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앞둔 우리 아이 ‘새 학기 증후군’, ‘틱 장애’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예민한 성격과 저체중의 초등 2학년 예나(가명) 부모는 새 학기를 앞두고 걱정이 앞선다. 작년 초등학교 입학 이후 기억 때문이다. 입학 후 예나는 자는 동안 소변 실수를 했고, 집에서는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다는 짜증을 내었다. 일주일에 서너 번 침대 시트를 바꾸고 아이를 달래서 학교를 보내는 것이 전쟁이었다. 우리 아이, 새로운 시작에 적응하기 위한 한방의 지혜를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정선용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복통·두통·수면장애가 함께? ‘새 학기 증후군’
3월 개학이 다가오고 있다. 방학에는 늦잠도 자기 쉽고, 생활 습관이 흐트러지기 쉽다. 불규칙한 생활 습관은 신체 건강과 마음 건강에 직, 간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거기에 더하여 새로운 교실과 선생님, 친구들 등 환경이 바뀌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아이도 있다. 이른바 ‘새 학기 증후군’이다. 심할 때는 복통·두통·수면장애 등 각종 증상을 보인다. 식욕부진이 함께하면 저성장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나도 모르게 ‘킁킁’, ‘틱 장애’까지
새 학기 증후군 증상 중 본인도 모르게 얼굴이나 목, 신체 일부분을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틱 장애’를 보일 수 있다. 틱 장애란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불규칙적으로 갑작스럽게 근육의 움직임이 일어나거나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틱 장애는 한 개 혹은 소수의 근육 군이 움직이는 단순 운동 틱과 ‘킁킁’, ‘쩝쩝’ 거리는 등의 의미 없는 소리를 내는 단순 음성 틱이 많다. 그리고 여러 근육이 동시에 갑자기 움직이는 복합 운동 틱과 욕이나 저속한 내용의 말을 하는 복합 음성 틱 등도 있다.
틱 장애 증상의 특징은 TV 시청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등 뭔가에 멍하니 몰두할 때 (일반적인 표현으로 하자면 입을 헤 벌리고 몰두할 때) 심해고, 잠이 들락 말락 해서 자기 통제력이 떨어질 때 심해진다. 또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악화된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라고 하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만 생각하기 쉬운데, 감기나 체하는 것 같은 신체적인 스트레스도 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반면에 잠이 들면 사라지는 양상을 보인다.
◇‘틱 장애’ 전체 환자 수의 80% 이상이 19세 미만
틱 장애 환자 수는 2018년 1만8,024명에서 2022년 2만5,092명으로 39% 급증했다. 주목할 점은 2022년 2만5,092명의 환자 중 19세 미만 환자 수가 2만457명으로 전체 환자 수의 80%를 초과한다.
정선용 교수는 “틱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비롯되는 정서적 불안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증상이 더 나빠질 수 있다”라며 “틱 장애를 오래 내버려 두면 대인관계 악화와 자신감 저하에 따른 우울증, 불안 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새 학기 증후군, 스트레스 관리와 체력 강화 중요
새 학기 증후군은 기본적으로 환경의 변화에서 오는 스트레스 관리를 먼저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스트레스 관리의 외부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학년의 변화에 따른 친구들과의 이별과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 새로운 선생님과의 만남 등은 관리를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처음의 낯섦에 대해 가족과 선생님의 ‘잘 적응하고 있다’라는 응원과 지지가 필요하다.
내부적 요인은 학생 스스로 자신감과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상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피곤할 때 짜증이 더 많이 나는 것처럼, 지치면 스트레스에 취약해진다. 체력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평소 잘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고, 지나치게 긴장할 때는 호흡법을 비롯한 명상을 통해 이완을 유도하는 방법이 추천된다.
◇ 체질에 따른 한약 처방과 침 치료, 부모 교육 병행
틱 장애가 심해지면 학교생활 및 친구와의 관계에서 위축이 나타나고 우울함이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틱 장애 치료의 1차 목표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띌 정도가 되지 않게 조절해 주는 것이다. 틱 장애를 치료할 때는 사상체질에 따른 스트레스 반응을 보고 그에 맞는 기본 처방을 선택하고,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와 감정 상태에 따른 한약물 가감을 시행한다. 초기이고 환자가 어릴수록 한약 치료의 반응이 빠르다. 대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한약 복용과 함께 침 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중상이 심하지 않으면 아동의 스트레스 요인 해결에 초점을 맞추어 부모 교육을 병행한다. 증상의 완치만큼이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증상을 감소시켜서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하고 대인관계에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선용 교수는 “이런 부분은 부모님들이 ‘잘하고 있다’라고 격려해 주고 칭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생활 습관 관리해야 증상 개선 빨라
정선용 교수는 “스마트폰 사용이나 게임은 과도한 긴장을 유발해 틱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되도록 멀리하고, 운동이나 악기 연주처럼 몸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새 학기 증후군이나 틱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준다”라고 강조한다. 또한 치료 후 증상이 소실되더라도 새 학년이나 새 학기, 전학 등으로 환경이 바뀌게 되면 스트레스가 가중되어서 틱 증상이 다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성인이 될 때까지 틱 증상은 습관이 되어 몸에 배지 않도록 그때그때 치료를 해주고 관리하는 질환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새 학기 증후군 역시 학년이 올라가면서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게 되면 틱보다는 이른 시기에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뇌 발달이 끝나고, 스트레스가 관리되기 시작하는 시점인 성인이 될 때까지 관리해 주면, 그다음부터는 새 학기 증후군이나 틱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성인이 되기 전에 치료하고 관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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