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미래] 시련을 열정으로 바꾸는 말의 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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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생일이었다.
'말의 선물'(교유서가 펴냄)에서 일본의 문학 비평가 와카마쓰 에이스케는 괴로울 때 전하는 따뜻한 한마디를 '말의 부적'이라고 불렀다.
"사랑하는 이에게는 말을 보내라./ 그 사람을 수호할/ 말의 부적을 보내라./ 썩지 않을 것을/ 바치고 싶다면/ 말을 보내라." 외로움의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졌을 때, 괴로움의 언덕 앞에서 망연자실할 때, 우연히 들은 축복의 말이 동아줄을 내려서 우리를 구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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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생일이었다. 오래전 가르쳤던 제자가 불쑥 선물을 보내왔다. 메신저 프로필을 보고 문득 생각난 모양이었다. "지난해도 쉽지 않았지만, 무사히 버텨 냈습니다." 함께 보낸 몇 마디 말이 안쓰러웠다. 이 제자만은 아닐 테다. 청년들은 지금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날이 한없이 물결치는 세상에서 헤엄치는 듯하다. 사나운 폭풍우와 험한 파도는 밀려오는데, 누구 하나 동아줄을 던져주지 않는 좌절감에 휩싸여 있다.
'말의 선물'(교유서가 펴냄)에서 일본의 문학 비평가 와카마쓰 에이스케는 괴로울 때 전하는 따뜻한 한마디를 '말의 부적'이라고 불렀다. 아무리 돈이 없고, 시간이 없어도, 사랑의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건넬 수 있는 선물이다.
사랑한다는 건 어쩌면 두 사람이 정성을 들여서 한마디 영원한 말, 아득하게 기억할 말을 이룩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친구를 생각하거나 연인을 떠올릴 때, 가슴을 울리고 미소를 부르는 목소리가 함께 일어서지 않는다면, 그 사이가 정녕 우애롭다고 하기 어려울 테다.
그래서 와카마쓰는 말한다. "사랑하는 이에게는 말을 보내라./ 그 사람을 수호할/ 말의 부적을 보내라./ 썩지 않을 것을/ 바치고 싶다면/ 말을 보내라." 외로움의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졌을 때, 괴로움의 언덕 앞에서 망연자실할 때, 우연히 들은 축복의 말이 동아줄을 내려서 우리를 구원한다. 무릎에 힘을 불어넣고, 척추에 꼿꼿함을 되돌려 준다.
시련과 열정은 영어에서 같은 말(passion)이다. 이 말은 본래 파티(pati)라는 동사에서 왔다. 파티는 무언가를 견디는 행위를 뜻한다. 삶이 주는 고통을 참을성 있게 묵묵히 감수하는 일이다. 이 말은 환자(patient)의 어원이기도 하다. 무작정 아픔을 견디다 보면 몸과 마음은 병들게 마련이다. 환자란 아픔을 견딜 수밖에 없는 사람이면서 너무 견뎌서 한이 되고, 병이 된 사람이기도 하다. 수난이 병이 되지 않게 막는 힘이 곧 말의 부적이다. 애정을 담은 한마디에 시련을 열정으로 바꾸는 불꽃이 깃들어 있는 까닭이다.
말 하나하나는 지극히 작고 무력하다. 이 때문에 우리는 흔히 '말로만' 사랑하는 걸 무시한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그 힘을 체험한 사람은 말 안에 깃든 거대한 불씨를 느낄 수 있다. 그 불씨가 마음의 불꽃을 댕기면, 어둠 속에서 헤매고 괴로워하는 우리를 비추는 등불이 된다.
와카마쓰는 고통에 지쳐 삶의 보람을 잃은 사람에게 삶의 목표를 일깨워준 사람을 '하늘의 사자'라고 불렀다. 오늘, 당신은 누구에게 하늘의 사자가 되고 있는가.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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