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따라잡힌 과학기술, 예산 깎은 정부가 할말 있나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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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과학기술이 한국을 앞질렀다는 정부의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월29일 내놓은 '2022년도 기술 수준 평가 결과안' 보고서를 보면, 건설·교통, 재난 안전, 우주·항공·해양, 국방, 기계·제조, 소재·나노, 농림수산·식품, 생명·보건의료, 에너지·자원, 환경·기상, 정보기술(ICT)·소프트웨어 등 11대 분야 136개 기술에서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유럽연합 94.7, 일본 86.4, 중국 82.6, 한국 81.5 차례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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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과학기술이 한국을 앞질렀다는 정부의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충격적이라기보다는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난데없는 카르텔 논란으로 과학기술계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어, 앞으로 격차가 더 벌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월29일 내놓은 ‘2022년도 기술 수준 평가 결과안’ 보고서를 보면, 건설·교통, 재난 안전, 우주·항공·해양, 국방, 기계·제조, 소재·나노, 농림수산·식품, 생명·보건의료, 에너지·자원, 환경·기상, 정보기술(ICT)·소프트웨어 등 11대 분야 136개 기술에서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유럽연합 94.7, 일본 86.4, 중국 82.6, 한국 81.5 차례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한국을 앞선 것은 한국 정부가 조사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의 과학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오른 것은 이미 몇년 된 일이다. 지난해 4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2021년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ence Citation Index·SCI)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한 나라는 점유율 18.68%의 중국이었다. 2020년 처음 1위에 오른 중국은 2021년 2위인 미국(15.17%)과 격차를 더 벌렸다. 같은 해 피인용 횟수도 중국이 가장 많았고, 미국이 2위였다. 한국은 발표 논문 편수 순위와 같은 12위에 그쳤다. 우수 논문의 양과 질은 시차를 두고 과학기술 격차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중국의 한국 추월은 예정돼 있던 일이었다.
중국은 14억명의 인구와 막강한 자본력, 중앙정부의 강력한 의지라는 삼박자를 갖추고 미국의 기술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 또한 오랜 세월 동안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을 투입해 오늘날 세계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인터넷과 생명과학 등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할 수 있었다. 후발 주자인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2위 규모의 예산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어온 것은 이런 강대국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뚜렷한 근거도 없이 “나눠먹기” 운운하며 과학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내년부터 다시 예산을 늘린다고 하지만, 이미 떠나간 인력과 추락한 자존심, 허물어진 생태계가 쉽게 복원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가의 백년지대계가 대통령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후진국 행태를 버리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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