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의 손자도 '영웅' 되다...발리에서 생긴 일

이가혁 기자 2024. 3. 1. 09: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발리 호텔 수영장서 익사 직전 아이 구한 한국인
독립운동가 최덕종 손자 최재영 씨
"토사물 입에 들어와도 살려야 한다는 생각 뿐"
"딸과 동갑인 그 아이...매일 연락하며 지내"
같은 상황이 또 와도? "깔끼없다"
■ 방송 :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평일 오전 8시 JTBC News 유튜브)
■ 진행 : 이가혁 기자 / 대담 : 시민영웅 최재영
■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용 시: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 이가혁〉 아주 특별한 시민영웅 한 분을 만나보겠습니다. 사건은 지난달 20일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 수영장에서 발생했습니다. 당시 영상을 같이 보시죠. 이렇게 수영장 바깥에 한 아이가 의식을 거의 잃은 채 누워 있고요. 한 건장한 남성이 인공호흡을 하고, 지금 흉부 압박을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같아요. 구조 요원인가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분은, 대구 동구청에서 일하는 최재영 씨입니다. 육아휴직을 내고 가족과 함께 발리에서 한 달 살기를 하던 중이었는데요. 호텔 수영장 바닥에 한 아이가 축 늘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망설임 없이 구조대를 불러달라고 요청하고 바로 이렇게 심폐소생술을 시작한 겁니다. 8분 넘게 심폐소생술을 한 끝에 이 아이는 살아났습니다. 멋쟁이 최재영 씨를 연결해보죠. 나와 계십니까?

지난달 20일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 수영장에서 가족과 휴양 중이던 최재영 씨가 물에 빠져 8살 인도네시아 소년을 심폐소생술로 살리는 모습

◆ 최재영〉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이가혁〉 일단 제가 이것부터 여쭤볼게요. 혹시 119 구조대이신가요? 정말 잘하셔서.

◆ 최재영〉 아니요. 저는 그냥 인명구조원 자격증 있고요. 그리고 응급처치 강사 자격증도 있습니다.

◇ 이가혁〉 전문가이시긴 하셨군요. 이거 뒤에 좀 추가로 여쭤보고요. 일단 저 선행이 알려지고 나서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아요.

◆ 최재영〉 주위에 학부모들이나 아니면 저희 친척분들이 되게 좋은 일 했다고 이렇게 얘기를 해 주시더라고요.

◇ 이가혁〉 딱 한 달 전이네요. 1월 20일에 발생한 일이었고, 당시에 해외에 머물고 계신 상황이었죠. 이 아이를 발견했을 때 상황이 어땠는지 자세히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아이가 왜 바닥에 누워있었던 건가요?

◆ 최재영〉 저는 그 당시에 우리 가족들하고 한 1시간 정도 아기들하고 놀아주고 있다가요. 너무 지쳐서 잠시 수영장 침대에 앉아 있는데 그 반대편 끝 수영장을 보니까 어린 아이가 어떤 성인 남성에 의해서 물에서 건져 올려와서 툭 쓰러지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보고 이거는 이건 분명히 사고다 싶어서 휴대폰 들고 있던 거 던지고 뛰어갔죠. 뛰어가서 그 아이와 맥박과 호흡을 확인해 보니까 전혀 미동도 없어서 이제 CPR(심폐소생술)을 시작하게 됐고요. 한 3분 정도 지나니까 주위에 사람들이 이제 점점점 모여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귀에 하나도 안 들리더라고요. 그래서 한 7~8분 정도 CPR을 흉부 압박하고 인공호흡을 하니까 아이가 이제 미세 호흡을 시작하더라고요. 미세 호흡을 시작하는데 조금 걱정됐던 부분이
'이 아이가 또 호흡을 안 하면 어떡할까'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 이가혁〉 두렵기도 하죠.

◆ 최재영〉 그래서 고개를 돌려보니까. 아이의 아버지가 무릎을 꿇고 저를 계속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끝까지 해서 호흡을 돌려놨습니다.

