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위원장"꺾이지않는 탁구의 가치 증명"...'스포츠관광X상생'부산세계탁구선수권 大성공[결산 인터뷰]
유승민 부산세계탁구선수권 공동조직위원장(IOC위원·대한탁구협회장)이 첫 안방 세계선수권 성공 개최 소감을 전했다.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개최된 'BNK부산은행 2024부산세계탁구선수권'가 역대급 흥행 속에 성료됐다. 지난 16~25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펼쳐진 대회에는 전세계 47개국 200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수준 높은 경기를 선보였다. 벡스코가 화려한 탁구 경기장으로 변신했다. 판젠동, 마롱, 쑨잉샤 등 세계 최강 에이스들을 응원하기 위해 중국 여성팬들이 몰려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여성이 61.2%, 2030 세대가 57.9%였고,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2019년 1632.6 달러(약 211만원)에서 올해 2246.1달러(약 290만원)로 37.6% 늘었다. 지난 24일 한중전을 비롯한 남자 4강 2경기와 여자 결승전이 열린 지난 24일 골드석A는 48만원, 1등석 15만원, 2등석 12만원, 가장 싼 3등석 9만원을 호가했다. 중국의 우승을 확신한 중국팬들의 예매 열기가 뜨거웠다. 티켓오픈 하룻만에 5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가장 비싼 표부터 동나더니 순식간에 매진됐다. 25일 밤 중국과 프랑스의 결승전 29만원 티켓도 일찌감치 매진됐다.
유승민 위원장은 "토너먼트 이후 연일 4000석 매진을 기록하며 누적관중은 3만명, 입장료 판매액은 12억원"이라면서 "2월은 관광 비수기인데도 벡스코 주변 백화점 매출이 600% 뛰어올랐고, 호텔도 90% 이상 들어찼다"며 흐뭇함을 전했다. 스포츠 콘텐츠의 힘을 보여준 스포츠 관광의 모범사례다. 양재생 공동집행위원장(은산해운항공 회장)에 따르면 이번 대회를 통한 부산의 도시 홍보 효과는 4억2천만달러(약5600억원), 경제 파급 효과는 4억달러(약5300억원)로 한화 1조원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
유 위원장은 "콘텐츠로서 탁구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다. 초등학교 지도자, 원로들까지 탁구인들이 많이 오셨는데 감동을 받으셨고, 꿈나무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 탁구와 탁구 팬들을 위해 이런 대회를 더 자주 유치해야 한다. 이를 통해 탁구의 가치가 올라가고, 스포츠 산업이 살고, 상권도 살아난다"고 말했다. "한국-중국의 준결승은 유튜브로 4만명이 동시 접속해 지켜봤다. 3시간30분간 버릴 시간이 하나도 없었다. 류궈량 중국탁구협회장도 축하한다 멋진 경기를 했다고 하더라. K스포츠, K탁구의 파워를 보여줬다. 돈보다 중요한 이 가치에 주목해줬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24일 한중 4강전이 열리던 초피홀 옆 루피홀에선 국제탁구연맹회장배 코리아 마스터즈 생활탁구 대회 8강전이 열렸다. 25일 결승전 땐 유소년탁구대회가 열렸다. 생활탁구 동호인 576명, 유소년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세계탁구선수권 에이스들이 뛰던 바로 그 경기장에서 메달을 다퉜고, 세계탁구선수권과 똑같은 시상대에서 페트라 쇠링 ITTF회장과 유승민 회장이 직접 동호인들에게 세계선수권과 똑같은 메달을 수여했다. 2위에 오른 한 여성 동호인은 유 회장에게 직접 메달을 받은 후 "너무 영광스러워서 울컥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한중전을 직관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역시 적극적인 공감을 표했다. 유 위원장은 "장 차관님에게 엘리트 세계대회와 마스터스 대회를 함께 진행한 부분을 말씀드리니 '참 좋다. 정부가 가려는 방향과 일치한다'고 적극 홍보하라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대한탁구협회는 부산 대회의 성공에 힘입어 2026년 강릉월드 마스터스 챔피언십도 극적으로 유치에 성공했다. 26일 ITTF 서밋에서 스페인 엘리칸테-엘체와 경합 끝에 6표차로 앞서며 개최를 확정지었다.
