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의 꽃’ 한국인 男사무장의 두바이 생활기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2024. 3. 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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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플라이두바이항공 사무장 인터뷰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13]

‘항공 승무원’ 하면 대부분 여자를 떠올릴 텐데 승무원 세계에서 여자가 대세인 것은 우리나라 항공사나 외항사나 사실 다를 바 없다. 그리고 비행할 때 이러한 승무원의 리더이자 최고 책임자를 사무장(Purser)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렇게 여초인 항공사에서, 그것도 ‘외항사’에서 ‘한국인’ 그리고 ‘남성’이 사무장을 하고 있는 케이스가 몇이나 될까. 단언하건대 몇 십명도 되지 않을 것이다.

비행기를 탈 때 잘 찾아보면 말쑥한 정장 차림에 항상 미소를 띠고 있는 남자 승무원을 가끔 발견할 기회가 있을 텐데, 이번화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위치한 플라이두바이 항공에서 현재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는 한국인 남성을 인터뷰했다.

지금으로부터 11년전, 막 군대를 제대한 한국인 남성 김병철씨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생각에 잠겼다. 그러던 김씨에게 눈에 띈 것은 한국인 승무원을 채용한다는 한 외항사의 공고였다. 당시만 해도 해당 항공사는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더군다나 남성이 외항사 승무원을 하는 것은 더욱 드문 시대였다.

하지만 김씨는 운명처럼 지원서를 냈고 바로 합격을 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삶의 거처를 옮겼다. 앞으로 무슨일이 생길지 모른채로.

김병철 플라이두바이항공 사무장
▶자기소개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병철입니다. 두바이 생활 11년차이고 UAE에 위치한 플라이 두바이(Fly Dubai)라는 항공사에서 현재 사무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어떤 업무를 하고있나

우리가 보통 비행기 타면 승객들을 챙기는 그런 승무원으로 하고 있고 그 승무원들을 통솔하는 리더의 포지션을 갖고 있는 사무장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플라이 두바이 사무장은 기내 서비스 총 책임자 겸 비즈니스 클래스의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플라이 두바이는 어떤회사인가

플라이 두바이는 두바이 정부가 100% 지분을 갖고 설립한 회사이고 현재 120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비행기가 100대 정도 더 들어올 예정입니다. 또 작년 겨울에 보잉 787 비행기 30대 구매계약을 해서 2년 후부터는 장거리 노선도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는 아주 유망성이 큰 회사입니다.

김씨는 “사무장은 브리핑을 위해 다른 크루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이것저것 정보를 취합하고 브리핑 준비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사무장의 하루 일과는?

보통 그 비행이 있는 날에는 출발 한시간 전 브리핑 시간이 있습니다. 보통 딱 한시간 전까지만 출근하면 되는데 사무장은 좀 더 여러 가지 준비할게 좀 더 있습니다. 30분에서 한시간 정도 더 일찍 출근해서 제가 갈 취항지에 중요한 정보들 안전문제 보안문제 또 서비스 관련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취합하고, 기내에서 작성해야 되는 입국 신고서 등도 수거하고 브리핑 준비를 합니다.

그 뒤 조종사가 출근하면 먼저 같이 합동 브리핑을 가진 다음 승무원 크루들이 출근 하면 제가 브리핑을 시작 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 크루분들 환영합니다’ 이러면서 각자 자기 소개도 하고, 비행에 대한 정보 그리고 비행 특이사항 또 여러가지 스페셜 서비스가 있는지 크루들 한 명 한 명에게 보안이나 응급 구조에 관해서 잘 숙지하고 있는지 질문도 합니다.

이렇게 브리핑이 끝나면 회사에 저희 같은 경우에는 일반 승객들이 다니는 공항 터미널로 가지 않고 바로 비행기로 이동해 비행 준비를 합니다. 비행기 안에 이상한 물건이나 이상은 없는지 기내 안전 점검하고 장비 체크하고 또 케이터링 체크도 하고 아주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갑니다. 그러다 보면 승객들 탑승 시간이 되죠. 탑승을 하면 전 비즈니스 클래스도 담당하고 있으니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분들 도와드리고 웰컴 드링크도 드립니다.

그렇게 있다 보면 또 탑승하는 중에도 여러 가지 생각지 못한 상황 변수가 발생해요. 안전 사고라든지 누가 아프다거나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제가 지상 직원이나 파일럿들 그리고 회사랑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문제를 해결 해야 되고 그렇게 하면 문이 닫힙니다.

