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2스타' 식당서 와인 100병 빼돌린 지배인에 벌금 700만원
A씨는 2015년부터 6년간 서울 강남의 유명 한식당에서 지배인 겸 와인 소믈리에로 일했다. ‘미쉐린 2스타’를 받을 정도로 고급 식당이었는데, 이 식당엔 162만원 상당의 최고급 프랑스산 와인도 있었다. A씨는 2021년 7월부터 이 와인을 포함해 고가의 희귀한 와인들을 제값보다 싸게 결제하고는 가져가 버렸다. A씨가 그해 9월 퇴사할 때까지 이런 식으로 빼돌린 와인이 106병, 시가로 총 4097만원에 달했다.
A씨는 두 달 뒤에도 식당 직원에게 요청해 30만~50만원 상당의 와인 3병(시가 133만원)을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한 후 그대로 가져가 버렸다. 이후 이 식당 오너 셰프 B씨는 A씨가 떠나고나서 몇몇 중요 와인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고, 직원들과 와인에 대해 전수 조사를 하면서 A씨가 와인을 대량으로 가져간 걸 알게 됐다. B씨가 이를 문제 삼자, A씨는 2022년 2월 자신이 가져간 와인들이 정상적으로 판매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식당 포스(POS·판매시점정보관리) 시스템에 접속을 시도했다. 하지만 B씨가 비밀번호를 미리 바꾼 덕분에 A씨는 접속하지 못했다. B씨는 A씨를 형사 고소했다.
이 사건은 B씨가 2022년 10월 소셜미디어에 피해 사실을 직접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B씨는 “훔쳐 간 와인을 반납하면 다 용서하고 사건을 덮어주겠다고 했다”며 “A씨는 훔쳐 간 와인 중 30~40%는 본인이 이미 마셔서 반납할 수 없다고 했다”고 했다. A씨는 작년 1월 횡령, 절도,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A씨는 법정에서 “직원 할인가로 정당하게 와인을 샀고, B씨의 묵시적 승낙이 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3단독 이종민 판사는 지난 27일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이 판사는 “와인은 특성상 소량 생산되거나 희소가치가 있는 품목일수록 구매가 어렵고 향후 가치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며, A씨가 이런 와인을 B씨에게 보고하지 않고 임의로 결제해 가져간 것에 대해 횡령죄 등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범행 발각 후 수습하기 위해 포스 시스템에 침입하려 한 점 등을 보면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다만, 초범이고 가져간 와인에 대해 일부 금액을 결제한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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