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vs 비비, '성장통'과 '성장'의 상관 관계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3월1일 음원 차트 순위를 들여다보자.
낮 12시 기준, 멜론 차트 1위는 비비의 '밤양갱'이다. 아이유의 '러브 윈스 올'이 그 뒤를 잇는다.
지니 차트로 눈을 돌려보자. 역시 '밤양갱'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르세라핌의 '이지', 3위는 투어스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다. 그리고 아이유는 5위에 랭크돼 있다.
해외 차트는 어떨까? 유튜브 뮤직 주간(2월16∼22일) 인기곡 1위 역시 '밤양갱'이고 아이유의 '러브 윈스 올'과 '홀씨'가 2, 3위다.
뭔가 어색하다. 비비는 2월13일 '밤양갱'을 내놨고, 아이유는 2월20일 공식 컴백했다. 음원 파워를 고려했을 때 순서가 바뀐 듯하다. 아이유가 장기간 음원 차트를 점령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물론 아이유의 지명도와 인기는 여전하다. 그렇기에 수치로 확인되는 현재의 판도를 분석해보는 것은 유의미하다.
'더 위닝'(The Winning)은 30대가 된 아이유가 내놓는 첫 앨범이다. 그는 "30대는 진짜 나랑 잘 맞는 나이인 것 같다. 10대, 20대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그런 편안함과 어떤 쾌적함? 이런 걸 많이 느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런 아이유의 마음가짐은 앨범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러브 윈스 올'에서부터 'win'이라는 표현을 통해 승리를 강조했다. '홀씨'에서도 "날 따라, 날아가 꼭대기루 / 날 따라, 떠올라 공중으루 / 고소공포 하나도 안 무셔 따가운 태양과 무지 가까운 거리까지 올라가 난 무심히 내려보리"라며 가장 위에 서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쇼퍼'는 어떨까? "내게는 없어 plan B 모조리 내 것이 될 때까지 / 적당히로는 안돼 난 훨씬 더 대담한 걸 원해, 원해"라면서 포부를 드러낸다.
이는 과거 아이유의 모습과는 사뭇 대비된다. 아이유는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이라며 수줍은 고백을 담은 '좋은 날'로 정점에 올랐다. 이 때 그는 '국민 여동생'이라 불렸다. 동경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보호의 대상처럼 보였다.
20대에 들어선 아이유는 더 이상 소녀이길 거절했다. 주체적인 여성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를 즐겼다. 그래서 또래 여성들도 아이유를 따랐다. 그의 외침에서 대리만족을 느낀 셈이다. 20대 중반부에 발표한 '삐삐'를 보자."스킨십은 사양할게요 이대로 좋아요 / It's me 나예요 다를 거 없이 /이 선 넘으면 침범이야 매너는 여기까지 / 그 선 넘으면 정색이야 beep 거리 유지해 / 저마다의 사정 역시 정중히 사양할게요"라고 읊조린다. 이 때 아이유는 "아닌 건 아니"라고 외친다. 어설픈 배려나 선 넘은 참견에 손사래를 친다. 대중이 그 나잇대의 아이유에게 바란 이야기였던 셈이다.
분명 '더 위닝'은 그런 아이유가 더 강한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하지만 '직전'을 선택한 듯한 뉘앙스에서, 결코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하던 과거 아이유의 모습과는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평이 적잖았다.
하지만 이는 그가 아티스트로서, 뮤지션으로 한 발 더 나아기 위한 '성장통'에 가깝다. 만약 10, 20대 내세우던 메시지를 반복했다면 '30대 아이유도 변화가 없다'는 질타가 나왔을 법하다. 결국 아이유는 변화를 택했다. '러브 윈스 올'이 발표된 직후 그 표현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이는 아이유가 내놓는 메시지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이유의 공세 속에서 비비의 '밤양갱'이 선풍적 인기를 누리는 장면도 의미심장하다. 왜일까?
30대 아이유가 다소 어려운 메시지의 영역으로 간 반면, 비비는 쉬운 영역에 서 있다. 왈츠풍 멜로디는 최근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이지 리스닝' 계열과 맞닿아 있다. 장기하가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했는데 반복적이고 쉬운 가사 역시 대중의 입 속에서 맴돈다.
"나는 흐르려는 눈물을 참고 하려던 얘길 어렵게 누르고 '그래 미안해'라는 한 마디로 너랑 나눈 날들 마무리했었지"라고 이별의 상황을 전하면서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 /내가 먹고 싶었던 건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이야"라고 그 심경을 밤양갱을 먹고 싶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10∼20대 시절 아이유가 보여주던 메시지와 유사하다. 결국 비비는 이제는 30대가 돼 보다 성숙한 목소리를 내는 아이유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셈이다.
이를 세대교체라 볼 순 없다.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일 뿐이다. 지금 비비가 10∼20대에게 주는 즐거움을, 지난 10여년 간 아이유가 대중에게 안겼다. 그리고 아이유는 싱어송라이터로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머물러 있지 않겠다'는 자기 다짐과도 같다. 이번 앨범에 대해 대중과 평단이 내놓는 이야기는 아이유의 다음 행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티스트 아이유'와 '대중가수 아이유' 사이에서 적정선을 찾으려는 보다 디테일한 노력이 수반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음원 성적 면에서 '아이유를 이긴 가수'가 된 비비의 다음 행보에도 눈길이 간다. 상대적으로 어깨가 가볍던 비비의 어깨가 한껏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다음 곡을 준비하며 비비의 생각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대중은 즐겁다. 한국 음악 시장이 성장하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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