그 뒤 비행기가 순항 고도에 다다르면 비스니스 클래스 서비스를 합니자. 다른 승무원들은 이코노미 클래스 서비스를 하고요. 그리고 비즈니스 클래스 서비스 하는 동안 파일럿들도 중간중간 챙겨야 되고 이코노믹 클래스도 가서 도와줄 건 없는지 한 번씩 봐주고 또 제가 잔소리 해야 될게 있으면 잔소리도 하고 또 비행 중에 여러가지 상황이 발생하면 그런 부분들은 다 크루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해결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퇴근을 하는데, 그 전에 크루들과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서 디브리핑을 합니다. 서로 피드백을 주고 오늘 비행은 어땠는지 잘한 것이 있으면 칭찬해주고 잘못한 거 있다면 하지 않는게 맞겠다 다음부터 조심해라 이렇게 피드백을 주고 크루들 퇴근을 시킵니다.

비즈니스클래스 승객을 챙기고 있는 김씨의 모습
▶생각보다 할일이 많은것 같다

그게 끝이 아니라 사무장은 또 남아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아까 빠뜨린 것 중에 하나가 출근 하면 사무장들에게는 회사에서 아이패드 지급이 됩니다. 그 아이패드에 회사에서 이미 따로 설치를 한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이 있어요. 회사 공지를 확인할 수 있거나 리포트를 쓸 수 있습니다.

거기에 만약 회사에서 정해 준 기준과 조금이라도 달라진게 있다면 다 일일이 보고서를 써야 됩니다. 만약 기내 안전 사고나 응급 상황이 있으면 아무래도 회사에 좀 더 오래 머물게 있게 됩니다. 이렇게 열심히 리포트를 쓰고 제출하고 아이패드 반납하면 그제서야 퇴근합니다.

▶사무장은 어떤 혜택이 있나

사무장으로의 가장 큰 베네핏은 월급을 일반 승무원보다 더 많이 주는 겁니다. 대략 1.5배정도 되는것 같습니다. 그것 외에도 회사에서 좀 더 챙겨주고 존중해 주고 또 저 같은 경우에는 기장님들 그리고 회사 매니저들과 컨택 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다 보니 아무래도 일반 승무원일 때보다 좀 더 나란 사람에 대해 회사가 알아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외 혜택은 사실 다른 일반 승무원들과 아직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승무원으로서의 혜택은 똑같이 할인항공권을 쓸 수 있습니다. 플라이 두바이뿐 다른 대형 항공사들, 예를 들어 에미레이트항공, 캐세이 퍼시픽, 루프트한자, 델타항공 같은 대형항공사 할인 항공권을 쓸 수 있고, 저뿐만 아니라 제 가족들과 형제 자매까지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과는 보험 시스템이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여기도 좋은 병원은 의료 수가가 높은 편이거든요. 하지만 회사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이 괜찮은 편이라 좋은 병원에서 잘 치료받을 수있습니다. 얼마전에 좀 아파서 수술하고 1인실 병실도 썼는데 한 푼도 안 냈습니다.

어느날 비행에서 빼빼로를 받다
▶사무장이 되는데 얼마 정도 걸리나

회사에서 내건 자격 조건은 한 2년에서 3년 정도 일하면 자격 조건은 주어지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8년 걸렸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는데, 코로나 위기가 가장 큰 요인이었고 당시 회사가 어렵다 보니까 시간이 좀 더 걸렸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2~3년이면 사실 누구나 지원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생활에 만족하나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완전 만족까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만이 많지 않고요. 사실 어느 곳에 가나 똑같은 같습니다. 산좋고 물좋고 공기좋고 자연까지 맑은 곳은 없잖아요(웃음). 그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회사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씨의 모습
▶회사에 한국인들이 얼마나 있나

아주 많은 편은 아닌데 여전히 그만두지 않고 계시는 분들이 꽤 계십니다. 그리고 지난 달에도 저희 회사가 한국에 가서 채용을 했다고 들었는데, 꽤 많이 뽑혀서 곧 입사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확실한건 코로나 위기 이후로 한국 사람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한국인에 대한 평판은 좀 어떤가

좋은 편인 듯합니다. 일단 항공사라는 곳도 워낙 좁다 보니까 내가 비행에서 어떤 행동을 뭐 하나 잘못 하면 이게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로 이게 소문이 빠르게 퍼집니다. 그런데 한국인에 대한 안좋은 얘기는 들어본적 없고요. 그러다 보니 한국인들 평이 다 괜찮은 것 같고, 한국인들과 이러저러한 문제가 생겼다고 얘기하는 직장 동료들은 많이 못 본 거 같습니다. 한국인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김씨는 “(현재생활에)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완전 만족까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만이 많지 않고요”라며 웃었다
▶사무장으로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사무장이 되기 위해서는 체크 플라이트를 봐야 합니다. 일종의 시험으로 이 사람이 정말 사무장이 될 깜이 되는지 안 되는지 검사하는 비행이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사무장을 좀 더 빨리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그동안 몇 번 있었는데 스스로 좀 자신이 없었습니다. ‘내가 이 정글 같은 다국적 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직 내 영어가 많이 부족한 것 같은데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렇게 제 실력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지원을 안 했어요.

