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영의 칵테일 파티] 바벨탑을 허무는 사람들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2024. 3. 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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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성서에는 바벨탑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이 아주 높은 바벨탑을 쌓아서 신보다 더 높아지려 하자, 신이 피조물의 교만함을 못마땅하게 여겨 공사를 못 하게 방해한다.

인간이 아는 것을 창조주가 몰랐을 리 없으니 '더 높아지려는 마음을 교만하게 느껴서' 탑을 못 짓게 했다는 설명은 어색하다.

바벨탑을 무너뜨렸던 신이 지금도 인간 세상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면 가장 먼저 파괴하고 싶은 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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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성서에는 바벨탑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이 아주 높은 바벨탑을 쌓아서 신보다 더 높아지려 하자, 신이 피조물의 교만함을 못마땅하게 여겨 공사를 못 하게 방해한다. 신은 그전에는 하나의 언어를 쓰던 인류가 각기 다른 언어를 쓰게 했다. 언어가 달라져 협업할 수 없게 되자 인간은 뿔뿔이 흩어졌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 현대인은, 무신론자는 물론이고 신앙인조차도 신이 하늘 위에 살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천국은 물리적인 하늘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속세와 거리가 있는 고귀한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리라. 로켓을 타고 하늘 위로 올라가도 신은 없다. 인간이 아는 것을 창조주가 몰랐을 리 없으니 '더 높아지려는 마음을 교만하게 느껴서' 탑을 못 짓게 했다는 설명은 어색하다.

외려 신이 경계한 건 외로움의 해소였을지도 모른다. 수평적으로 넓게 흩어져 살던 인간이 수직적인 공간에 압축적으로 살게 되면 서로를 만나러 가는 시간도 단축된다. 예전엔 친구와 애인을 보러 1시간씩 걸었던 사람들이 이제 몇 개 층만 이동하면 고독감을 씻어낼 수 있다. 고독감에서 해방되는 것이야말로 신이 달가워하지 않을 만한 일이다. 고독은 신에게 나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많은 종교에서 성직자에게 결혼을 금하거나, 조용한 곳을 찾아가 기도하게 하는 이유다.

내면의 한구석이 고독하게 비워지지 않으면 신의 목소리를 채울 수 없다. 종교 외의 영역으로 가도 마찬가지인데, 요즘 유행하는 명상과 요가에서도 외부의 소리를 차단하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고독이 없으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이다.

바벨탑을 무너뜨렸던 신이 지금도 인간 세상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면 가장 먼저 파괴하고 싶은 건 뭘까. 단연 스마트폰일 것이다. 바벨탑의 주민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고라도 겪는다면, 스마트폰 이용자는 그런 수고도 필요 없다. 그저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면 내가 보고 싶은 상대와 소통할 수 있다. 24시간 연결돼 있는 것이다. 세상과 항상 이어져 있고, 모든 소식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받는다. 스마트폰이 꺼지면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고, 소식에서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

그러나 이게 진정한 외로움의 극복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항상 연결되고 싶어 콘센트를 찾아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그가 초 단위로 외로워하는 존재임을 증명할 뿐이다. 심지어 오프라인에서 친구를 만나면서도 온라인으로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서 스마트폰을 자꾸 들여다본다. 스마트폰은 외로움을 사라지게 하는 게 아니라 마치 없어진 것처럼 잠깐 덮어둘 뿐이다.

물론 인간은 스마트폰이 자기 영혼에 해롭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다. 고독과 동행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도 요원함을 안다. 그래서인지 최근 스마트폰을 압수하는 카페를 찾는 고객이 늘었다고 한다. 강제성을 부여해서라도 세상과의 연결을 끊어내는 것이다. 인터넷이 안 되는 구형 휴대폰을 쓰거나, 단 삼십 분이라도 명상하는 인구 또한 많아진다. 스스로 바벨탑을 무너뜨리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영혼의 갈증을 다스리기 위해선 먼저 고독을 회복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박창영 컨슈머마켓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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