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주거·의료비 늘자 먹고 입는 것부터 줄였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유승원씨는 지난해 거실 TV를 바꾸려던 계획을 접었다. 결혼 때 산 TV라 크기도 작고 기능도 부족해 몇 년 전부터 바꾸겠다 다짐했지만, 물가 상승에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1년만 더 참아보기로 했다. 유씨는 “물가 때문에 특별한 지출 없이 그대로 지내도 돈이 술술 나가는 게 체감이 된다”며 “고장나거나 당장 못쓰게 된 물건이 아니면 새로 사는 것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고물가 상황이 연중 지속되면서 지난해 식료품과 주류, 의류, 가구처럼 지출 구조조정이 쉬운 품목들의 가구당 실질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거비, 의료비처럼 줄이기 힘든 소비는 물가 상승 영향이 반영되며 지출이 늘었다.
1일 통계청의 ‘2023년 연간 지출 가계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79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5.8% 증가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비지출도 2.1% 늘었다.
식료품, 주거, 의류 등 소비지출을 구성하는 12대 부문의 명목 지출은 대부분 증가했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비에서는 부문별 차이가 컸다.
식료품·비주류음료의 실질소비지출은 전년대비 3.4% 감소했는데, 신선수산동물(-12%)과 곡물(-11.2%)의 감소폭이 컸다. 1년 내내 가격이 고공비행을 한 과일 및 과일가공품도 4% 감소했고, 유제품 및 알과 당류 및 과자류 소비도 각각 4.2%, 4%씩 줄었다.
의류·신발의 실질소비지출도 4.2% 감소했는데 직물 및 외의는 1년 전보다 3.6%, 신발의 경우 7.8% 급감했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의류·신발가격 상승까지 이어지면서 시급하거나 필수적이지 않은 소비부터 최소화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도 3.5% 줄었다. 가사소모품 지출이 5.8% 감소했고 가전·가정용기기도 4.9% 감소했다.
반면 주거·수도·광열 부문 지출은 1년 전보다 실질소비지출이 4% 늘었는데, 특히 주택 임대차비용이 포함된 실제주거비는 지난해 전월세 가격 상승 영향 등으로 8.1% 증가했다.
보건 부문은 1년 전보다 평균 지출이 1.2% 늘었는데, 마스크 소비 등이 줄며 의료용소모품은 38.7% 급감했다. 반면 병원에 가서 지출하는 외래의료서비스 소비는 10.2% 늘어나며 전체 지출증가율 상승을 견인했다.
교육비 지출도 실질소비지출 감소에서 예외였다. 가구당 교육비 지출은 2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는데,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비지출도 1.9% 늘었다. 학원·보습교육 명목지출이 4.3% 늘며, 실질소비지출이 1.6% 늘어난 영향이다.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402291537001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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