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꽃샘추위’에도 서대문형무소 앞은 북적북적···“독립운동 그 뜻 새겨야죠”[현장]
‘빵모자’라고도 불리는 ‘뉴스보이 캡’을 쓴 김홍경·임정빈씨(23)가 나란히 섰다. 이들은 20세기 초반 독립운동가들이 즐겨 썼을 법한 모자와 옷을 입은 채 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친구가 구호를 주문하자, 두 사람은 한 손에 태극기를 들고 외쳤다. “대한독립 만세!”
고교 동창인 세 사람은 3·1절을 맞아 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을 찾았다.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돼 고초를 겪은 서대문형무소가 이 공원 내에 있다.
“일부러 독립운동가처럼 온 것이에요.” 임씨는 말을 이어갔다. “저희가 얼마 전에 전역했는데, 제대 후 첫 3·1절이라 찾아와 봤어요. 전역 후 줄어든 애국심을 고취해 보자 하면서요. 이전에도 와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의미 있는 날에 온 것은 처음이에요.”
서울 지역 낮 최고기온도 영하에 머무른 이날 갑작스러운 꽃샘추위에도 많은 시민이 독립공원을 찾았다. 독립군 전투식량 체험, 태극활 만들기, 독립운동 영운 전통팽이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들이 열려 가족 단위 방문객도 눈에 띄었다.
김서진씨(43)는 남편·두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각자 태극기와 태극 문양이 새겨진 바람개비를 들고 공원을 거닐고 있었다. 김씨는 “3·1절이 단순히 쉬는 날이 아니라 자주독립을 위해 애쓴 활동을 기념하기 위한 국경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려고 자녀들과 함께 왔다”라고 했다.
서대문형무소기념관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방송사 카메라와 리포터가 등장하자 태극기를 든 아이들과 방문객들이 주위로 모여드는 모습도 보였다.
단체로 공원을 찾은 동아리 모임도 있었다. 40대 이상의 시니어 모델 동아리 ‘들꽃무리’는 “유관순 언니가 입었던 검은 치마와 흰저고리를 본뜬 복장”을 입고 3·1절을 기념하기 위해 독립공원을 방문했다고 했다. 이상홍 모임 회장은 “2022년 12월부터 활동한 모임인데, 전국에 있는 회원 15명가량이 오늘을 기념하려고 서울로 왔다”라고 했다. 조수아 총무는 “처음으로 이런 뜻깊은 날 뜻깊은 자리에 오게 돼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1919년 3·1운동의 주 무대였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도 여러 행사가 열렸다. 천도교중앙총부는 이날 오전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 중 하나인 의암 손병희 선생의 동상 앞에서 참배식을 열었다. 천도교중앙총부 관계자는 “손병희 선생을 비롯해 민족대표 중 다수가 천도교인이었기에, 매년 3·1절에 이곳에서 참배 행사를 하고 있다”라고 했다. 행사에선 어린이 합창단의 노래와 함께 만세삼창도 울려 퍼졌다.
이날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가 주최한 ‘자유통일을 위한 천만조직 국민대회’가 열렸다. 한국교회보수연합도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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