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vs 윤희숙 ‘여전사 맞대결’…이광재·김병욱 vs 안철수·김은혜 ‘분당대전’

이원석 기자 2024. 3. 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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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총선 격전지 총점검]
고민정-오신환(광진을) 등 ‘한강벨트’ 대진 속속 확정…정청래-함운경(마포을) ‘운동권 대결’도
수원 與 영입인사 3인방 김현준·방문규·이수정, 野 현역 김승원·김영진·박광온에 도전장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4·10 총선 각 지역의 여야 대진표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전국 대진표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쏠리는 건 총 122석(서울 48석·경기 60석·인천 14석)으로 총선의 승패가 걸린 수도권이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 121석 중에서 103석(서울 41석·경기 51석·인천 11석)을 석권하며 압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최대 반수 이상으로 수도권 지역을 탈환해 지난 선거에서의 참패를 설욕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핵심 관계자는 "현 분위기대로면 서울 20곳, 경기 20곳, 인천 5곳 등 최소 45석 이상은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민주당 역시 수도권 100석 이상 수성을 목표로 한다. 민주당 일각에선 수도권 내에 민주당 강세 지역이 많고, 현역 의원들이 두루 포진해 있는 만큼 어렵지 않게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내부의 다른 일각에선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득표율을 보면 아주 근소한 차이가 많았다"며 "서울은 결코 민주당 우세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분위기 탓에 여야 지도부 모두 역시 수도권 공천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시사저널은 선거를 30여 일 앞두고 수도권 내 여야 대진표 및 주목할 만한 격전지를 꼽아봤다.

종로, 곽상언-최재형-금태섭 3파전으로

전국에서 가장 먼저 대진이 성사된 서울 광진을에선 현역인 고민정 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 오신환 전 의원의 '빅매치'가 열린다. 이들의 대결엔 '대리 리턴매치'의 성격도 있다. 지난 총선에서 고 의원은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현 서울시장)를 2.5%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꺾고 승리했는데, 오신환 전 의원이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오세훈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또 광진을은 서울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이른바 '한강벨트'의 첫 시작점이기도 하다.

ⓒ시사저널 임준선·박은숙

다른 한강벨트 지역들 역시 속속 빅매치가 성사되고 있다. 특히 현역인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서초을 출마를 선언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중·성동갑에선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과 민주당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간 '여전사 대결'이 성사됐다. 당초 국민의힘은 '86 운동권 청산' 프레임에 맞춰 이 지역에 출마 선언을 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잡겠다는 구상으로 '경제통' 윤 전 의원을 단수공천했지만, 민주당이 임 전 실장 대신 전 전 위원장을 전략공천하면서 다른 형태의 빅매치가 이뤄진 것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수도권 내 다른 지역에서도 각각 여전사 정치인들을 앞세워 승리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국민의힘은 동작을에 나경원 전 의원을 투입했고, 민주당에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하남갑에 전략공천했다. 추 전 장관은 국민의힘에서 하남갑 출마를 준비 중인 윤 대통령의 수행팀장 출신 이용 국민의힘 의원과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 얼마 전 민주당에 복귀해 또 다른 여전사로 거론되는 이언주 전 의원은 용인정 지역에서 경선을 치르게 됐다. 

또 다른 한강벨트 마포을에선 '운동권 대결'이 벌어진다. 3선 현역 의원이자 대표적인 86 운동권 출신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에 맞서 국민의힘은 '전향 운동권'인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을 전략공천했다. 이 지역을 비롯해 여당은 곳곳에 운동권 자객공천을 하고 있다. 구로을에선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출신 윤건영 민주당 의원과 '탈북 외교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맞붙게 됐다. 민주당에선 국민의힘의 운동권 청산 프레임이 유권자들에게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이 친명(親이재명)계 현역 의원들을 신속하게 공천하면서 각 지역 수성을 위한 전열을 정비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선 역시 전략공천 등을 통한 저격으로 해당 지역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이 단수공천된 강북갑에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 영입인사인 전상범 전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를 배치하면서 대진표가 그려졌다. 친명계 최고위원인 장경태 의원의 동대문을에는 윤석열 대선캠프 공보특보단장을 지내며 친윤(親윤석열) 인사로 분류되는 김경진 전 의원이 공천됐다. 민주당 현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인 4선 안규백 의원이 나서는 동대문갑엔 경기 포천·가평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하며 여야 중진 간 빅매치가 성사됐다.

