사를 잘한다는 한동훈이 해운대 엘시티 수사는 왜 그 모양으로 했대?”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한 위원장은 “엘시티 수사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며 장 기자를 모욕·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나 고소 사건은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고,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2월1일 항소심에서 한 위원장이 패소했습니다.
법원은 한 위원장이 직접 수사를 하지는 않았더라도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등 해당 시기 직책에 비춰 “외관상으로는 엘시티 사건 수사에 일정한 권한이 있었던 것처럼 비쳐지는 측면이 있다”며 장 기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특히 “감시·비판·견제의 대상이 되는 공직자는 그러한 비판에 대하여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 이를 극복하여야 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제한하려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검찰 간부였던 한 위원장이 이런 소송을 낸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입니다.
그런데도 한 위원장은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패소까지 한 마당에, 더구나 현재 여당 비대위원장이라는 막중한 공적 지위에 있는데도 태도가 전혀 변하지 않은 것입니다. 공인 의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의심케 합니다.
또 한 위원장은 2022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시절 딸의 ‘스펙 쌓기’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는데, 이를 수사한 경찰은 최근 ‘혐의없음’ 처분을 했습니다.
해당 기사는 한 위원장 딸이 대학 진학에 활용할 스펙을 쌓기 위해 ‘엄마 찬스’를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고액 물품을 후원받아 복지관에 기부한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경찰은 이 보도가 “세부 사실에 다소 차이는 있으나 허위 사실이라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다양한 취재를 근거로 작성됐고 공직 취임을 앞둔 공인에 대한 검증 차원이었다는 점 등을 무혐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공론의 장에 나선 공적 인물의 경우에는 비판과 의혹의 제기를 감수해야 하고 그러한 비판과 의혹에 대해서는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서 이를 극복해야 하며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도 인용했습니다.
한동훈 위원장은 2022년 자신의 차량을 따라다닌 유튜브 매체 ‘더탐사’ 취재진을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강진구 당시 더탐사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은 두차례나 기각당했습니다.
‘사직구장’ 이어 일기예보까지 걸고 넘어지는 ‘코미디’
민형사 소송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한 위원장 관련 보도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잇따라 제소됐는데 하나같이 자질구레한 사안입니다.
얼마전 한 위원장은 2020년 부산고검으로 좌천돼 있을 당시를 언급하며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습니다”라고 말했는데 당시는 코로나19 사태로 무관중 경기였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사직구장에서 야구 봤다”던 한 위원장이 난감해졌다고 보도한 오마이뉴스가 제소를 당했습니다. “사직에서 야구를 봤다”고 했지 “사직구장에서 봤다”고 말한 적은 없다는 이유입니다.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다”고 하면 사직구장을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상식입니다. 사직구장이 아닌 근처 어딘가에서 중계방송을 봐놓고 “사직에서 야구를 봤다”고 말했다면, 자신의 표현이 부정확했다고 해명하면 그만입니다. 이게 정색하고 정정보도를 요구할 일입니까.
또 한 위원장은 ‘‘김건희 사과’서 물러선 한동훈’이라는 제목의 뉴시스 보도에 대해서도 정정보도와 1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습니다.
해당 보도의 맥락은 이렇습니다. 1월18일 한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제2부속실과 특별감찰관에 대한 검토 문제를 전향적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주일 뒤인 1월25일 기자들이 한 위원장에게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겠다고 했고 김건희 여사 사과도 필요하다고 했는데 입장 변화가 없는가'라고 질문하자 한 위원장은 “제가 김건희 여사 사과를 얘기한 적이 있던가”라고 되묻습니다. 이에 기자들이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염려하지 않았나'고 다시 묻자 한 위원장은 “제가 드렸던 말 그대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해당 보도는 이를 ‘사과 요구에서 물러섰다’고 해석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게 무리한 보도라고 보십니까. 한 위원장이 명품백 사건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취하는 듯했다가 소극적으로 돌아섰다는 게 본질이고, 전향적 입장에는 사과 필요성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했습니다. ‘사과’라는 말을 직접 언급했는지 여부만 따지고 드는 것은 숲이 아닌 나무만 보는 셈입니다. 당사자로선 그 대목을 꼭 수정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정보도 요구를 하면 족합니다. 1억원 손해배상까지 얹는 것은 언론에 대한 겁박입니다.
한 위원장은 이처럼 과도한 언론 대응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 ‘직접 챙기는 일이 아니다’라거나 ‘당 차원에서 하는 일’이라며 뒤로 숨습니다. 이 또한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무슨 말을 하면 다 고소·고발하고 손배 청구까지 하겠다는 겁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입을 막아버리겠다는 거죠. 이런 식의 ‘입틀막 정권’은 보수 쪽에서 얘기하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에도 맞지 않습니다. 새로운 신성 가족이 탄생되는 것 같아요. 불가침, 심지어 거론조차 하기 어려운 그런 신성 가족이 탄생되는 것 같아요.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 (2월27일 원내대책회의)
또 이런 코미디같은 일도 있습니다. 한동훈 위원장은 문화방송(MBC) 일기예보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표시하는 1이라는 숫자가 파란색으로 크게 그려진 것을 트집잡았습니다.
한동훈: 엠비시에서 일기예보를 통해서 민주당의 선거운동성 방송을 했습니다. 저는 설마 했다가 보고 놀랬거든요...아무리 그간 극도로 민주당 편향된 방송을 해온 엠비시지만 이건 선을 넘은 거라고 생각합니다.(2월29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이에 대해 문화방송은 2월에 미세먼지 농도가 1㎍/㎥까지 떨어지는 게 자주 관측되는 건 드문 일이어서 1이라는 숫자를 강조했고, 색깔은 환경부에서 낮은 미세먼지 농도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파란색을 입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성장경 앵커는 “전혀 관련없는 날씨 정보에 정치라는 프레임을 씌워 사실을 곡해한 이번 사례는 매우 뜻밖이고 그래서 당황스럽다”며 “엠비시 뉴스의 신뢰성에 타격을 입히려는 이런 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3·1절 기념사에서도 “자유”, 그러나 퇴행하는 자유
사례들이 하도 많아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도저히 자유·민주국가라고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책임있는 당사자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릅니다. 부끄러움은 ‘동료 시민’의 몫입니다. 그러나 부끄러움에 그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자유’와 직결된 문제들이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3·1절 기념사에서도 자유를 강조했습니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와 번영을 구가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우뚝 섰습니다.” 헛웃음만 나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수십년 쌓아온 자유와 민주주의가 어떻게 하루 아침에 퇴행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퇴행의 흐름이 미끄러운 비탈길로 접어들지 못하도록 서둘러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때입니다.
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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