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만원 모은 청년, 도약계좌로 갈아탈까 예금에 묻어둘까
직장인 이 모씨(28)는 지난 2년간 월 50만원씩 납입해 연 6%대 이자에 더해 정부의 저축 장려금 36만원을 받아 1300만여 원이 된 '청년희망적금' 만기 수령금을 '청년도약계좌'에 연계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5년간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이자와 정부 지원금으로 최대 5000만원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율이 높아 목돈 모으기에 좋을 것 같아 연계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조 모씨(32)는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도래했지만 청년도약계좌로 연계하지 않고 다른 예금 상품에 돈을 예치하기로 했다. 연계 가입 조건을 보니 만기가 너무 길어 5년간 돈을 묶어둘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씨는 "중간에 해약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1년짜리 예금 상품에 돈을 넣었는데 실제 만기까지 도달할 사람이 많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0조원에 달하는 청년희망적금의 만기가 속속 도래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청년희망적금 만기 예정자는 4일까지 200만여 명에 이른다. 목돈을 어디에 굴려야 할지 고민에 빠진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만기 이후에도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저축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청년희망적금 만기 수령금을 청년도약계좌에 일시 납입하는 방안을 마련해 청년도약계좌로의 연계를 유도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연계 가입하는 대신 해지 후 예·적금에 넣을 고객을 겨냥해 앞다퉈 고금리 상품을 내놓으며 '청년 고객 모시기' 경쟁에 나서는 분위기다.
청년도약계좌는 5년간 매달 7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소득에 따라 정부 지원금이 정해진다. 기본금리는 연 4.5%에 최대 6%까지 제공되고 정부 지원금을 더하면 실질금리가 연 8~10%대 수준으로 높다. 연계 가입 신청자는 청년희망적금 만기일이 속하는 달의 다음달까지 신청할 수 있고 신규 가입자는 3월 8일까지 신청하면 된다.
청년도약계좌의 장점은 만기를 채우면 쏠쏠한 이자와 비과세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계 가입 신청자는 최소 200만원에서 만기 수령금 전액인 약 1300만원까지 원하는 금액만큼 일시납이 가능하다. 월 설정 금액은 40만·50만·60만·70만원 중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데, 일시금 납부 시 월 설정 금액에 따라 납입 전환 기간으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1260만원을 일시 납입하고 월 설정 금액을 70만원으로 가정해보자. 이때 일시 납입금 1260만원은 매달 70만원씩 18개월 동안 납입한 것으로 간주돼 정부 기여금이 지급된다. 최대 18개월 치의 이자를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만기에 얻을 수 있는 최대 수익은 약 856만원이다. 당장 돈이 급하지 않은 경우 연계 가입을 해 목돈을 굴리면 좋다.
다만 연계 가입 시 일시금을 납입하더라도 5년이라는 가입 기간은 동일하기 때문에 5년간 돈을 묶어둘 자신이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또 가입 시 만 19~34세여야 하고 개인소득(지난해 총급여 7500만원·종합소득금액 4800만원 이하)과 가구소득(중위소득 180% 이하) 기준을 충족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또 고정금리 적용 기간이 3년까지고 이후로는 변동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금리 변동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청년도약계좌 가입 조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5년이라는 긴 가입 기간이 부담된다면 최근 은행들이 잇달아 내놓고 있는 고금리·단기 예금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은행들은 최근 청년희망적금 만기 금액을 끌어모으기 위해 해당 계좌 보유자를 대상으로 우대금리를 주거나 만기가 짧은 상품을 내놓는 등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12일까지 특판 상품인 '공동구매 정기예금'을 판매한다. 청년희망적금 만기 고객에게 우대금리 0.5%포인트를 제공해 최고금리가 연 4.0%다. 금액은 100만원 이상~1400만원 이하다. 또 'KB 특별한 적금'도 운영하고 있는데 6개월간 월 30만원씩 낼 수 있으며 최대 연 6.0% 이자를 지급한다.
신한은행은 신한 청년희망적금 만기 고객과 만 18~39세 이하 청년 중 신한은행 정기예금에 처음 가입하는 고객에게 금리 우대 쿠폰을 지급한다. 'My플러스 정기예금'은 가입 기간에 따라 연 0.2~0.5%포인트 금리를 우대해줘 12개월 만기 예금에 가입할 경우 최대 연 3.85% 금리가 적용된다. 하나은행은 '급여하나 월복리 적금'에 우대금리를 포함해 연 최고 5.85%의 금리를 제공한다. 만 35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응원 특별금리 연 1.3%포인트를 준다. 만기는 1년이고 분기별 15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당장 예금으로 큰돈을 묶을 자신이 없고 가까운 시일 내에 목돈을 사용해야 한다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파킹통장을 이용하면 좋다. 파킹통장은 입출금이 자유롭지만 일반 통장보다 금리가 높고 하루만 통장에 돈을 보관하더라도 이자를 지급한다.
다만 연속해서 계좌를 개설할 수 없고 예치액에 따른 금리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상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 금액은 청년도약계좌에 적금하고, 나머지 금액을 파킹통장 상품에 넣어두면서 굴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중은행 파킹통장 상품을 살펴보면 1000만원 이하 금액에 최대 3.5% 금리를 제공하는 광주은행의 특판 상품인 '365파킹통장'과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대 3.5% 금리를 주는 SC제일은행의 '내월급통장'이 있다.
저축은행의 파킹통장 상품은 좀 더 높은 금리를 주고 있다. 애큐온저축은행의 '머니 모으기 통장'은 매주 설정한 최대 200만원까지의 도전 금액을 모으면 최고 5% 금리를 적용한다. 금액이 더 크다면 3억원 이상 예치액에 최고 3.8% 금리를 주는 다올저축은행의 'Fi 자산관리통장'과 5000만원 이하분에 대해 최고 3.6% 금리를 주는 BNK저축은행의 '삼삼한 파킹통장'도 고려해볼 만하다.
[박나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