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도롱뇽 떼죽음’ 양서류 서식지 훼손된 수원광교산 [현장, 그곳&]
“개구리와 도롱뇽이 떼죽음 위기에 놓였습니다.”
2월 29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광교산 통신대 진입 등산로. 지난해 통신대길 보수공사를 진행하면서 설치된 콘크리트 배수로에 갇혀 죽은 큰산개구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본격적인 산란기를 맞아 알을 낳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가 콘크리트 수로에 빠져 나오지 못한 것이다. 젖은 낙엽 속에 파묻혀 죽어있는 채로 발견된 개구리와 도롱뇽만 10여마리. 등산객 김창섭씨(69)는 “일주일에 3번씩 산에 오는 데, 올라올 때마다 죽어있는 개구리만 여러 마리”라며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인공구조물 탓에 죽음을 맞이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콘크리트 배수로 안에는 인근 습지로 가지 못한 채 갇혀버린 양서류들이 급하게 산란한 알이 가득했다. 더욱이 수로 끝에는 떠내려온 수천 개의 개구리알들이 돌 사이에 끼어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원 광교산 통신대길 인근에 알을 낳으려는 개구리와 도롱뇽이 콘크리트 배수로에 갇혀 사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양서류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중간 고리로써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수원환경운동센터(이하 센터) 등에 따르면 수원 광교산 통신대 등산로 일대는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인 큰산개구리와 도롱뇽 등이 매년 2,3월에 찾아와 알을 낳는 곳이다.
하지만 지난해 광교산 통신대길에 설치된 콘크리트 배수로에 양서류 수십마리가 빠져 죽는 일(본보 2023년 9월25일자 6면)이 발생했다.
이에 수원시는 양서류가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구조물을 설치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센터는 지난 25일에도 콘크리트 배수로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어있는 총 50여마리의 개구리와 도롱뇽 사체를 발견했다.
홍은화 센터 사무국장은 “크기가 큰 개체들은 현재 설치돼 있는 구조물을 통해 올라오지 못한다. 배수로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그 안에 산란한 것”이라며 “배수로에 급하게 산란한 알들은 부화되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부터 배수로에 빠지지 못하도록 배수로 덮개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관련 부서와 환경단체 등과 협의를 진행해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조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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