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하숙집이야? 호텔이야?”…대학가 월세 2배에도 2030 몰린다는데 왜 [부동산 이기자]
전세사기 불안한 MZ세대 중심으로
공유주거 ‘코리빙’ 대안으로 부상
공용오피스·펫놀이터·영화관 등 공유
침실과 화장실은 독립적 공간으로
대학가·업무지구서 활발하게 운영中
원룸·오피스텔보다 비싼 가격은 부담
새 학기를 앞둔 대학생, 전세사기가 두려운 직장인 등을 중심으로 코리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작년에 관련 제도를 정비했고, 올해 세제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떤 주거 형태인지 자세하게 한번 살펴볼까요.
과거 대학가나 고시촌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기숙사, 고시원, 하숙집이 진화한 형태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다만 운영 주체가 기업인 게 다른 점입니다. 그래서 코리빙은 기업이 운영하는 ‘임대형 기숙사’라거나 ‘공유 주거’라고도 불립니다.
기업이 운영하니 상대적으로 전·월세 보증금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단 의견도 나옵니다. 서울 마포구 신촌의 한 코리빙 시설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 모씨는 “작년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기 사건이 워낙 많지 않았냐”며 “불안한 마음에 조금이라도 안전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나마 대학가는 싼 편이기도 했습니다. 업무지구 주변의 코리빙 시설은 평형에 따라 월 임대료가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세빌스도 리포트에서 “비슷한 규모와 연식의 오피스텔보다 코리빙 시설 월 임대료가 10~20% 정도 높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공용 공간을 여럿이 쓰다보면 정리 문제 등이 발생하기도 하겠지요.
이때까진 호텔 등으로 쓰이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코리빙 시설을 만들었는데요. 지난해 마포구에 아예 처음부터 새로 지은 맹그로브 신촌을 개설했습니다. 지점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유튜브 촬영·편집 부스, 영화 라운지 등 이색적인 공용 공간을 꾸며놓은 게 특징입니다.
MGRV는 이달 들어 코람코자산신탁과 손을 잡기도 했습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전국 160곳의 주유소 부지를 개발하는 상장 리츠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리츠의 미래 먹거리로 코리빙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그 전까진 주유소 땅을 맥도널드, 폴바셋 등의 드라이브스루 매장으로 주로 바꿨는데 이젠 맹그로브도 세우겠단 겁니다.
총 6곳의 지점에서 국내 최대 규모인 3800가구를 운영하는 중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용산구에 에피소드 용산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기도 합니다. 차별점은 입주자가 취향에 맞는 가전과 가구를 구독해 빌려 쓸 수 있단 겁니다.
부동산 프롭테크 업체와 대기업도 적극 손을 잡고 있습니다. 야놀자클라우드와 KT에스테이트는 트러스테이란 기업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트러스테이는 코리빙 브랜드 ‘헤이’를 내놓았어요. 과거 KT 통신 기지국으로 쓰였지만 지금은 놀고 있는 땅을 개발해 헤이를 선보이는 게 핵심입니다.
자산운용사도 코리빙 투자에 관심을 보입니다. 마스턴투자운용은 지난해 유니언플레이스와 함께 코리빙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마스턴투자운용이 코리빙 리츠를 만들어 돈을 모으고, 유니언플레이스가 코리빙 공간을 운영·관리한다는 구상입니다.
유니언플레이스는 주거, 업무, 휴식, 여가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유니언타운을 세우는 걸 목표로 합니다. 유니언타운 건물 안에 공유주거 업플로, 공유오피스 유니언워크 등이 마련돼 있습니다.
이 외에도 글로벌 자산운용사 ICG가 부동산 프롭테크 홈즈컴퍼니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3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국내 공유 주거 시설 개발에 나서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로컬스티치, 패스트 파이브 등도 잘 알려진 코리빙 브랜드입니다.
코리빙도 기숙사의 하나로 보기로 한 겁니다. 이른바 ‘임대형 기숙사’입니다. 원래는 학교와 공장에서만 일반 기숙사 형태를 운영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작년부턴 임대형 기숙사도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상 등록임대주택 대상이 됐습니다.
그나마 정부가 지난 1월 코리빙과 같은 주택공급 유형을 다양화하겠다고 재차 밝혔습니다. 민간 사업자들은 코리빙을 확대하겠단 정부 방침에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공공에서 비슷한 유형의 주택공급이 잘 이뤄지면 민간사업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용도지역을 올려 사업성을 높여주는 대신 임대료를 싸게 줘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습니다. 주거 공간에 대한 임대료는 주변 원룸 시세의 50~70% 수준으로 공급하고, 그 밖의 공용 공간은 입주자가 선택해 사용한 만큼만 부과하기로 한 겁니다.
대상지는 역으로부터 350m 안에 있는 역세권이거나 간선도로에서 50m 안에 있는 곳으로 선정할 예정입니다. 의료시설 인근 350m 안에 있는 땅도 대상지가 될 수 있습니다. 청년뿐만 아니라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도 코리빙 시설을 공급하기 위함입니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2030년에는 서울 시내 5집 중 2집이 1인 가구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시점까지 5년 밖에 남지 않아 1인 가구를 위한 주거 방안이 꼭 마련돼야 할 시점”이라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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