강북·동대문을 비롯해 이번 총선에선 서울 북동부 지역의 대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쪽 지역은 원래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나 국민의힘 후보들이 자체적으로 이른바 '동부벨트'를 형성해 탈환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다. 민주당 역시 일찌감치 이 지역에 대한 공천에 속도를 내면서 대진표가 그려졌다. 중랑을에서는 3선 현역 박홍근 민주당 의원과 그에 도전장을 낸 이승환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이 맞붙는다. 도봉갑은 국민의힘에서 김재섭 전 당협위원장이 단수공천된 가운데 민주당은 현역인 인재근 민주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안귀령 상근부대변인을 전략공천했다. 두 사람은 모두 1980년대생으로 '젊은 피' 대결이 이뤄지게 됐다.

서울 내 리턴매치가 벌어지는 지역은 몇 곳 더 있다. 송파병에선 현역인 남인순 민주당 의원과 김근식 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의 재대결이 성사됐다. 지난 총선에선 남 의원이 9.2%포인트 차이로 승리를 거둔 가운데 김 전 위원장이 설욕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서갑에서도 지난 총선에서 17.5%포인트 차 승리를 거둔 현역 강선우 민주당 의원과 이에 맞서는 구상찬 전 국민의힘 의원이 다시 맞붙는다. 동작갑 역시 김병기 민주당 의원과 장진영 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재대결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지역엔 민주당을 탈당한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무소속 혹은 다른 정당 소속으로 출마할 수도 있어 혼전이 예상된다.

이렇듯 여야 공천 과정에서 이탈자가 발생하거나 제3 신당의 출현 등으로 인해 변수가 존재하는 지역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정치 1번지' 종로에선 현역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된 가운데 민주당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를 단수공천하며 대진이 성사됐으나, 제3지대 개혁신당의 금태섭 최고위원이 출마를 예고하고 있어 3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한강벨트이자 박빙 승부처인 용산에선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 지은 가운데 민주당은 전략공천을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 탈당파 신당인 새로운미래 김종민 공동대표도 이곳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공천이 확정된 곳 중 격전지로는 서대문을의 재선 김영호 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 4선 의원 출신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의 대결이 있다. 박 전 장관은 현 지역구인 강남을에서 당의 요청에 따라 험지 탈환 목적으로 서대문을에 도전장을 냈다. 그로 인해 서울 현역 의원 간 맞대결이 성사됐다. 송파을에선 현역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과 민주당의 송기호 변호사 대결이 성사됐고, 현역이 불출마하는 송파갑에선 국민의힘의 박정훈 전 TV조선 앵커와 민주당의 조재희 전 한국폴리텍대 이사장이 경쟁한다. 성북갑에선 현역 김영배 민주당 의원과 이종철 전 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이, 관악갑과 관악을에선 각각 국민의힘의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과 민주당의 박민규 전 정책위 부의장, 국민의힘의 이성심 전 관악구의회 의장과 민주당 현역 정태호 의원이 대결한다. 양천갑에선 국민의힘 구자룡 비대위원이 현역 조수진 의원(비례)을 경선에서 꺾으며 공천이 유력한 현역 황희 민주당 의원과 맞붙게 될 전망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영입인사인 구자룡 비대위원의 현역 의원 상대 경선 승리는 한동훈계 인사들의 약진을 보여줬다는 평이 나온다.

ⓒ시사저널 이종현·박은숙

'尹 최측근' 이원모 맞서 野 전략공천 '주목'

경기도에선 성남이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특히 분당은 과거 보수 텃밭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선거에선 좀처럼 한쪽에 쏠리지 않아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성남분당갑에선 현역 3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 대항해 민주당이 3선 의원과 강원지사 출신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을 전략공천하면서 인천 계양을에 이어 또 하나의 이른바 대권 잠룡 간 맞대결이 성사됐다. 현재까지 경기도 내 최대 빅매치로 꼽힌다. 거기에 개혁신당의 류호정 전 의원도 이곳 출마를 선언해 변수로 떠올랐다.