◇ 이가혁〉 인공호흡을 하실 때 그 입에서 아이의 입에서 토사물 같은 것도 이게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 최재영〉 그 아이가 전날 먹었는지 언제 먹었는지 모르겠는데 밥이랑 치킨 같은 게 제 입에 막 씹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 아이의 입을 열어가지고 그 아이의 이물질 토사물 같은 것들을 다 빼내고 제 입으로 당기면서 뱉고 이렇게 해서 아이를 호흡을 돌려놨습니다.

◇ 이가혁〉 그때는 한순간의 망설임 또는 다른 생각을 하실 여유가 없이 그냥 '나 이 아이 살려야겠다' 생각만 하신 거네요.

◆ 최재영〉 그렇죠. 제가 한 11년 정도 전에 제가 운동을 교육하던 강습생 분이 똑같은 상황으로 심장마비가 와서 돌아가셨어요. CPR을 그때도 한 15~20분 정도 했는데 돌아가셔서 그게 계속 생각나고 마음이 되게 무거웠거든요.

◇ 이가혁〉 아, 그때도 우리 최 선생님이 그분을 CPR 하셨는데 그때는 돌아가셨지만 이번에 이 어린아이를 살릴 때는 그 생각도 나시면서 무조건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나신 거군요.

◆ 최재영〉 네 무조건 살려야 되겠다고 생각했죠.

최재영 씨 인터뷰 장면
◇ 이가혁〉 그 아이가 인도네시아 현지 아이인 거죠? 호텔에 놀러 온.

◆ 최재영〉 네. 제가 있었던 곳은 인도네시아 발리고요. 수도인 자카르타에 사는 아이더라고요.

◇ 이가혁〉 그렇군요. 지금 당시 영상을 보니까 심폐소생술을 굉장히 전문적으로 교과서대로 딱 하시는 것 같아서 아까 여쭤봤는데 자격증이 있다고 하셨어요. 이 자격증은 언제, 왜 따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 최재영〉 딴지는 20년 딱 됐고요. 대학교 다닐 때 제가 전공이 운동 처방입니다. 선배들이 인명구조 자격증을 따서 이렇게 가방에 매고 그런 배지 같은 것들을 가방에 메고 다니는 걸 보고 너무 부러웠어요. 그래서 선배들한테 자격증 교육받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서 교육을 받고 검증을 통해서 합격을 하게 되고 지금까지 강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이가혁〉 강사까지도 하고 계시고. 그럼 지금 최재영 선생님이 구해준 그 꼬마는 지금도 연락하세요?

◆ 최재영〉 거의 하루에 한 번 연락하고요. 아이 어머니가 SNS를 통해가지고 애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려주세요. '오늘은 동물원에 갔다. 오늘은 밥을 먹었다. 어떤 걸 먹었다. 당신을 그리워한다' 이렇게 매일매일 연락하고 있어요.

◇ 이가혁〉 아이가 몇 살인가요?

◆ 최재영〉 8살입니다. 저희 첫째 딸하고 똑같아요.

◇ 이가혁〉 첫째 딸과 동갑. 그러니까 정말 그냥 인도네시아에 아들 한 명 생긴 거네요.
진짜

◆ 최재영〉 네. 셋째가 생겼습다. (웃음)

◇ 이가혁〉 셋째가 생겼네요. 혹시 다음에 또 보기로 하셨어요?

◆ 최재영〉 내년 1월에 똑같은 날짜에 보기로 했는데 제가 가족들 다 데리고 가야 되는 상황이라서 올해도 열심히 또 일해가지고 또 한번 가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려고요.

◇ 이가혁〉 아니, 우리 MBC 예능 보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이런 프로그램이 있잖아요. 그 제작진이 한번 초대를 해줘도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그냥 제 개인적으로요. (웃음)

◆ 최재영〉 MBC에서 연락이 없네요. (웃음)

◇ 이가혁〉 그리고 몸도 굉장히 건장하세요. 아까 대학교 때 운동도 하셨다고 지금도 계속 꾸준히 운동을 하고 계신 거예요?

◆ 최재영〉 네 저는 고등학교 때 원래 보디빌딩을 했었고요. 대학교 다니면서 근육을 다 빼고 이제 라이프 가드 인명구조원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수영을 계속 지금까지 하고 있고, 그리고 3년 정도 전에 프로 서핑 선수 테스트가 있어요. 혹시 프로 서퍼 아세요?

◇ 이가혁〉 파도 타기 선수.

