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공 기획] '무전공 선발' 성공하려면…"방목 대신 촘촘한 지원"

이상미 기자 2024. 3. 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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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정부가 무전공 입학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대학들도 준비에 분주합니다.


학문 간 장벽을 허물고 선택권도 넓힌다는 취지지만 특정 전공의 쏠림이 우려되면서 학문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죠.


무전공 입학의 과제를 살펴보는 기획보도,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이 정책이 뿌리내리기 위한 조건들을 짚어봅니다.


먼저 영상 보고 오겠습니다.


[VCR]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 뽑는다 

'무전공' 선발 25%까지 늘어날 전망   


다양한 진로 탐색 가능 

'학생 선택권 확대' 기대    


인기학과 쏠림 현상

기초학문 붕괴 우려 여전 


대학 '벽 허물기'의 핵심 '무전공' 선발 

안착하기 위한 과제는? 




-------




서현아 앵커 

무전공 선발의 과제,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와 함께 조금 더 짚어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이미 무전공 선발과 비슷한 취지로 자율전공학부 운영하는 대학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견이 됐다고요?


배상훈 교수 / 성균관대학교 

그렇죠, 2007년에 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게 생겼잖아요. 


전문대학원이니까 대학원으로 가니까, 학부 법대 정원이 사라지는 거예요. 


그럼 그 정원을 어디 쓸까 고민하다가 2009년에 서울대학교가 자율전공이라는 걸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자유로운 학과 선택, 그다음에 다양한 프로그램, 융합적 사고 막 했어요. 


서울대학교가 그렇게 야심차게 하니까 다른 대학들도 유행처럼 자율전공을 많이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자율전공을 하더라도 촘촘하게 학생을 지도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학과 수강 안내 이런 걸 했어야 되는데 이게 준비가 안 되고 시작이 되니까 학생들이 방황하는 학생도 있고 충분히 진로 지도가 안 되니까 어느 특정 학과로 쏠리는 현상도 있고 그런 폐해가 생기니까 자율전공이 조금씩 없어지기 시작하고, 그나마 남아 있는 학교에서는 또 특정 학과로 쏠리는 그런 문제점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거죠.


서현아 앵커 

준비 없이 유행 따라 도입을 하다가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다. 


지금 교육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무전공 선발도 전공 쏠림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배상훈 교수 / 성균관대학교 

무엇보다 진로 지도가 중요할 것 같아요. 이거는 자율전공 도입 전이라도. 


왜냐하면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학생들이 거의 12년을 대입 하나를 보고 쭉 달려가잖아요. 


성적 맞춰서 학과를 선택하고 대학을 선택하는 그런 경향이 남아 있는데, 그게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1학년 때는 진로 탐색을 잘 해야 하고 진로가 성숙해야 된다. 


그걸 달리 얘기하면 내 꿈이 뭘까, 내가 앞으로 뭐 하고 살아야 되나, 내가 뭐 잘해야 되나 이런 것들을 (고민)해야 되거든요.


특히 1학년은 앞으로 취업이 바로 가깝지 않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적잖아요. 


그러니까 1학년 때 충분하게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도 기르고, 꿈도 찾고, 앞으로 어떻게 2, 3, 4학년을 끌어갈까 하는 학습 설계하는 거 그런 것들을 굉장히 잘해야 되고, 그렇지 않으면 또 방황하게 되고 유행 따라가고 때로는 부모님 조언 따라가고 친구 따라 강남 갈 수도 있고, 그냥 겉으로만 보이는 있어 보이는 학과 그런 데 쏠림 현상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묻지마식으로 가는 거.


그래서 1학년 때 진로 지도를 굉장히 잘해야 되겠다. 


그렇게 되면 꼭 경영학과 뭐 이런 데 안 갈 수도 있어요.


오늘 뉴스 보니까 한강 작가가 또 프랑스 문학상 받았더라고요. 


국문과 갈 수도 있는 거예요. 


진로 지도만 잘 받으면 그러니까 진로 지도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서현아 앵커 

진로 지도가 중요하겠네요. 


무엇보다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기초 학문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교육부에서는 교양교육을 강화하는 방식을 고려 중인데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배상훈 교수 / 성균관대학교 

대학들이 걱정하는 것은 자율전공을 도입하고 학생들의 학과 선택권을 주면 이른바 유행 인기학과로 많이 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문사철 이런 데가 굉장히 어려워지니까 교양교육으로 돌려보자 이런 얘기가 있는데 이를 좀 쉽게 말씀드리면 철학과가 있었어요. 


그럼 철학과 교수님들이 철학과 학생들을 가르치잖아요.


교양교육으로 가면 그 대학의 모든 학생을 가르칠 수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공대 학생도, 사회과학대 학생도. 


어찌 보면 바람직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공계 학생도 철학을 바탕으로 공학교육을 받을 수 있으니까 좋은 방안이 될 수도 있는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학과 체제가 우리나라가 학과 체제 중심으로 움직이고, 교수님들이 학과에 소속되기를 바라고, 자기 소속 학생이 있길 바라기 때문에 그게 충돌될 거란 말이에요.


그걸 잘 극복해야 될 것 같고 설령 그게 잘 된다 하더라도 학과가 없어지게 되면 대학원이 어려워지고, 그러면 학문 후속세대가 안 키워진단 말이죠. 


