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62만원 내면 30년뒤 204만원씩 받는다”…새 국민연금 제안 보니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정부가 추진중인 더 내고 덜 받기
고갈시점 늦출뿐 근본 해결 아냐
낸 만큼 받는 신 연금 도입 시
연금 지속가능하고 기금 규모도 늘어
연평균 수익률 4.5%·물가상승 반영
국민연금이 예적금보다 수익률 좋아
국책 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최근 이색적인 제안을 내서 이번 화에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국민연금을 기존 구(舊)연금과 신(新) 연금으로 구분하고, 신 연금은 ‘낸 만큼만 받는 것’으로 개혁을 하자는 건데요.
KDI의 문제의식은 이렇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더 내고 덜 받는’ 형식은 국민연금을 개혁해도 연금 고갈 시점만 2050년대에서 2080년대까지 낮출 뿐입니다. 2080년대에 한창 일하는 청장년층(2040~2060년대생)은 낸 만큼도 돌려받지 못합니다. 이는 형평성에 매우 어긋납니다.
그래서 신 연금 계정을 따로 파서, 그 계정부터는 낸 만큼만 받자는 겁니다. 여태까지 적립한 구 연금 계정(적립액 1000조원)은 별도로 분리해서 약속한 만큼 연금을 지급하되, 신 연금 계정 분부터는 낸 만큼만 받자는 겁니다.
이를테면, 50대 A씨가 여태까지 20년 동안 국민연금 냈고 앞으로 10년 더 낼 예정이라고 가정해보시죠.
A씨는 20년 치 국민연금은 구 연금 계정에서 원래 약속 대로 받고 (낸 것보다 1.5~1.6배 더 받고), 대신 향후 10년 치 국민연금은 신 연금 계정서 낸 만큼 받게 됩니다. 50대 A씨의 예상 연금 수령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죠. 대신 미래세대가 그만큼 덜 내도 되고 연금이 지속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SNS상 댓글들을 보면 “차라리 그러면 내가 예·적금 및 투자하겠다” “낸 만큼만 받는데 내가 왜 국민연금을 적립해야 하느냐”고 말이죠.
하지만 이는 오해입니다.
수익비 1의 전제 조건은 기금 운용수익률 4.5%입니다. 예·적금(이자에 대한 소득세 제외 시 실질 수익률 2%대) 보다도 더 높은 수익률입니다.
수익비가 1인 ‘신 연금’ 계정에서 소득대체율 40%를 달성하려면 보험료율 15.5%로 올려야 하는데요. 소득대체율 40%는 40년간 일한 것을 가정한 것이니, 30년 일한 것을 가정해서 소득대체율 30%의 효과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월 소득 400만원(세전)인 사람은 월 62만원(15.5%)을 국민연금에 30년 간 보험료로 내게 될 경우, 월 120만원(소득대체율 30% 가정·물가상승률 미반영)을 받게 됩니다. 여기에 물가도 연평균 2%씩 오른다고 가정하면 30년 후 물가는 1.7배가 됩니다.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도 반영하는 만큼, 실질 수령액은 월 204만원이 됩니다.
즉, 수익비 1의 의미는 월 62만원을 30년간 낼 경우, 30년 후 월 204만원을 받는다는 것이죠.
개인이 국민연금이 아니라 예·적금을 선택하면 어떨까요?
예·적금 연평균 수익률이 세금을 제하고 2.5%라고 가정하면, 30년 후 해당 예·적금은 2배가 됩니다. 그러면 월 62만원을 매월 예·적금으로 내도 월 124만원이 됩니다.
국민연금이 예금보다 1.6배 더 수익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이 부분이 바로 ‘연평균 수익률 4.5%’의 마법입니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연평균 수익률을 40년간 19%대를 기록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죠. 웬만한 월가 헤지펀드들도 장기간 연평균 수익률 두 자릿수를 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국가가 보장해서 연평균 수익률 4.5%를 보장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 관점에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겁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현재 무려 1000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일본 공적 연금(1987조원), 노르웨이 국부 펀드(1588조원)에 이어 세계 3대 연기금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민연금은 ‘전주(錢主)’로서 주식·채권뿐만 아니라 대체투자(부동산·인프라·사모펀드) 등 수익률이 높은데에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대체투자 수익률은 최근 안 좋긴 했지만 보통은 연 평균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죠. 금융시장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모펀드(PEF) 관계자들에게 국민연금이 큰손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아무튼 이 같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금융시장서 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KDI가 제시한 신 연금을 도입할 경우, 기금운용 규모가 더 늘어나게 됩니다. 현재로선 2040년을 전후로 1900조원 까지 기금운용 규모가 늘어났다가 고령화로 지출이 늘어난 탓에 급격하게 기금이 소진되는데요.
신 연금 도입 후 지출을 통제하게 되면서, 기금운용 규모는 더 늘어나고 기금도 고갈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구 연금에 대한 재정지출 609조원을 정부 세금으로 투입할 경우, 기금이 그만큼 더 마르지 않게 되니 투자 규모는 늘어날 수 있죠.
KDI가 이번에 제시한 국민연금 개혁안(신 연금 도입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더 내고 덜 받자’라는 안은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10~20년 늦출 뿐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2. 낸 만큼만 받는 신(新) 연금을 도입해야 세대 간 불평등을 완화하고 국민연금이 지속 가능해질 수 있다.
3. 신 연금의 수익비는 1이지만 기금 운용수익률 4.5%가 전제된 것이다. 이는 예금 연평균수익률(2.5% 가정)보다도 더 좋은 수익률이다.
4. 신 연금을 도입할 경우 지출 규모를 줄일 수 있어서 기금운용 규모도 더 늘어날 수 있다. 국민연금이 국내외 금융시장 전주(錢主)로서 더 많은 수익률을 기록하게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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