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산하 지부장의 비정규직·이재학PD 투쟁 방해·비방 사과

김예리 기자 2024. 3. 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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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 간부가 본의 아닌 부적절한 발언…정중한 사과"
투쟁 연대단체에 UBC 비정규직 비방…이재학 PD 유족 모욕
당사자들 "심각한 언행 안 밝혀 아쉬워…지부장 직접 사과해야"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민주노총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산하 지부장의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와 고 이재학 PD 유가족 등에 대한 거듭된 허위·명예훼손 발언에 대해 사과문을 냈다.

언론노조는 지난달 27일 홈페이지에 '언론노조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합니다'란 제목의 사과문을 올리고 “최근 사용자의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과정에서 언론노조 소속 지부 간부가 당사자와 당사자들을 지지·엄호하는 엔딩크레딧, 그리고 고 이재학 피디 유족에 대해 본의 아닌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이는 민주노조 운동에서 용인될 수 없는 것으로 이에 대해 언론노조는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엔딩크레딧 관계자, 그리고 고 이재학 피디 유족들께 정중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29일 같은 내용의 공문을 엔딩크레딧에 보냈다.

▲언론노조의 사과문. 언론노조 온라인 게시판 갈무리

언론노조는 “우리를 향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조직 운영과 조직 혁신의 방향을 설정하는 귀중한 질책으로 삼겠다”며 “현 12대 집행부는 11대 이어 비정규직·불안정 언론노동자의 '일 할 권리' '노조 할 권리'를 지키고 높이기 위한 노력들을 변함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고 이재학 CJB청주방송 PD 유족과 엔딩크레딧 활동가들은 지난달 20일 언론노조를 방문해 산하 지부 2곳의 간부가 고 이재학 PD의 피해를 부정하거나, 비정규직 당사자들을 비방·음해한 데에 언론노조가 대응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 중 1명인 UBC울산방송지부장 A씨의 언행에 △언론노조 차원의 사과 △지부장 징계 또는 사퇴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이에 앞선 지난달 초엔 UBC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언론노조에 같은 문제를 알렸던 터다.

울산지역 노동단체 대표가 엔딩크레딧에 밝힌 증언에 따르면 A 지부장은 지난 1월 지역 노동단체 대표를 찾아가 '엔딩크레딧과 노무법인 돌꽃은 이 사람들(이산하 아나운서와 손민정 그래픽 디자이너)의 돈을 빨아먹는다', '(이씨와 손씨는) 엔딩크레딧의 꼭두각시' 등 이씨와 손씨, 엔딩크레딧을 비방하는 발언을 했다.

취재에 따르면 A 지부장은 같은 달 이산하 UBC 아나운서와 면담에서 '이재학 PD 유가족이 회사에 돈을 더 달라며 싸웠다' 등 명예훼손성 허위 주장을 했다. 또 손씨에 대해 비방하며 '같이 하지 말라'고도 했다.

▲엔딩크레딧과 노동당 울산시당위원회,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등이 참여한

이산하씨는 UBC에서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아나운서로 6년 일하다 2021년 해고된 뒤 부당해고를 인정받고 복직했다. 회사는 복직 뒤에도 3년째 근로계약을 맺지 않아 이씨는 '온전한 노동자성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9년째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는 손민정씨는 UBC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중이다. 고 이재학 피디는 CJB청주방송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다 2018년 부당해고된 뒤 회사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하다 목숨을 끊었다.

언론노조 측은 엔딩크레딧에 A 지부장이 오는 3월 초 지부장 자리에서 사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A 지부장이 당사자들에게 사과 연락도 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한다. UBC지부 집행부 임기는 오는 3월 만료돼 지부는 지난달부터 차기 지부장 선거에 들어갔던 터다.

고 이재학 PD의 유족이자 엔딩크레딧 대표 이대로씨는 통화에서 사과문에 대해 “우리가 언론노조 차원의 사과를 요구해 이례적으로 공식 사과가 나왔지만, 누가 어떤 행위를 했고 사과에 따른 구체적 행동은 무엇인지 밝히지 않은 점이 아쉽다. A씨의 발언은 상식적으로나 법적으로 봐도 심각한 데다, 요구사항 중 하나였던 재발 방지를 위해선 정확한 내용을 밝혀야 했다고 본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번 사안을 언론노조가 대표로 사과하고 넘어가는 형식이 되지 않길 바라며, A 지부장이 직접 엔딩크레딧과 유가족 등을 찾아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이런 사례와 문제 제기는 오래됐다. 언론노조가 이번을 마지막 기회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하고 특히 노조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 지부들에 대해서 본조 차원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산하씨는 통화에서 “사과문에 누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지부장은 잘못을 인정하는지 알 수 없어 아쉽다. 해당 지부장의 사과 연락을 받지 못했다. 이미 지부장 교체기인 상황에서 사퇴도 책임지고 물러나는 의미로 여겨질지 걱정”이라고 했다. 이씨는 “앞으로 언론노조가 UBC 비정규직 노동자들 싸움에 적극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사과문에 산하 지부 이름과 문제 언행을 밝히지 않은 것이 이후 관련 내용이 잘못 전해지거나 추가 논박이 이어질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입장이다.

A 지부장은 1일 언론노조 사과문에 대한 입장과 해당 발언과 관련해 인정하는지, 당사자들에게 직접 사과할 의향 등을 묻는 전화와 메시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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