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학생·동문들 "윤석열은 '졸업생 입틀막' 사과하라"
졸업식서 R&D 삭감 항의 졸업생 강제 퇴장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항의하다 강제 퇴장당한 사건과 관련해 재학생과 동문, 직원, 학부모 등이 윤 대통령의 공식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카이스트 재학생·동문 등은 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에게 이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대통령 경호처장 등에 책임을 묻는 등 재발 방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른바 '카이스트 입틀막' 사태의 피해 당사자인 석사과정 졸업생 신민기씨는 "평화적으로 항의하다가 폭력적으로 입이 막히고 사지가 붙들려 끌려나갔던 사건에 대해 정부는 경호 절차에 따른 대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미 그 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종 책임이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하고 경호 절차의 개선을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대통령 한마디에 R&D 예산을 졸속 삭감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진정한 재발 방지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며 "폭력을 무기로 정의로운 의견과 요구를 묵살하는 '입틀막'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참석한 20여명의 재학생·동문 등은 "대통령은 '입틀막 사건'에 대해 사과하라", "R&D 예산을 복구해 달라" 등을 요구했다.
카이스트 12학번 졸업생 구자원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항상 강조하는 자유가 어디에 갔는지 궁금하다"며 "오늘 3·1절 기념 연설에서도 그렇게 자유를 강조하시던데, 주인공이 됐어야 할 졸업생이 피켓 들고 항의했다는 이유 하나로 끌려나간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카이스트 24학번 신입생 이수연씨는 "중학교·고등학교에서 항상 허울뿐인 지식인이 되지 않도록 배워왔다. 그런데 입학을 하자마자 이런 일이 발생해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다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서 입을 다물려고 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 인권과 존엄성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 입을 다물지 않을 것이며 학교가 나서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초과학 연구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힌 카이스트 졸업생 이한솔씨는 "실제로 평균 20% 이상의 연구비 삭감이 이뤄졌고 연구 현장이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후배님이 용기 내 졸업식 현장에서 목소리 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외면받고 폭력적으로 제압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 아팠다"며 "이에 대해 권한 있는 분들이 침묵하는 모습에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나무는 뿌리가 죽으면 죽는다. 열매가 떨어지고 가지가 부러지는 것은 눈에 보이지만 뿌리가 죽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며 "기초과학 연구 분야는 뿌리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담담히 밝혔다.
이날 발언에 나선 한 카이스트 졸업생 학부모는 "역사상 어느 시대를 살펴보더라도 청년들은 기득권과 권력자들에게 저항했다"며 "청년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회가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회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은 부디 청년들, 우리 자식들의 외침을 새겨들으시기 바란다"고 했다.
카이스트 새내기과정학부 서성원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전례 없는 국가 R&D 예산 삭감 사태로 매우 힘든 한 해를 보냈다"며 "실제 석박사 과정의 학생연구원과 계약직 연구원들의 인건비를 삭감하거나 심한 경우 해고한 상황도 발견 됐다"고 했다.
이어 "특히 카이스트 내에서 수행하던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초 산업 기술 분야의 연구 과제가 삭감되거나 폐지돼 향후 국가 전략에 기초가 되는 연구에 큰 피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윤 대통령에게 △R&D 예산 원상 복원 △쫓겨난 카이스트 졸업생에게 공식 사죄 △카이스트 전체 구성원, 과학기술자, 국민에게 공식 사죄 등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 2월 16일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 윤 대통령이 참석해 축사하는 가운데 이날 졸업생 신분으로 참석한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신민기 대변인이 "생색내지 말고 R&D(연구·개발) 예산을 복원하라"는 취지로 소리치다 경호원들에게 입을 틀어 막히고 사지가 들린 채로 끌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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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영 기자 mat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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