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한 끼, 채소만 먹기 어때요?”…지구를 사랑하는 벨기에 청년 줄리안 [따만사]
이곳은 바로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 벨기에 대표로 나왔던 줄리안 퀀타르트(37)가 운영하는 ‘노노샵’이다. ‘노 애니멀즈, 노 플라스틱 숍’의 줄임말로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성 물질이 들어간 식품을 판매하지 않는 가게다.
지난해 6월 6일 가오픈했고, ‘줄리안이 운영하는 가게’라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며 손님들이 하나둘씩 찾기 시작했다. 단골손님도 늘기 시작했다. 최근 채널A ‘신랑수업’에서 김동완이 기계로 땅콩버터를 직접 만드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호기심에 오는 손님들도 많아졌다고.
퀀타르트는 “돈을 벌려고 차린 가게가 아닌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최근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신다. 어떤 분들은 그냥 카페라서 들어왔다가 화분도 있고 볼거리가 있으니까 관심을 보이시기도 한다”며 “가끔 이곳에서 환경에 관한 토론도 하는데, 이 공간을 통해 많은 분이 ‘지구 아끼기’에 동참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환경 운동에 관심 많은 부모 덕분에 자연스레 관심”
환경 운동에 관심이 많은 부모 덕분에 어릴 적부터 유기농이나 친환경 제품을 자연스레 접했던 퀀타르트 역시 커가면서 환경 운동에 관한 관심이 생겼다. 특히 환경과 관련된 책이나 영상을 접하며 기업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제품을 빨리 닳게 하는 ‘계획된 노후화’를 알게 됐고, 그는 환경 보호를 실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에 그는 평소 자동차 대신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고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기도 한다. 배달 음식을 거의 시키지 않고 직접 요리를 하거나 가게를 찾는 등 되도록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 한다고.
또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봉사를 많이 할 수 있도록 ‘발룬티어 코리아’(Volunteer Korea)라는 주한외국인자원봉사센터를 만들어 쓰레기 줍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유럽연합 환경 행동 친선 대사를 맡으면서 기후 위기, 환경, 제로웨이스트, 채식에 대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강연 등을 다니면서 환경 보호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환경을 위한 일들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소 먹는 사료 위해 불타는 아마존…‘최소 한 끼에 채소 한 끼’ 어때요?”
퀀타르트가 강연에서 주로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는 ‘채식’이다. 퀀타르트는 비건(Vegan)이 된 지 3년이 됐다. 비건은 고기는 물론 우유나 달걀도 먹지 않는다. 엄격한 채식주의자라고도 불린다.
퀀타르트는 2018년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The Game Changers)를 보고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 같았다”며 큰 충격에 빠졌다고 했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정상급 운동선수들이 기량을 높이기 위해 육식이 아닌 채식을 한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채식과 관련된 자료나 영상 등을 보면서 퀀타르트도 채식에 동참했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채식의 중요성 등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방송을 시작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했지만, 정작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적 갈등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삶의 목표가 없었다”며 “그러다가 채식을 하며 건강해졌고,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으니까 목소리를 좀 더 내기 시작했다. 내 가치관과 맞는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강연에서 퀀타르트가 강조하는 것은 ‘최소 한 끼, 채소 한 끼’라고. 그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채식주의자가 자전거를 타는 육식주의자보다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육식은 환경을 파괴하는 데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다”며 “소가 먹는 사료의 재료를 키우기 위해 사람들이 아마존과 같은 산림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모두 비건이 될 필요가 없다. 강요해서도 안 된다”면서도 “우리가 고기 섭취를 조금만 줄여도 지구의 ‘폐’ 역할을 하는 산림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채식은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최근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 포인트’를 읽었다는 그는 “특정 현상이나 서서히 나타나다 어느 시점에 폭발적으로 성장한다고 한다”며 지구 환경을 생각하며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주류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녀들이 숨 쉴 공기, 마실 물 생각해주세요”
지난달, 1ℓ 생수에서 약 24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지름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미국 컬럼비아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된 뒤 국내에서도 생수(먹는 샘물)에 대한 우려가 생기고 있다. 우리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생수병이 건강의 위협을 주기 때문이다. 퀀타르트는 “한 사람이 일주일간 먹는 미세플라스틱이 신용카드 1장 분량인 5g이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며 “나도 모르게 스스로 건강을 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플라스틱 제품 등 일회용품에 노출돼 있다. 카페에서 들고나오는 테이크아웃용 컵부터 배달 용기 등 대부분이 일회용이며, 단순히 편리하다는 이유로 자주 사용한다.
퀀타르트는 “우리가 너무 ‘편안함’에 익숙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텀블러 안 갖고 다녀도 일회용 컵 다 주고, 배달앱으로 주문하면 일회용품에 다 담겨 있으니 먹고 그냥 버리면 된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자장면 배달시키면 그릇으로 와서 씻고 내놓지 않았나. 일회용품이 당연한 게 아니다. 이것을 깨닫지 못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심각한 상태로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는 게 너무 바쁘니, 이해는 된다. 모든 사람이 매 순간 ‘지구를 살려야 해!’ 생각하며 살 수 없다”면서도 “가끔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란 걸 알았으면 한다. 우리가 ‘권리’라며 누리는 것들이 나중에 ‘독’이 돼서 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자녀 교육에 열광하는 만큼,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숨 쉬는 공기, 마실 물 등에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며 “다른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수명도 점점 연장되는데 우리 자신에게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을 지키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텀블러, 장바구니 등을 가지고 다니거나 물티슈를 쓰는 대신 화장실 가서 손 한 번 닦는 행동도 지구를 위한 일이에요. 그런 소소한 행동으로 보람도 느끼고 얼마나 좋습니까. 그런 가치 있는 행동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 환경 보호도 유행처럼 번져서 더 많은 이들의 행동에 변화가 찾아올 거라고 저는 믿어요.”
■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따만사)은 기부와 봉사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위기에 빠진 타인을 도운 의인들,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등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변에 숨겨진 ‘따만사’가 있으면 메일(ddamansa@donga.com)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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