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엉덩이 좀 맞자’…여성 언론노동자 4명 중 1명,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경험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이 연결되는 사건들이 많다. 남자 선배 기자가 여자 후배 기자에게 업무 지시를 하다가 자기 마음대로 안 되면 ‘야, 너 나한테 엉덩이 좀 맞자’라고 하는 식이다.” (서울의 한 방송사 노동자 A씨)
여성 언론 노동자 4명 중 1명은 지난 3년간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1일 민주노총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발간한 ‘성평등·조직문화 진단과 노동조합의 역할 및 과제’를 보면, 지난 3년간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을 경험한 이들은 18.2%였다. 특히 여성 노동자는 27.5%가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설문조사는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진행됐고, 총 2099명(여성 833명, 남성 1257명)이 참여했다. 기자와 PD뿐 아니라 제작·기술, 광고 영업·사업 지원, 일반사무직도 포함됐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은 ‘성적 비하, 성적 모욕감을 주는 외모 평가, 성적 대상화 등 통한 성적 농담’ 유형(전체 50.8%·여성 61.4%)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얼굴이나 손 등 신체를 접촉해 성적 불쾌감을 주는 행위’(전체 26.2%·여성 33.3%), ‘성적인 칭찬이나 제안, 연애 관계에서 가능한 친밀한 언행을 하는 행위’(전체 15.4%·여성 19.7%) 등이 뒤를 이었다.
언론 노동자들 역시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을 겪고도 문제 제기하는 것을 꺼렸다. 상급자, 노동조합, 사내 신고상담센터 등에 고충을 호소했다고 응답한 이들은 27.7%에 그쳤다. ‘혼자 끙끙 앓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 대해선 ‘회사 내 동료들 간 관계·직장 분위기가 불편해질 것 같아서’가 36.2%(중복 응답)로 가장 높았다. ‘징계가 제대로 이뤄질 것 같지 않아서’(27.2%), ‘회사에서 일하는 데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서’(22.8%) 등이 뒤를 이었다.
언론 노동자들은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평등한 조직문화·조직운영 개선기구 구성’(25.4%)을 회사가 성평등 조직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꼽았다. 노조에 대해선 ‘가해자·피해자에 대한 회사의 적절한 조치 감시와 피해자 조력’(53.2%)을 기대했다.
박주영 노동자권리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노사 공동으로 조직 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조직 문화 및 제도를 정비하기 위한 참여형 기구를 운영하는 것이 노조의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1231703001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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