◆ 최재영〉 네 바닷가에서. 그거를 획득하고 지금까지 서핑은 계속 취미 삼아 시합도 가끔씩 나가고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 이가혁〉 와, 그러니까 이게 이런 말이 좀 어떻게 보면 어폐가 있을 수 있지만, 당시 사고를 당한 그 어린이도 정말 천운이네요. 그때 그 자리에 최재영 선생님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아무도 없었으면 정말 극단적인 상황까지 갈 수 있겠지만, 대학교 때부터 CPR도 배우고 운동도 열심히 하셨던 최재영 씨가 마침 또 그때 애들과 가족들을 데리고 놀고 있었어요. 마침 또 그 장면을 봤어. 그러니까 얼마나 아이 입장에서도 감사한 일인가 싶습니다. 좋은 인연으로 계속 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실 이런 게 '국위선양' 아닐까 싶어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도 '한국인 남성이 우리나라 아이를 살렸다'고 알려지면 얼마나 좋은 영향을 끼친 겁니까? 이게 외교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얘기를 해보면 최재영 선생님 집안도 아주 좀 특별한 집안이라고 들었습니다.

◆ 최재영〉 네, 저희 할아버지죠. 조부모님께서 일제 강점기 때 독립운동을 하신 최덕종 독립운동가이시거든요. 경북 경산이라는 곳에서 일제 침탈에 항거하셔서 죽창 의결을 하셨어요. 대나무를 깎아서 일본인들과 싸우시다가 형무소에서 고문 받으시다가 이제 광복 이후에 돌아가셨습니다.

◇ 이가혁〉 최덕종 독립운동가의 손자이시고. 할아버지는 나라를 위해서 독립운동을 하셨고 손자는 이제 지구촌 사회에서 한 아이의 생명을 살린 자랑스러운 일을 대를 이어서 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따님들한테도 이렇게 심폐소생술 교육도 집에서 시키신다고요? 저희가 영상을 받아봤는데 너무 귀엽더라고요. 쿠션에 대고 막 이렇게 하던데요. 이런 교육이 아이들한테도 필요할 것 같아요.

◆ 최재영〉 저는 CPR 교육 같은 경우에는 평생교육이 돼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거든요. 그래서 저희 아이들한테 제가 4살 때부터 가르쳤어요. 혹시나 아빠인 내가 잠을 자다가 깨어나지 않거나 엄마가 쓰러지거나 이런 경우가 발생하면 너희들은 이렇게 이렇게 해라라고 교육을 매일 하고 있죠.

최재영 씨 자녀들이 집에서 심폐소생술을 연습하는 모습
◇ 이가혁〉 요새는 인터넷에만 봐도 유튜브 영상으로도 쉽게 배울 수 있으니까 지금 영상 보시는 분들도 우리 최재영 씨가 사람을 살렸던 것처럼 미리 좀 봐두시고 언젠가 나도 위급한 상황에서 한번 써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가시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바쁘신 가운데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고요. 마지막 어떻게 보면 우문일 수 있겠습니다만 준비된 질문 드리겠습니다. 같은 상황이 와도 핸드폰 던지고 다시 달려가실 겁니까?

◆ 최재영〉 저희 경상도 말로 '칼끼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 이가혁〉 칼끼없다?

◆ 최재영〉 네, 칼끼없다. 더 이야기할 게 없다. 이건 무조건 한다는 뜻이고요. 요즘 현대사회가 너무 각박하잖아요. 사람이 쓰러졌는데도 그냥 구경만 하고 그냥 어떤 사람은 신고 정도만 하고 이 정도로 끝나는데 저는 그런 걸 보면서 조금 가슴이 좀 아팠어요. 어려운 사람들을 무조건 도와줘야 된다는 그런 마음을 사람들 모두가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칼끼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이가혁〉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 수영장에서 사고를 당한 현지 소년을 심폐소생술로 구한 영웅이자 독립운동가의 후손 '시민영웅' 최재영 씨와 짧게 인터뷰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재영〉 고맙습니다.


〈뉴스들어가혁!〉은 JTBC news 유튜브를 통해 평일 아침 8시 생방송으로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을 살아갈 힘'이 될 핵심 이슈를 이가혁 기자가 더 쉽게, 더 친숙하게 전해드립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