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누리는 통일? ‘입틀막’ 정부의 아전인수”···3·1절 대통령 기념사에 쏟아진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와 ‘통일’ 등을 강조한 3·1절 기념사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역사학자 등은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며 비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기념식에서도 일본에 사과 요구 없이 “한·일 양국은 아픈 과거를 딛고 ‘새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다”고 한 데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통해 “3·1운동은 모두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통일로 비로소 완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politics/president/article/202403011050001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기자와 통화하며 대통령 기념사를 두고 “아전인수 기념사”라고 했다. 김 실장은 “3·1절의 자유는 일본 제국주의와 억압에 대한 저항의 정신을 반영한 민주혁명”이라며 “현실에서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고 ‘입틀막’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 아전인수격으로 자유를 완전히 잘못 해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기념사에서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무장 독립운동을 벌인 투사” “세계 각국에서 외교 독립운동에 나선 선각자” “교육과 문화 독립운동에 나선 실천가”를 언급하며 다양한 갈래로 펼쳐진 독립운동을 평가했다. 구체적인 인물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미주 등지에서 외교적으로 활동해 온 이승만 전 대통령 등을 간접적으로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장 독립운동 투사와 관련한 대목에서도 지난해 육군사관학교 내 흉상 철거 문제로 논란이 된 홍범도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은 거론하지 않았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 의지를 밝힌 뒤 철회하지도 않고 기념사에서 무장독립운동가를 언급한 것은 그 자체가 진정성이 없음을 나타낸다”라며 “임진왜란을 얘기할 때 이순신 장군을 빼놓을 수 없듯, 무장 독립운동을 얘기할 때 홍범도 장군을 빼놓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라고 하는 등 ‘통일’이란 단어를 8차례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정권의 폭정과 인권유린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통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최은아 6·15 남측위원회 사무처장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와 합의를 통한 평화와 통일이 아니라, 힘의 논리와 제압의 방식으로 통일을 추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민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공존과 번영과는 지향점이 다른 점령의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최 사무처장은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의 정책 기조를 보면 자유를 확산한다는 명분으로 일종의 대북 심리전뿐 아니라 우리 국민들을 대상으로 심리전도 병행하고 있다”라며 “기념사에서 이런 부분들 재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남북 접경 지역에서 충돌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을 이어간 것 같다”라고 했다.
한·일 관계와 관련한 발언에도 비판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아픈 과거를 딛고 ‘새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고 했는데,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이를 두고 “민망하기 그지없다. 일본에 일방적인 구애를 외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일본이 독도를 외교 의제로 다루겠다고 하는 판에다 최근에는 일본 군마현에 있는 강제동원 조선인 추도비가 철거됐는데도 새 세상으로 나가겠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이번 기념사가 북한을 비판하기 위해 독립선언문을 짜깁기 하듯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미독립선언의 뿌리로 자유주의를 언급했는데, 이는 민족자결주의를 왜곡한 것”이라며 “일제의 불법 식민지배로부터 자주독립을 찾은 것이 3·1절 정신인데, 독립선언문을 이렇게 해석한 것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하며 심각한 오독으로 독립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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