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뒤 집주인·세입자 분쟁 커지나…전세·유예기간 엇박자, 무슨 일
지난달 29일 국회 법사위 통과해 ‘숨통’
전세(2+2년)·유예기간(3년)은 엇박자
집주인-세입자 분쟁 급증 가능성도 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개정안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 시작 시점을 현재의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후 3년 이내’로 바꿨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경우 한 번은 전세를 놓을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실거주 의무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 입주 시점에서 수분양자가 직접 거주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기’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단지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국 77개 단지, 4만9766가구다. 이 가운데 11개 단지, 6544가구가 입주를 시작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월 ‘1.3대책’을 통해 수도권 분상제 주택에 적용되는 최장 5년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고 분양권 전매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전매 제한 규제는 시행령 개정 사항이어서 즉각 최장 10년에서 3년으로 완화됐다. 그러나 실거주 의무는 법정 사항이라 여야 합의에 따라 개정하지 않고서는 폐지가 불가능했다.
이번에 실거주 의무 3년 유예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수분양자가 입주가 시작된 후 전세 세입자를 받아 잔금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종전까지는 입주 직후부터 실거주 의무가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3년까지 전세 세입자를 받을 수 있다.
실거주 의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고, 최악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분양가 수준으로 집을 되팔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이같은 위험부담에서도 자유로워졌다.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입주가 시작되는 대단지를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나오면서 전셋값 상승 압력은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분양권 전매 제한은 사실 실거주 의무 폐지 없이는 의미가 없는 제도이고, 당장 분양받은 사람들은 잔금 마련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라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절충안이 필요했다”며 “이번 개정안 통과로 얼어붙었던 분양권 시장도 거래가 본격화하면서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 주공)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지금 금리가 높아 잔금 대출 부담이 컸던 입주 예정자들 중에는 법안 통과로 한숨을 돌린 이들이 많다”며 “이 아파트 입주 물량의 3%갸량, 한 4000가구 정도가 전·월세로 나올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만, 정부가 공언했던 실거주 의무 ‘폐지’가 아닌 유예로 방향을 정하고 계약갱신청구권 등 분쟁이 일 여지도 남아 있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지고 주택임대차보호법상 2년을 추가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권이 있는 만큼 3년 뒤 실거주를 해야 하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금으로선 2년 전세에 1년 특약사항을 넣어 계약하는 식이 될 것 같다”면서 “전세계약갱신권에 맞춰 실거주 의무 유예를 4년으로 하던가, 주택 매도 전까지만 실거주 의무를 충족하도록 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집주인이 입주 시점에 임차인과 전세 계약을 맺었는데 2년 뒤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려 하면 마찰이 생길 수 있다”며 “모호한 기간이 아니라 계약갱신청구권에 맞춰 2년이든 4년이든 확실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예 기간이 3년에 그쳐 그동안 필요한 만큼의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상황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맞지만 결국은 미봉책이라는 한계가 있다”며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거나 분양 주택을 매도하기 전까지만 실거주 의무를 충족하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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