무엇보다 부산의 성공이 뜻깊은 것은 '꺾이지 않은 정신'에 있다. 2020년 대회 유치 후 코로나로 인해 3차례 대회가 연기되고 결국엔 취소되는 아픔이 있었다. 기존 사무국 운영비, 기념품 제작비, 홍보비 등 20억원의 빚을 유 위원장이 대출로 떠안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대회 재유치에 성공한 후 현정화(집행위원장), 유남규(남자대표팀 훈련단장), 김택수(사무총장) 등 레전드 탁구인들이 하나로 똘똘 뭉쳤다.
정부(문체부), 지자체(부산), 조직위(대한탁구협회)이 3분의 1씩 부담하는 대회 사업비를 보면 '탁구'의 분투를 알 수 있다. 총 186억원의 예산중 국비가 61억원, 시비가 56억원, 조직위 예산이 69억원으로 조직위 몫이 국비, 시비보다 큰 부분은 이례적이다. 주도적인 스폰서 유치로 최고의 대회를 만들고, 빚을 떨치기 위해 함께 발로 뛰고 또 뛰었다.
30억원 넘는 스폰서십을 유치했음에도 벡스코 임차료가 기재부 타당성 조사 당시(2021년)의 11억5000만원에서 17% 상승한 30억원까지 뛰어올랐고, 정부, 국회에 이를 반영한 18억원 증액을 요청했지만 전반적인 긴축 기조속에 5억4000만원만 추가로 받게 되면서 목표 삼았던 20억원 빚 전액 탕감은 쉽지않을 전망이다. 전세계 탁구 팬들과 대한민국 탁구인들에게 역대 최고의 대회를 선물하고도 코로나 재난으로 인해 불가피한 빚을 '유승민' 개인과 협회가 떠안아야 한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조직위 수익금이 5억원 이상이면 정부, 지자체와 3분의1씩 수익을 나눠야 하는데 조직위는 이 부분에서 정부, 지자체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유 위원장은 이번 대회 잊지못할 명장면 3컷으로 "'세계탁구 레전드' 현정화 집행위원장이 개회식에 등장해 '지금부터 이곳 부산에서 탁구 매직이 펼쳐집니다!'를 선언한 장면, 최근 20년새 가장 소름 돋았던 '명불허전' 남자탁구 한-중 준결승전, 그리고 벡스코에 연일 쏟아진 만원관중 행렬"을 꼽았다. "너무 벅찼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찼다"면서 "이번 대회 아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 수익을 떠나 성공한 대회로 본다"고 했다. "탁구팬, 탁구인, 꿈나무들이 국내에서 최고의 대회를 즐겼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단체전의 성공을 바탕으로 2030년 안에 개인전 개최에도 도전할 것"이라며 눈을 빛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나도 스스로를 다잡는 계기가 됐다. 결코 나태해지지 않을 것이다. 첫 성공 경험을 통해 자신감이 생겼지만 자만은 독이다. 행정은 끝이 없다.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의 기준은 더 높아졌다"며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유 위원장은 체중이 7kg이나 빠졌다. '실무 책임' 김택수 사무총장은 연일 라면으로 연명했고, 현 위원장은 40kg 초반까지 체중이 떨어졌다. 세계를 호령한 레전드들이 '원팀'이 되는 건 타종목에서도 보기 힘든 예다. 유 위원장은 "선배님들이 저를 대표팀에 들어온 '중학생 유승민'으로 보지 않으셨을까. '해주세요' 하면 뭐든 다 해주셨다"며 웃었다. "십시일반 다 같은 마음이었다. 한국 탁구에 이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간절한 마음, 한국탁구가 잘된다면 뭐든 한다는 마음이 하나로 뭉친 결과"라며 감사를 표했다. "자원봉사자, 조직위 스태프, 레전드, 탁구인들 모두가 한마음이 돼 대회 슬로건처럼 '원테이블 원월드', 원코리아가 됐다"며 뿌듯함을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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