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졌던 김광현이 2023년을 돌아보니… 바닥은 아니더라, 다시 야망을 키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광현(36‧SSG)은 2023년을 돌아보며 “원래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안 되려면 뭘 해도 안 된다. 그럴 때 역시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고 떠올렸다. 시즌 시작부터 컨디션 관리에 실패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리듬이 미묘하게, 어쩌면 꽤 크게 흐트러졌다. 김광현의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WBC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느낌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런데 뒤로 빠질 수 없는 국제 대회였다. 일본과 경기에서 전력으로 투구했다. 경기를 지켜본 모두가 김광현이 시즌 전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120%의 힘을 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잠깐 쉬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여겼지만 시즌이 시작될 때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어깨가 아팠다. 시즌 초반 로테이션을 걸렀다. 김광현은 “그런 적은 거의 처음이었다”고 돌아봤다.
시즌 내내 어깨 상태는 쉬이 회복되지 않았다. 주사를 맞으면서 버텼다. 마냥 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력은 100%가 아니었고, 상대 타자들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더 맹렬하게 김광현을 물고 늘어졌다. 김광현은 그 과정에서 작아지는 자신을 느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항상 성공적인 경력을 이어왔던 김광현이 좀처럼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천하의 김광현이 피해가는 날이 있었다.
김광현은 “자꾸 안 좋은 결과가 나오니 나도 모르게 피해 가게 되고 그렇더라.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추락하지는 않았다. 야구를 하루 이틀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이런 날은 내가 아직은 이렇게 던질 수 있다. 다음 달이나, 해가 지나가면 이렇게 던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기도 했다”면서 “피해를 최소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 되는 날은 점수를 최대한 덜 주자는 생각을 했다. 조금이라도 덜 아프려고 1년 내내 트레이닝코치님들과 계속 있었다. 쉽지는 않았다”고 2023년을 돌아봤다.
말 그대로 버티고 버텼다. 버티다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으로 1년을 보냈다. 그 결과 무너지지는 않았다.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키고 시즌을 마쳤다. 30경기에 나가 168⅓이닝을 던지며 9승8패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했다. 토종 선발 투수로는 여전히 가장 좋은 축에 속하는 기록이었다. 김광현은 “사실 공도 안 좋고 어깨도 좋지 않아 작년은 평균자책점이 4점대 이상으로 올라갈 줄 알았다”면서 “그런데 시즌이 끝나고 보니 그래도 170이닝 가까이를 던졌고, 그 안 좋은 와중에서도 3점대 중반 평균자책점으로 어느 정도는 했더라. 잘 버텼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 좋을 때는 무슨 노력을 해도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김광현도 그 흐름을 무리하게 거슬러 올라가려고 하지 않았다. 대신 흐름에 맞춰 무너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었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꽤 숨 가쁘게 달려오기도 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잠시 멈췄다. 멈춘 자리에서 지금까지의 길을 돌아보고, 다시 앞으로 나갈 계획을 세웠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김광현의 오프시즌에서 가장 평온한 훈련 일정이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에너지를 다시 얻었다.
김광현은 “복귀 첫 해(2022년) 늦게 계약해서 190이닝 정도를 던졌다. 한국시리즈도 던졌고, WBC에서도 던졌다. 2년 동안 거의 안 쉬고 던졌으니 이번 오프시즌은 쉬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계속 달리면 무리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을 놓고 좀 쉬자고 다짐했다”면서 “12월 동안 봉사활동도 다니면서 반성도 하고 캐치볼은 아예 푹 쉬었다. 1월 오키나와부터 캐치볼을 했다”며 그간과 달랐던 오프시즌을 설명했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김광현은 “150㎞를 던질 수 있다는 느낌은 있는데 안 날아간다. 순간적으로 힘을 쓰는 그런 느낌이 조금 사라지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몸이 그렇게 안 좋았던 와중에서도 버티고 버티며 배운 것도 많았다. 김광현은 “나이가 들수록 선발 투수는 평균 스피드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예를 들어 이제는 한 경기에 150㎞짜리 공을 하나만 던지자는 식으로 접근한다. 계속 150㎞를 던지면 다음 경기에 지장이 있더라. 자제하는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며 말했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던지기 시작한 스위퍼도 가다듬는 등 이와 관련된 완급 조절 공부에도 한창이다.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항상 자신을 채찍질하는 데 익숙했던 김광현이다. 이제는 조금 더 너그러워지려고 한다. 김광현은 “나는 한 달에 적어도 3승을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었다. 그렇게 못하면 남은 기간에 그 목표를 맞추려고 했다. 그래서 솔직히 조금 쫓기는 게 있었다”면서 “작년에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가 그렇게 잘했는데 평균자책점이 2.00이더라. 재작년에 나와(2.13) 비슷했다. 야구는 얼마든지 더 잘 될 수 있으니 아프지 않고 해야 한다. 항상 내가 짝수해 성적이 좋다. 그런 기대도 있고, 그런 뭔가의 기분도 있다”고 새로운 마음의 2024년을 조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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