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의 스물일곱의 나에게②] 비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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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다시 써."
두 번째 키워드는 비교이다.
비교하고 거리감을 느끼고 격차를 줄이되 나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비교한 뒤 자신의 위치를 잃거나 격차에 굴복하게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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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속에서 자아실현은 불가
타인 거울삼되 주눅들지 않고
미래의 나 자신과 비교하며
변화와 성장의 동력 삼기를
"처음부터 다시 써."
수십 번을 수정하고 아내에게 보였더니 단박에 돌아온 답변이다. 표정이 그 옛날 데스크 같다. 읽어보지도 않고 찢어버리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인가. 소설가 한강이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그랬었다. "처음부터 다시. 그건 언제나 옳은 주문이다"라고.
'스물일곱의 나에게'를 기획하면서 몽테뉴의 에세이를 벤치마킹했다. 몽테뉴처럼, 하나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고전과 경험에서 퍼 올린 인용과 사례를 적절하게 조합해 주제를 향해 가는 건축 같은 글짓기를 하고 싶었다. 이런 글짓기는 건축물 같아서 아무리 좋은 자재를 골라 써도 조화가 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두 번째 키워드는 비교이다. 요즘에는 개개인의 행복을 해친다는 이유로 금기어로 분류되기도 한다. 고유성, 주체성, 자기애 등 관련 이론도 많다. 하지만 김영민 교수가 저서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에서 지적한 것처럼 자아실현은 이불 속에서는 불가능하다. 정치공동체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게 비교 회피는 어림없는 일이다. 비교는 잘 관리하면 힘이 된다. 변화와 성장의 동력이 된다.
스물일곱 1년 차 기자 시절 매일 두 개의 칼럼을 필사했다. 매일 열 개 정도의 신문에서 좋은 글을 골랐다. 비교하고 거리감을 느끼고 격차를 줄이되 나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6개월쯤 하니까 틀이 잡혔고 1년이 넘어서는 생각의 속도만큼 손가락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동물도 서로를 비교한다. 우리집엔 반려동물이 넷이다. 강아지 둘, 고양이 둘. 막내가 고양이 꼼이다. 꼼은 아기 때부터 비교 대상을 둘째 강아지 여름이로 정했는지 자주 같이 놀았다. 개냥이가 되었다. 세 살 위 언니냥 밤은 홀로 '개판'에 끼지 못하고 왕따가 됐다. 이름처럼 말썽 많은 폭탄냥이다. 이런 경우에는 아빠와는 친하게 된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니까.
비교는 시도로 이어지고, 모든 시도에는 실패가 따라온다. 그럼에도 비교는 가혹하고 치밀한 게 좋다.
애플TV 드라마 '테드 래소(Ted Lasso)'에서 주인공 테드는 "편안함을 느낀다는 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공자의 거구무안(居求無安)과 같은 말씀이다. 자기 몸에 일부러 상처를 내고 그 상처에 도전의 기억들을 각인시키는 것, 그게 비교이고 변화와 성장의 길이다. 미국 와튼스쿨 교수 애덤 그랜트가 '히든 포텐셜'에서 적었듯 "실패는 다다익선"이다.
비교한 뒤 자신의 위치를 잃거나 격차에 굴복하게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조선 중기 명재상 오리(梧里) 이원익 선생은 지행상방 분복하비(志行上方 分福下比)를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뜻과 행실은 위와 비교하고, 분수와 재물은 아래와 비교하란다. 가장 좋은 비교는 타자를 거울로 삼되, 직접적 비교 대상은 자기 자신으로 삼는 게 아닐까 싶다. 지금의 내가 아닌 미래의 나를. 1년, 3년, 10년 뒤, 혹은 죽기 직전의 나를.
미국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는 '젊은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글쓰기는 경주가 아니다. 아무도 진짜로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삶 또한 경주가 아닐 것이다. 승패 혹은 성공이 아니라 변화와 성장이 목표가 된다. 보상은 덤이다.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라는 이탈리아 말이 있다. '경멸 또는 경시하다'란 뜻이었다는데,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면서 '어려운 일을 편안하며 우아하게 해내는 능력'이란 의미로 진화했다고 한다.
비교에 주눅 들지 말자. 무심한 듯 세심하게, 어려운 일임에도 쉬운 일처럼 담담하게. 굳이 완벽하고자 목숨 걸 필요는 없다. 스물일곱의 젊음이여, 스프레차투라!
[김영태 코레일유통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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