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전 감독 "이강인 부모님과 나도 회초리 맞아야"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 사진=차범근축구상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강인의 부모님, 그리고 뻔히 알면서 방향과 길을 알리려 애쓰지 않은 저 역시 회초리를 맞아 마땅합니다."

차범근 전 축구 대표팀 감독이 최근 대표팀 내 불거졌던 불화설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그는 세대 간 갈등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차 전 감독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6회 차범근축구상 시상식에 참석했습니다. 그는 시상자로 나서 축구 꿈나무들에게 상을 전달한 뒤 “축구 선수들을 키우는 학부모들과 무거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며,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있었던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갈등을 언급했습니다.

차 전 감독은 "아시안컵을 마친 뒤 스물세 살의 이강인이 세상의 뭇매를 맞고 있다. 스페인이나 프랑스에서는 대수롭지 않던 일이 한국 팬을 이렇게 까지 화나게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유럽에서는 선후배나 어른의 개념 없이 모두가 동료라는 생각이 있고 코칭스태프에게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나타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며 “(유럽에서 생활한) 어린 선수들은 자신이 경험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닮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상을 받는 세대는 동양적인 겸손과 희생이, 혹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책임감이 자칫 촌스럽고 쓸모없는 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앞으로 더욱 많아질 수도 있다"며 "동양적 인간관계야말로 우리가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무기이자 자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 사진=차범근축구상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예절이 박지성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와 자신이 선수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친 비결이라고 언급한 차 전 감독은 "설사 아이들이 소중함을 모르고 버리려고 해도, 아이들이 존경받는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어른들이 다시 주워서 손에 꼭 쥐여줘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이걸 가르치지 못한 이강인의 부모님과, 뻔히 방향을 알면서 방향과 길을 알리려고 애쓰지 않은 저 역시 회초리를 맞아야 마땅하다"고 작심 발언한 뒤 "손흥민 같은 주장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안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다른 문화를 경험한 세대 간 마찰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교육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나는 이제 늙었고, 이제는 쉬어도 된다고 스스로 생각했다"는 차 전 감독은 "지금 생각하니 몹시 부끄럽다"고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차 전 감독은 수상자 학부모를 향해 "이 자리에 계시는 부모님들은 어른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품위 있고 진정한 성공을 위해 무엇이 중요할지 우선 생각해야 한다. 꼭 부탁드린다"고 당부했습니다.

[박혜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loshmlu@naver.com]

< Copyright ⓒ MBN(www.mb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