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잘가♡(가지 마) 행복해♡(떠나지 마) [밀착취재]

박유빈 입력 2024. 3. 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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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오들, 푸바오에오. 푸 중국 가서도 잘 지낼게오. 그동안 예뻐해 줘서 곰아워오. 앞으로도 계속 사랑해줄 거 알아오.”(에버랜드 유튜브채널 ‘뿌빠TV’ 푸바오 말투)
실외방사장 나무 위에 걸린 해먹에서 대나무를 먹고 있는 푸바오.
푸공주, 곰쥬님, 푸룽지, 푸린세스, 푸린이, 푸쪽이, 푸랑둥이, 푸질머리, 불꽃효녀, 뚠빵이, 영원한 아기판다…

각종 별명과 수식어만 열 가지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에버랜드 슈퍼스타 ‘푸바오’를 만날 마지막 기회를 잡고자 주말·평일 구분 없이 판다월드 대기 시간이 6시간을 넘어서고 있다.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를 방문한 지난달 26일은 월요일임에도 오후 2시쯤 대기시간이 330분으로 예상됐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전날 대기시간이 250분이더니 이날은 더 늘었다”며 “(푸바오를 볼 수 있는 기간이) 얼마 안 남았잖아요”라고 말했다. 3·1절을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대기시간은 400분까지 더 길어졌다.

지난달 26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 들어가 판다월드로 들어가기 위한 줄. 오후 2시쯤 예상 대기시간은 330분이었다.
푸바오는 지난달 26일 오후 2시가 살짝 넘자 모습을 드러냈다. 내실에서 나오면 실내방사장을 통과해 실외방사장으로 나가는 구조인데, 실내방사장을 조금 돌아다니던 푸바오는 나무에 올라가 엎드린 자세로 다리를 쭉 뻗고 잠을 잤다. 몇 분간 낮잠을 자던 푸바오가 고개를 들자 대부분 머리띠나 가방, 망토 등 판다 관련 상품을 착용한 관람객들도 분주해졌다. 푸바오가 고개를 돌리는 방향에 따라 사람들도 좌우로 움직이며 푸바오를 조금이라도 더 잘 담으려고 했다.
지난달 26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 들어가 판다월드로 가는 길에 푸바오 사진이 길가에 걸려 있다.
실외방사장에 놓은 먹이를 먹으려 푸바오가 밖으로 나오자 러바오(아빠)를 보던 사람들도 모두 푸바오 앞으로 후다닥 움직였다. 푸바오는 방사장 앞에 있는 대나무를 먹다가 나무 위에 걸린 해먹에 올라가 마저 더 먹은 뒤 땅으로 내려와 물을 마시고 방사장을 산책했다. 100㎏의 토실한 몸이지만 나무를 잘 타는 맹수인 만큼 나무를 순식간에 올랐는데, 먹고 다시 내려오기까지는 몇십 분에 걸쳐 푸바오가 천천히 한 일이다.
실내방사장에서 실외방사장으로 나오다가 나무 위에서 잠든 푸바오. 판다 망토를 입은 관람객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푸바오의 다양한 행동을 보고 싶은 관람객들은 수시간을 기다렸다가 관람시간이 5분 만에 끝나버리자 아쉬움에 쉽게 퇴장하지 못했다. 모든 행동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에버랜드 직원들은 최근 관람 인기가 더 늘자 보안팀까지 지원해 “뛰지 말아라”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관람할 시간이 끝난다”고 끊임없이 안내했다.

관람객은 80명씩 5분 단위로 끊어 입장한다. 1시간에 12번, 대략 960명이 입장하는 셈인데 오전에 나와 있는 아이바오(엄마)와 루이·후이바오(동생), 오후에 나오는 푸바오를 보려 관람시간이 끝나는 오후 5시까지 매일 7000명 정도가 방문한다.

푸바오를 보려는 사람이 더 많아진 이유는 마지막으로 직접 볼 수 있는 날이 오는 3일로 끝인 탓이다. 푸바오는 오는 4월 초 중국으로 갈 예정이다. 2021년 1월부터 관람객들을 만나온 푸바오는 오는 3일을 끝으로 대중 공개는 중단하고 남은 약 한 달간은 이송에 필요한 훈련 및 검역 절차를 밟게 된다.