그러다가 ‘그래 인생 뭐 있어?’ 하고 지원을 했는데 갑자기 모든게 다 물흐듯이 가는 겁니다. 그러다가 사무장 체크 비행하는 날이 왔는데 그 비행에서 만약 떨어지면 사무장이 되는 걸 포기해야할 정도로 다시 교육을 받아야 해서 좀 복잡하거든요.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않습니까. 당시 날씨도 너무 덥고 정신도 없고 또 여러 가지 생각지 못한 상황들이 자꾸 변수가 많이 발생해서 의료 응급 상황이라던가 하는 것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납니다.(웃음)

그런데 저를 감독했던 검사관이 러시아 사람이었는데 굉장히 회사에서 엄격하기로 되게 유명한 사람이었습니다. 근데 그 검사관이 저한테 ‘너는 리더십이 있어. 너는 할 수 있어. 너는 잘할 수 있어. 너는 분명히 좋은 리더가 될꺼야’ 이렇게 얘기해줬습니다. 그날이 제일 기억이 남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사무장 체크시험 비행을 통과한 뒤 축하 사진을 찍은 김씨의 모습
▶가장 선호하는 비행과 그렇지 않은 비행은

아시아 쪽 비행을 좋아합니다. 태국이나 인도 스리랑카 같은 비행이 같은 아시안 승객들이 많아서 그런지 좀 마음이 편해지는게 있어서 아시아 비행 쪽을 많이 선호합니다.

별로 선호하지 않는 비행은 러시아권 비행입니다. 이게 문화 차이인 거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러시아 문화랑 저랑은 좀 맞진 않은듯 합니다. 일단 좀 러시아권 사람들 자체가 성향이 좀 공격적이고 상당히 솔직해요.

직설적이고 자기 표현 그대로 필터 없이 다 해야 되는 사람들이고 그러다 보니까 승무원으로서 핸들 할 때는 좀 쉽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근데 또 러시아 비행만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건 개인의 편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두바이 승무원 세계에 오게 된 계기?

처음에 2년만 하고 가야지 생각하고 왔었는데, 이제는 두바이가 오히려 제 집 같습니다(웃음). 11년 전 군대 제대하고 멍하게 지내다가 ‘남자 승무원이라는 걸 뽑네?’ 공고를 발견했습니다. ‘나도 전 세계 여행 한번 다녀보고 싶다 세상 구경 한번 해보고 싶다’ 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곳에서 10년 넘게 생활하게 한 동기가 된 거 같습니다.

그때 좀 시기가 안 좋아서 제가 가고 싶던 국외 항공사들이 한국 남성 승무원을 안 뽑을 때였습니다. 근데 어느날 갑자기 어떤 외항사가 한국으로 채용을 온다고 하는겁니다. 사실 워낙 평판이 없는 회사다 보니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가볍게 붙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평생 잊을 수 없는, 좋으면 좋고 또 싫을 땐 싫고 그런 애증의 관계가 섞여 있는 저의 귀한 회사가 되었습니다.

두바이 부르츠알아랍 앞에서
▶중동 해외취업을 추천하나?

저는 강력 추천합니다. 특히 한국 직장 생활에 지치신 분들 그리고 또 영어가 원어민 급은 아니라도 그래도 어느 정도 전 세계 다국적 기업에서 일해보고 싶다 혹은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과 한번 같이 경험해 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 그리고 해외 생활 1~2년 정도 한번 해 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항공사가 아니라도 한국 기업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 와서 1~2년이 됐든 또 더 긴 시간이 됐든 일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외의 삶은 또 본인의 선택이고 본인이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일단 저는 추천합니다.

▶외항사 승무원을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이나 팁?

각자의 인생과 상황이 다릅니다. 저도 어떻게 보면 그냥 현생을 사는 사람이고 또 어떻게 보면 내일이 불안한 사람 평범한 사람 중에 한 명입니다. 모든 건 다 개인의 선택이고 또 내가 원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최선을 다한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각자 선택하시고 또 그것에 대한 결과도 각자의 책임이라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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