그러면 철학과는 없어져도 철학이라는 학문은 여전히 중요하단 말이죠. 


그러니까 비인기학과라고 할까 기초학문 이런 데는 대학원 같은 데는 확실히 좀 잘 지원을 해줘야 되겠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서현아 앵커 

교수나 시설 같은 교육 환경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할 텐데요.


어떤 점이 달라져야 할까요?


배상훈 교수 / 성균관대학교 

제가 계속 진로 지도 말씀드렸잖아요. 


진로 지도라는 것은 졸업 후에 내가 어떻게 가치를 발현하고, 나의 존재감을 가지면서 사회생활을 할 것인가인데 맨 땅에서 생기지는 않거든요. 


그렇다면 선배들이 어느 길로 갔는지 그런 거 봐야 되니까 그러니까 데이터 기반으로 진로 지도하고, 복수전공 뭐 할까 지금 수강 신청 시즌이에요. 


수강 안내도 해야 되고, 생활지도도 해야 되고, 1학년 때 또 경험을 많이 해봐야 내가 어떤 게 좋은지 알 수 있으니까 다양한 경험도 이렇게 제공해 줄 수 있어야 되고. 


그런데 자율전공을 하면 자율 뒤에는 항상 뒤처지는 학생이 생길 수도 있어요. 


그런 학생들을 빨리 찾아가서 개입하는 것도 필요한데 말씀한 대로 쏠림 현상이 분명히 나타날 것 같아요. 


그러면 갑자기 100명 하던 경영학과가 300명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수업이 늘어야 되잖아요. 


수업만 늘리는 게 아니고 강의실도 늘어야 되고 그런데 아시다시피 대학 가면 뭐 경영관, 사회과학관처럼 강의실조차도 특정 학문단위별로 배치가 돼 있어서 수업도 굉장히 탄력적으로 잘 열어야 되고 강의실 배정도 탄력적으로 해야 되고 더 중요한 거는 학생들이 몰리면 교수님을 뽑아서 가르쳐야 되는데 교수가 하루아침에 뽑히는 건 아니란 말이죠. 


그렇게 되면 대학들은 시차도 발생할 것이고 또 인기 쏠림 현상이 계속 갈 거라고 생각을 안 하게 되면 또 투자를 안 할 수 있어요. 


그러면 강사로만 또 수업을 운영을 할 수 있게 되면 사실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굉장히 부실한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학생들이 굉장히 다양한 진로 찾아가는 건 좋은데 입시제도 바꾸고 학과 만드는 데서 그치면 안 되고 전교적으로 교수 충원, 강의실 수업 분반 다 같이 봐야 될 거다. 


저는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서현아 앵커 

입시만 바꿀 게 아니라 인프라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해 주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가려면 무엇보다 교육과정 개편 중요하다고 강조해주셨습니다. 


이건 어떤 의미에서입니까?


배상훈 교수 / 성균관대학교 

자율전공이 1학년 때 도입되잖아요. 


그럼 1학년 때 자율이 충분히 보장이 됐어요. 


그다음에 2학년을 가죠. 


2학년을 갔는데 2학년의 과목 또는 졸업 이수 학점이 다 필수예요. 


그럼 학원 같은 거 아니에요? 


그다음부터는 선택이 없는 거잖아요.


2학년 가서 마음이 바뀔 수도 있잖아요. 


새로운 특기 적성 흥미가 생길 수도 있는 거잖아요.


당연히 교육과정이 탄력적으로 바뀌어야 되는데 졸업 학점이 대개 120학점이면 요즘 대학들 보면 거의 50프로가 전공 필수, 교양 필수, 선택이 없어요.


선택이 없이 자율, 창의, 융합이 불가능한 거 아니겠어요? 


교육과정이 바뀌어야 된다. 


교육과정이 사실 비밀의 화원 같은 거라서 숨겨져 있는 건데, 2학년 이후에도 전공은 딴딴하게 공부하지만 여러 가지를 맛볼 수 있게 교육과정이 바뀌어야 된다.


예컨대 성균관대 같으면 공대가 전공 필수 학점을 네 과목씩이나 줄였어요. 


필수를 딴딴하게 배운 다음에 여유에 대해서는 다른 과목을 이렇게 맛볼 수 있는 건데, 예를 들면 기계공학과 학생이 기계공학만 열심히 배우는 게 아니고, 신소재학과 가서 배터리를 2차 전지를 배우고, 반도체학과에서 반도체를 배우면 요즘 유행하는 전기자동차 하는 데 갈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한 우물만 파면 안 되니까. 


그래서 저는 교육과정 개편이 핵심이고 벽허물기를 계속해야 된다. 


그러니까 탄탄하게 가르치고, 계속 업데이트해야 되고, 개방을 해가지고 내 수업에 다른 학생이 들어올 수도 있고, 우리 학생이 다른 수업도 들을 수도 있고 그건 학생에도 도움이 되는 게 교육학과 학생하고 경영학과 학생들이 같이 수업을 받으면 서로 다른 관점도 배울 수 있고, 훨씬 융합적인 인재가 되기 때문에 자율전공 이후에 2학년, 3학년 때도 교육과정이 잘 개편돼 가지고 진짜 창의융합 인재가 길러져야 된다. 


저는 그렇게 보는 거죠.


서현아 앵커 

대학 생태계를 완전히 바꾸는 혁신적인 정책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속도전보다는 촘촘한 준비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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