실외방사장에 나온 푸바오를 가까이에서 보려 사람들이 앞에 몰려든 모습. 푸바오 관람시간은 5분으로 제한돼 있다.
에버랜드는 자체 채널 등을 만들어 다양한 방식으로 푸바오 가족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번식해 태어난 자이언트판다인 푸바오는 탄생부터 모든 성장과정이 유튜브로 공유됐다. 채널 시청자들이 함께 푸바오의 성장일기를 보며 첫 걸음마부터 어엿한 만 3살 판다로 성장하는 과정까지 지켜본 셈이다.

3시간 정도 기다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아들과 에버랜드에 방문한 유모(37)씨는 “아들과 같이 유튜브를 많이 봤어서 실제로 보니까 더 실감 났고 어려서부터 봤어서 더 애틋한 느낌”이라며 “국내에서 처음 번식해 나온 아이라 그런지 ‘복을 불러온다’는 의미가 더 와닿는다”고 말했다. ‘푸’는 행복의 ‘복’ 자의 중국식 발음으로, 푸바오는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이다.

실외방사장을 돌아다니고 있는 푸바오.
경기 평택에서 오전 7시도 안 돼 출발했다는 대학생 이모(22)씨는 “지난해 여름에 푸바오를 보러 왔었는데 곧 떠난다고 해서 다시 왔다”며 “오전에 동생들을 보고 한 번 더 기다려 푸바오도 다시 봤다”며 말했다. 이씨는 “푸바오가 떠나니까 아쉽긴 하지만 중국에도 가서 다시 보고 싶다”고 했다. 같이 온 친구 박모(22)씨는 “정말 딸을 키운 것처럼 푸바오가 판다 중 가장 예쁘고 눈이 맑은 것 같다”며 “중국에 같이 푸바오를 보러 갈 의향이 있다”며 웃었다. 이씨는 “많이들 판생(판다+인생)이라 말하는데, 주어진 판생을 잘 살면 좋겠다”며 “우리나라에서 인기 많은 만큼 쭉 잘 살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늘 푸바오를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에버랜드 직원들도 푸바오 인기가 놀라우면서도 애틋하기는 마찬가지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야생동물이 이렇게 자라는 모습을 다 지켜본 적이 있느냐”며 푸바오 인기 비결을 세 가지로 꼽았다. △성장과정을 다 지켜본 유대감 △사육사와 케미스트리 △무해함으로 주는 위로다. 어려서부터 봐오면서 심리적으로 강한 유대감이 형성됐고, 사육사와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사람처럼 소통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입덕’했다. 여기에 에버랜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던 때부터 ‘힐링을 요구하는 시대’에 팍팍한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귀여운 동물이 힘을 준 것 같다”고 봤다.

푸바오와의 이별은 태어날 때부터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중국 송환이 실제로 가까워지자 사람들은 댓글로 푸바오에게 행복과 즐거움, 편안함만 바라고 있다. 자이언트판다는 번식이 워낙 힘들어 푸바오가 태어났을 때 ‘선물 같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존재만큼이나 푸바오가 준 소중한 선물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랑을 베풀고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일깨워준 것인지도 모른다.

아래는 과거 유튜브채널에 달린 댓글 중 하나.

“팬더야, 사랑하는 팬더야.
 
본국으로 돌아가서는 그냥 강바오 할아버지든 송바오 할아버지든
 
모두 잊어버려라.
 
다 잊어서 조금이라도 아프지 말거라.
 
그리워하지 말고 보고 싶어하지 말거라.
 
조금이나마 우리 곁에 있어줘서 참 고마웠다.
 
네가 영리한 아이란 걸 알지만
 
그냥 이번만큼은 네 기억력이 한없이 안 좋고
 
중국 생활이 너무 좋아서
 
다 잊고 재미있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구나.
 
언젠가는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어디서든 행복하길 바란다.”
 

글·사진=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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