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잘가♡(가지 마) 행복해♡(떠나지 마) [밀착취재]
각종 별명과 수식어만 열 가지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에버랜드 슈퍼스타 ‘푸바오’를 만날 마지막 기회를 잡고자 주말·평일 구분 없이 판다월드 대기 시간이 6시간을 넘어서고 있다.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를 방문한 지난달 26일은 월요일임에도 오후 2시쯤 대기시간이 330분으로 예상됐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전날 대기시간이 250분이더니 이날은 더 늘었다”며 “(푸바오를 볼 수 있는 기간이) 얼마 안 남았잖아요”라고 말했다. 3·1절을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대기시간은 400분까지 더 길어졌다.
관람객은 80명씩 5분 단위로 끊어 입장한다. 1시간에 12번, 대략 960명이 입장하는 셈인데 오전에 나와 있는 아이바오(엄마)와 루이·후이바오(동생), 오후에 나오는 푸바오를 보려 관람시간이 끝나는 오후 5시까지 매일 7000명 정도가 방문한다.
푸바오를 보려는 사람이 더 많아진 이유는 마지막으로 직접 볼 수 있는 날이 오는 3일로 끝인 탓이다. 푸바오는 오는 4월 초 중국으로 갈 예정이다. 2021년 1월부터 관람객들을 만나온 푸바오는 오는 3일을 끝으로 대중 공개는 중단하고 남은 약 한 달간은 이송에 필요한 훈련 및 검역 절차를 밟게 된다.
3시간 정도 기다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아들과 에버랜드에 방문한 유모(37)씨는 “아들과 같이 유튜브를 많이 봤어서 실제로 보니까 더 실감 났고 어려서부터 봤어서 더 애틋한 느낌”이라며 “국내에서 처음 번식해 나온 아이라 그런지 ‘복을 불러온다’는 의미가 더 와닿는다”고 말했다. ‘푸’는 행복의 ‘복’ 자의 중국식 발음으로, 푸바오는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이다.
늘 푸바오를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에버랜드 직원들도 푸바오 인기가 놀라우면서도 애틋하기는 마찬가지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야생동물이 이렇게 자라는 모습을 다 지켜본 적이 있느냐”며 푸바오 인기 비결을 세 가지로 꼽았다. △성장과정을 다 지켜본 유대감 △사육사와 케미스트리 △무해함으로 주는 위로다. 어려서부터 봐오면서 심리적으로 강한 유대감이 형성됐고, 사육사와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사람처럼 소통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입덕’했다. 여기에 에버랜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던 때부터 ‘힐링을 요구하는 시대’에 팍팍한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귀여운 동물이 힘을 준 것 같다”고 봤다.
푸바오와의 이별은 태어날 때부터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중국 송환이 실제로 가까워지자 사람들은 댓글로 푸바오에게 행복과 즐거움, 편안함만 바라고 있다. 자이언트판다는 번식이 워낙 힘들어 푸바오가 태어났을 때 ‘선물 같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존재만큼이나 푸바오가 준 소중한 선물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랑을 베풀고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일깨워준 것인지도 모른다.
아래는 과거 유튜브채널에 달린 댓글 중 하나.
본국으로 돌아가서는 그냥 강바오 할아버지든 송바오 할아버지든
모두 잊어버려라.
다 잊어서 조금이라도 아프지 말거라.
그리워하지 말고 보고 싶어하지 말거라.
조금이나마 우리 곁에 있어줘서 참 고마웠다.
네가 영리한 아이란 걸 알지만
그냥 이번만큼은 네 기억력이 한없이 안 좋고
중국 생활이 너무 좋아서
다 잊고 재미있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구나.
언젠가는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어디서든 행복하길 바란다.”
글·사진=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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