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사망 1주기 "여전히 갈 집 없는 사람들"
인포그래픽으로 본 세상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 1주기
아직도 거리로 나오는 피해자들
여전히 임대인의 책임은 없고
피해자만 이중 대출 부담 안아
전세사기 피해자 눈물 언제까지
# 갭투기꾼들이 벌인 '전세사기'가 화두로 떠오른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지난 2월 28일은 전세사기 피해로 목숨을 끊은 첫번째 희생자의 1주기였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은 여전히 '집'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 세입자를 속인 임대인이 져야 할 책임은 미미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추가대출의 부담까지 떠안았다. 피해자들은 정부를 향해 "진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게 책임을 지게 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세사기 첫번째 희생자 1주기를 맞아 그들의 목소리와 정부의 태도를 정리해보자.
2022년 9월 1일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표➊)'으로 적정전세가, 매매가 수준, 악성 임대인 명단, 임대 보증 가입 여부를 알려주는 안심전세앱을 구축하고 주택에 걸려 있는 선순위 권리관계를 확인할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담보설정 순위와 관계없는 최우선변제금도 더 늘리겠다고 했다. 이미 발생한 피해는 저리 긴급 자금 대출과 긴급 거처 제공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전세대출을 받은 데다 자신의 전재산까지 털어 넣은 피해자들이 또다시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데 있었다. 피해자들은 전세 대출금을 받은 것도 모자라서 추가로 또 대출을 받아야 하는 건 전세사기를 저지른 집주인에게는 아무런 부담이 가지 않는 정책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전세 집주인의 사기죄가 입증될 경우엔 피해자 대출금을 면제하는 등 전세 보증금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달라고 요청했다(표➋).
2023년 1월 5일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에 분명하게 대처하겠단 의지를 밝히면서 피해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긴급 대출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표➌). 한달도 지나지 않은 2월 2일엔 '범정부 차원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을 통해 대출요건을 완화하고 공시가격 3억원 이하의 피해 주택을 경매로 낙찰받는다면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게끔 해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책안에도 피해자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다시 대출을 받는 것뿐이었다.
피해자들은 2월 28일 정부에 '전세사기피해자 전수조사(표➍)'를 요청했다. 실태를 파악하고 진짜 필요한 지원을 마련해 달라는 게 요구의 핵심이었다. 정부는 실태조사 대신 3월 10일 '전세사기 피해임차인 추가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에 있었던 긴급거처지원 등을 강화했고, 후순위 국세 당해세만큼 보증금 우선 변제를 포함했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의 대출 부담은 줄지 않았다. 그런 상태로 5월 25일 6개월마다 보완 입법을 약속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7월 2일 시행했다(표➎).
아쉽게도 특별법 역시 완전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대환대출의 소득 요건이 부부 합산 7000만원인 데다 근린생활시설, 비주거 오피스텔을 계약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은 피해자 조건조차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별법 시행 후 벌써 9개월이 지났다. 피해자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사안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표➏). 지난해 말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후에도 본회의를 넘지 못하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2월 27일 야당 단독 의결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건 그나마 주목할 만한 일이지만, 이후 상황을 예측하긴 어렵다.
이 개정안엔 피해자들이 요구하던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이 담겨 있고, 국토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토부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실행한다면 혈세 수조원을 투입해야 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들의 주장은 다르다. "정부가 말하는 수조원의 혈세는 국민을 속이는 호도"라며 "선순위 임차인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최우선 변제금조차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계산에 따르면 정부가 지원해야 할 금액은 수조원이 아니라 4000억여원으로 줄어든다. 정부와 피해자는 언제쯤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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