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마켓관찰] 좋은 일과 나쁜 일 '4의 법칙'
하나의 부정적 감정 덮으려면
네 개의 긍정적 감정이 필요
좋은 인간관계 유지하기 위해
타인에게 상처주는 일 삼가야
하나의 잘못을 갈음하려면 몇 개의 좋은 일이 필요할까? 심리학자인 로이 바우마이스터에 따르면 인간은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3대1의 비율로 경험한다고 한다. 그래서 하나의 부정적 감정을 덮기 위해선 네 개의 긍정적인 감정을 필요로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건 그만큼 우리가 좋은 일보다 나쁜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좋은 일보다 나쁜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인류의 초기부터 이어져온 생존 본능 때문이다. 야생동물이나 기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선 위험 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현대 인류까지 이어져 좋은 일보다 나쁜 일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4의 법칙'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타인에게 잘못을 저지르거나 피해를 입혔다면 그 감정의 부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4번의 좋은 행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은 절대 1대1로 갈음할 수 없다.
부부나 연인, 더 나아가 인간관계가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살다 보면 타인이 싫어하는 일을 하기도 하고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그것이 의도이든 의도가 아니든은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건 나로 인해 타인이 싫어하고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 그 자체다. 그 점에 대해 사과를 하고,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면 잘못한 것보다 더 많은 좋은 일들을 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가 잘해준 한 가지로 잘못된 한 가지를 무마하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체로 오래가는 관계는 서로 싫어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는 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진리는 뒤집어보면 굉장히 무서운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나쁜 일이나 가능성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간의 이 심리는 실제 위험보다 위험을 훨씬 과대평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위험의 과대평가는 더 나아가서 절대적 안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기 쉽다. 이것은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확실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확실한 것은 세금과 죽음밖에 없다는 말처럼 세상은 불확실성 그 자체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확실성을 요구하면 크나큰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안아키 사건을 생각해보자. 안아키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를 학대하고 싶거나 미워서 질병의 고통에 빠뜨린 것이 아니다. 자녀를 너무 아꼈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아이를 너무나도 소중히 여기는 부모들은 자녀에게 위험이 없길 바란다. 그러한 시각에서 보자면 백신은 너무나도 위험하다. 부작용의 위험도 있고 실제로 백신을 맞고 자폐증에 걸렸다는 사람들의 증언도 눈에 띈다. 그런 위험을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자녀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위험 요소로부터 보호하겠다고 나선다. 문제는 여기서도 인간의 편향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한 무언가를 다른 모든 것보다도 고평가한다. 이 때문에 기업이 대량으로 찍어낸 백신보다 자신이 직접 하는 케어가 훨씬 안전하고 우월하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절대적인 확실성을 요구하는 태도는 이미 충분히 검증된 높은 안전성을 무시하고 더 열등하거나 나쁜 선택지를 채택할 확률을 높인다. 아동에 대한 백신 접종 거부 비율이 그 어느 때보다도 아동에 대한 관심이 높은 현대 선진국에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바로 이러한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이 점을 응용해보자면 어떨까? 인간은 손실과 위험에 민감한 존재다. 그러므로 타인과의 관계에선 타인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고 가급적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다른 측면에선 불확실한 상황에서 확실성을 요구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현실 속에서는 어떤 리스크를 선택하느냐의 문제지 리스크 제로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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