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대체 왜 식민지배 ‘사과’ 안할까…일본인 생각 들여다보니 [Books]
일본 역사학자 시선으로
대한제국 쇠락과정 연구
식민지 역사갈등 고조 속
양국 인식차이 질문 던져
‘한국 병합’은 한국 근대사를 연구해온 일본의 역사학자인 모리 마유코 일본 도쿄여대 국제사회학과 교수가 대한제국의 흥망성쇠를 짚어본 책이다. 한일 합병에 관한 책은 다수 있었지만, 이 책은 ‘일본이 어떻게 한반도를 침탈했는가’의 관점을 넘어 ‘대한제국은 어떤 방식으로 붕괴됐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그것도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의 시각으로.
저자는 일본 식민지 지배 전 조선 왕조를 둘러싼 국제 정세와 전쟁을 시작으로 한국 병합에 이르기까지 일본인의 시선으로 역사를 마주하지만, 방대한 양의 사료를 토대로 역사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분석하고자 했다. 여기에는 한일 양국의 입장 차와 왜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됐는지에 대한 논의도 담겼다. 또 철저히 학술적인 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일반 대중을 타깃으로 알기 쉽게 썼다.
저자에 따르면 이토는 1908년 말부터 사직을 암시했다. 당시 이토는 자신이 주도했던 대한제국의 보호국화가 한국인을 위한 정책으로 일종의 환영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한국인들에게 그는 강압적인 일본의 통치를 이끈 조국의 적일 뿐이었다. 모리 교수는 “보호국 통치의 좌절을 겪은 이토는 사표를 통해 일본 내부에서 제기된 한국 병합안을 용인했고, 일본 정부는 이를 받아 한국 병합 방침을 결정하고 본격적인 절차를 추진했다”고 썼다.
“대한제국에서 일본 세력은 지금까지 충분히 충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 관민의 일본에 대한 관계는 아직까지 만족할 수 없기 때문에 일본 제국은 이후 한층 더 대한제국에서 실력을 증진하고 그 뿌리를 깊게하여 내외에 대해서 명백한 세력을 수립하는 일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한일 양국의 인식 차는 여전히 크다. 예컨대 한국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한국 병합의 ‘병합’이란 단어를 침략성을 숨기고 한국의 멸망을 표현하기 위해 새로 만든 용어로 설명하지만, 일본에서는 당시 일본 통치에 대한 민중의 불만을 해소하고 대한제국의 국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병합을 추진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한국에서는 1905년 11월 17일 대한제국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 사이 체결된 제2차 한일 협약을 강압적으로 체결된 불평등 조약이라는 데서 ‘을사늑약’으로 표현하지만, 일본에서는 대한제국을 보호국으로 삼기 위한 절차였다고 기록한다.
한국 병합을 둘러싼 논쟁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오늘날 이는 역사 인식 문제를 넘어 양국 간에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한국뿐만 아니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일본 내부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위안부 문제가 단적인 예다. 한국인 입장에서 ‘한국 병합’을 읽다 보면 일본의 강제 침탈을 미화하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역사에 대한 일본의 역사학적 관점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평행선을 달리는 양국의 인식 차를 좁히고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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