분당을에선 이재명 대표의 측근 의원 모임 '7인회' 출신 현역 김병욱 의원이 단수공천된 데 이어 윤 대통령의 참모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경선에서 승리하며 또 하나의 박빙 대진이 완성됐다. 성남 수정구에서는 4선 김태년 민주당 의원에 맞서 국민의힘은 '이재명 저격수' 장영하 전 성남지법 판사를 공천해 대진을 채워 넣었다. 장 전 판사는 《굿바이 이재명》을 출간하는 등 성남시장 출신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저격해 왔다.

수원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일찍부터 공천된 이 지역의 국민의힘 후보들은 경기도에서도 이른바 '수원벨트'를 형성하며 민주당을 위협하고 있다. 대진이 확정된 지역으로는 수원갑에서 현역 김승원 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 김현준 전 국세청장이 맞붙고, 수원병에선 이재명 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대결한다. 수원정에선 민주당이 현역 박광온 의원과 김준혁 당 전략기획부위원장이 경선을 치르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단수공천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이곳에 도전한다. 앞서 언급된 수원에 공천된 국민의힘의 세 후보는 모두 최근 영입된 인사들로 국민의힘이 수원 지역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판단하고 있는지 엿보인다.

수원과 함께 오산·화성·용인 등 '반도체 벨트' 지역들도 이번 선거 격전지로 부상했다. 오산에선 전략공천된 국민의힘의 김효은(레이나) 전 EBS 영어강사 대 민주당의 차지호 KAIST 교수가 맞붙으며 여야 영입인재 간 대결이 성사됐다. 화성갑은 현역 송옥주 민주당 의원에 맞서 국민의힘에서 홍형선 전 국회 사무차장이 단수공천되며 대진이 확정됐다. 전직 의원(정찬민 전 국민의힘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현재 빈자리인 용인갑의 경우 국민의힘은 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을 전략 배치하며 재탈환에 나섰고, 민주당도 전략공천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 반도체 벨트엔 개혁신당의 주요 인사들이 출격해 3자 구도 경쟁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용인갑엔 양향자 원내대표가 출격을 준비하고 있고, 민주당에서 탈당해 개혁신당에 합류한 이원욱 의원도 자신의 현재 지역구인 화성 재출마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도 선거구 획정으로 분구된 화성 지역구에 출마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 외에 안양동안갑에선 현역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의 임재훈 전 의원과 맞붙는다. 임 전 의원은 민주당 출신이자 윤 대통령의 멘토로 평가되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최측근이다. 파주갑에선 윤후덕 민주당 의원과 박용호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이, 이천에선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과 엄태준 전 이천시장의 대결이 성사됐다. '서울 편입론' 이슈가 있는 김포의 을 지역구에선 박상혁 민주당 의원과 홍철호 전 의원의 리턴매치가 다시 벌어진다.

윤상현-남영희, 171표 차 승부 '리턴매치' 

인천 역시 이번 총선 최대 승부처로 관심을 받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의 대결이 성사될지가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원 전 장관과 함께 인천 계양을 연이어 찾는 등 벌써 전력을 쏟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아직 이 대표의 공천 여부를 결정짓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원 전 장관뿐 아니라 동·미추홀을 4선 현역 윤상현 의원, 중·강화·옹진 현역 배준영 의원, 남동을에 당내 경선을 통과한 신재경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등을 공천하며 인천 지역 탈환 및 사수 작전에 나선 가운데, 민주당에선 윤 의원의 상대로 남영희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내보내 21대 총선 171표 차 패배 복수에 나섰다. 이 외에도 연수갑에선 대표적인 친명 인사인 박찬대 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의 정승연 전 당협위원장, 부평갑에선 민주당 영입인재인 노종면 전 YTN 앵커와 국민의힘의 유제홍 전 부평구청장 간 대진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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